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정책·내수부진 속 북미 수요 확대 덕 봐
생산확대가 올해 협상 쟁점, 파업시 생산차질 예상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GM 한국사업장(한국GM)이 미국 관세 정책, 내수 부진 등 변수를 극복하고 지난달까지 2달 연속 완성차를 4만여대 생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말 한국GM 노사가 개시할 임금 및 단체교섭 협상(임단협)의 진행 경과가 생산 호조 유지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27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한국GM은 국내 공장 2곳에서 완성차를 지난달 4만3669대, 3월 4만592대 생산했다.
이는 신차 출시 효과에 힘입어 연 50만대 가까운 생산 실적을 거뒀던 작년 월평균 생산대수(4만1172대)를 넘나드는 물량이다. 한국GM은 신차 비수기인 지난 1~2월 트레일블레이저, 트랙스 크로스오버 등 쉐보레 국산차 2종의 내수 부진에 처해 3만여대 생산하는데 그쳤다. 미국 행정부가 해외 생산된 완성차에 관세 추가를 추진함에 따라 한국GM의 북미향 생산이 위축됐다.
다만 쉐보레 2종을 포함한 한국산 소형차가 북미 시장에서 인기를 끌어 공급이 확대됐다. 한국GM 사측은 노조와 협의해 지난달 부평공장에서 북미 수출 물량을 2만1000대 늘리기로 결정한데 이어 이달 1만대 추가 증산하기로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한국산 소형 모델들은 기본기를 갖추고 가성비가 높은 점으로 호평받는 중이다.
◇ 작년 7~8월 부분파업으로 생산량 1만여대로 ‘뚝’
한국GM이 최근 생산 실적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지만 올해 임단협이 순탄치 않으면 생산 차질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한국GM 노사는 오는 28일 인천 부평 본사에서 상견례를 가진 후 2025년 임단협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GM 노조는 상견례에 앞서 사측에 교섭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섭안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작년 당기 순이익 15% 성과급 지급, 신차 개발, 부품 생산 확대, 신차 판매 증대 계획 등 요구사항이 담겼다. 한국GM이 작년 연결 기준 매출액 14조3771억원, 당기순이익 2조2077억원의 호실적을 기록한 데 따른 요구다.
이 중 신차 개발, 생산 확대 등을 담은 ‘미래 발전 특별 요구안’이 올해 한국GM 임단협의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한국GM 노조는 구체적으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개발 재개·생산, 전기차 및 관련 부품 일체 국내 생산, 국산 내연기관차 생산물량 안정적 확보 및 신규 차종 생산, 국산차 탑재 엔진 직접 생산 등을 요구했다. 이는 국내 생산 물량을 단기적으로 늘릴 뿐 아니라 주요 생산 거점으로서 GM 글로벌 사업장 내 비중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사측은 미국 본사 지침에 따라 국내 개발, 생산 등 결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노조 요구의 수용 여부를 즉각 답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날 현재 임단협이 개시되기 전이기 때문에 노조 요구안에 대한 공식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GM이 글로벌 무역 정세에 발맞춰 출혈을 각오한 전략 수정을 추진하고 있어 한국GM에 중대한 결단을 내리긴 어려운 상황이다. GM은 현재 미국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공장 50여곳에서 신차 생산을 늘리는 한편, 수요 확대를 위해 전체 브랜드의 신차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계획이다. 기존 생산 체계에 변화를 주는 동시에 가격 인상 요인에 정면 돌파한단 전략이다.
다만 지출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연간 당기순이익 전망치를 기존 112억~125억달러) 대비 낮은 82억~101억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GM이 생산 거점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본사를 설득해야 할 묘수가 필요한 실정이다.
임단협이 진전되지 않아 노조 쟁의행위가 이어지면 생산 차질을 빚을 공산이 존재한다. 작년 7~8월 노사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한국GM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하고 부분파업을 단행한데다 여름 휴가기간이 겹쳐, 월 생산대수가 2만대 미만으로 급감했다. 9월 협상 타결 후 노조가 특근, 연장근로를 실시해 월 5만대 이상 바짝 생산했지만 연간 생산목표였던 50만대엔 못 미쳤다.
노조는 올해 합의 불발시 쟁의행위를 불사한단 입장이다. 노조는 지난 22일 발행한 지부 지면을 통해 “교섭은 준비기, 교섭기, 투쟁기, 마무리기 등 4단계로 진행되며 각 단계에 맞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며 “교섭력은 단순히 논리나 협상 기술이 아닌 노동자의 결집된 힘에서 나온다는 점이 다시 한번 강조됐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최근 한국GM을 비롯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불확실한 글로벌 업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노사 협력이 뒷받침돼야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날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개최된 중견3사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정책토론회의 발제 자료를 통해 “(국내 자동차 업체와 정부 등 주체들이) 기술, 노사(인력), 정책 등의 분야에서 진영 싸움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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