엔비디아 GB300 샘플링 착수···HBM3E 공급 물량↑
삼성, 상반기 품질 통과 시 대량 양산으로 수익개선
루빈 시리즈도 내년초 출시···SK, HBM4 가격 경쟁력 우위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의 고성능 인공지능(AI) 칩 출시를 앞당기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도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 일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GB300 AI 칩 샘플링(품질 검증)을 시작했다. 하반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GB300은 블랙웰 울트라 GPU와 72코어 그레이스 중앙처리장치(CPU)를 결합한 AI 가속기로, 기존 GB200 대비 추론 성능은 1.5배, 네트워킹 성능은 2배가량 향상됐다. 메모리 용량은 12단 HBM3E가 총 8개 탑재되면서 기존 대비 1.5배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 HBM3E 12단에서 엔비디아로부터 가장 먼저 품질 승인을 통과해 대량 납품을 진행 중이다. 미국 마이크론도 올해 4월부터 공급을 시작했다. 아직 제품 품질 승인을 통과하지 못한 삼성전자는 상반기 내 공급을 목표로 대량 양산을 준비 중이다. 앞서 지난 3월 엔비디아가 직접 진행한 생산라인 점검(audit, 오딧)에서 충족 요건을 모두 통과한 뒤, 지금은 HBM3E 품질 승인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공급망 진입에선 가장 늦었지만, 메모리 3사 중 가장 많은 HBM 생산능력(캐파)를 보유하고 있다. 품질 검증만 완료되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는 GB300 출시를 본격화하면서 차세대 제품인 루빈 시리즈 출시 일정도 빠르게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반도체업계에선 엔비디아의 루빈 출시 시점을 2026년 중반으로 예상했지만, 최근엔 이를 6개월가량 앞당길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루빈 시리즈엔 12단 HBM4 제품 8개가 탑재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엔비디아에 HBM4 12단 시제품을 공급하고 품질 평가에 돌입했으며, 연내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올 하반기 HBM4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마이크론은 내년 양산에 돌입한단 구상이다.
HBM4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8~10Gbps 수준이다. 전작(HBM3E)과 비슷하지만, 입출력(I/O) 단자 수는 2048개로, HBM3E(1024개) 대비 두배 확대된 것이 특징이다. 메모리 3사의 캐파 확대로 내년 하반기엔 전체 HBM 시장에서 HBM4가 HBM3E의 점유율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4는 출시 직후 30% 이상의 가격 프리미엄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제조 난이도로 전작인 HBM3E의 출시 당시 20% 가격 프리미엄 대비 더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HBM4 공급망에서 선제 진입이 유력한 SK하이닉스가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HBM4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50%가 넘는 시장 점유율로 선두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HBM4 경쟁에서 격차를 줄이기 위해 수율과 용량을 더욱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해말부터 빅테크 서버 거래선에 GB200을 공급 중인 엔비디아는 현재 관련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HBM3E를 메인으로 납품하는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1분기 전체 매출액 17조 6391억원 중 약 70% 비중에 달하는 12조 7945억원을 미국법인에서 기록하며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2026회계연도 1분기(2~4월) 실적 발표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수만개의 블랙웰 칩을 탑재했으며, MS 파트너사인 오픈AI의 필요성으로 GB200 제품을 수십만개까지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수십 기가와트에 달하는 엔비디아 AI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들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