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출 통제 이후 HBM 생산량 급감
엔비디아 라인 점검 이후 HBM3E 품질 승인은 지지부진
삼성전자 “점진적 수익 개선 예상”

삼성전자 HBM3E 12단 제품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HBM3E 12단 제품 / 사진=삼성전자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익 개선이 지연되는 모양새다. 올해부터 시행된 미국의 대중 HBM 수출 통제 이후 수요가 좀처럼 회복 기지를 보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HBM 주요 거래선인 엔비디아의 제품 품질 승인도 지지부진하다.

2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HBM 생산 물량이 여전히 예년 대비 저조한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HBM3E(6세대) 개선제품의 시제품을 주요 고객사들에 공급하고, 2분기부터 판매 실적에 대한 기여폭이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향 HBM 수출 통제로 지난 1월부터 급격히 떨어진 생산량은, 5월인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간 삼성전자의 HBM 최대 매출처는 중국이었다. HBM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의 선두 공급망 지위를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내주면서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전체 HBM 매출에서 중국 비중은 20%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정부가 올해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중국에 HBM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면서 상대적으로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가 큰 타격을 받았다. 규제가 시행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사재기 수요가 발생하며 생산량이 급증한 이후 1월 들어서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HBM 생산량이 지금까지도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에 수출을 못 하게 되면서 HBM 공급 경쟁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이는데, 엔비디아 납품이 시작돼야 물량이 늘어날 테고, 수익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향 HBM3E 품질 승인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3월 엔비디아가 직접 진행한 HBM 공급을 위한 생산라인 점검(audit, 오딧)에서 천안·온양 캠퍼스가 동시에 일정 충족 요건을 채워 통과한 바 있다. 천안캠퍼스와 온양캠퍼스는 HBM 제조의 핵심인 첨단(어드밴스드) 패키징 라인이 구축된 곳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천안 공장 부지 일부를 임대받아 HBM용 첨단 패키징 설비 증설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엔비디아의 오딧에 통과하며 실제 HBM3E 납품을 위한 제품 품질 승인에서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금까지 지연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로써 2분기까지도 HBM 사업 수익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분기 HBM 공급이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물량이 갑자기 크게 늘어날 수는 없을 것”이라며,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부턴 점진적인 개선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HBM 사업 부진으로 지난 1분기 전체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처음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밀려났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차세대 제품인 HBM4 12단 시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현재 품질 평가를 진행 중이다. 올 연말 양산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HBM4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HBM4의 경우 고객사 과제 일정에 맞춰 기존 계획과 같이 하반기 양산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업계 관심이 높은 커스텀 HBM 또한 HBM4 및 HBM4E 기반 과제로 복수 고객들과 협의 중”이라며, “현재 HBM4 및 4E 고객 수요 대응을 위해 필요한 투자를 지속 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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