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양사 매출 합산 11조6602억원, 2023년 정점 찍고 감소세
한국GM, 5년 만에 역전 가능성···獨 2사, 판매 확대 고심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국내 수입차 시장을 쌍끌이하는 BMW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작년 매출 증가세 둔화를 보여 한국GM에 추월당할 가능성까지 엿보인다. 올해 경기 불확실성 심화로 수입차 판매 여건이 녹록잖은 가운데 양사의 마케팅 묘수가 더욱 절실해졌단 관측이다.

11일 각 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BMW코리아, 벤츠 코리아의 작년 합산 매출액은 전년(14조441억원) 대비 17.0% 감소한 11조6602억원으로 집계됐다.

BMW코리아-벤츠 코리아 양사와 한국GM의 실적 추이 비교.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BMW코리아-벤츠 코리아 양사와 한국GM의 실적 추이 비교.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BMW코리아 5조9919억원, 벤츠 코리아 5조6683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28.6% 각각 감소했다. 양사 매출 합산액은 2019년을 기준으로 2023년까지 4년 연속 증가하다가 작년 감소폭을 보였다.

BMW, 벤츠의 국내 판매대수 감소가 매출액 하락 주 요인으로 지목된다. 양사는 2022년 BMW코리아 7만8545대, 벤츠 코리아 8만976대 판매해 수입차(한국수입자동차협회 가입사 기준) 판매 점유율 과반(56.3%)을 차지하는 등 정점에 올랐다. 코로나19 유행(팬데믹) 기간 해외여행 등 고가 서비스 소비가 제한된 소비자들이 수입차를 비롯한 고급차에 적극 지출한 결과로 분석된다. 양사는 5시리즈, E-클래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리즈 등 인기 모델 뿐 아니라 전기차와 고성능차 라인업을 적극 판매해 고객층 확장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 확산세 완화, 항공여행 재개, 경기 불확실성 등 여러 변수 속에서 수입차 수요가 감소세로 전환했다. 국내 수입차 판매대수는 2022년 28만3435대를 기록했지만 작년에 코로나19 창궐 직전 수준인 26만3288대로 떨어졌다.

양사의 성장 둔화는 지난 수년간 매출액으로 뒤처지던 한국GM의 가파른 실적 개선 추이로 인해 더욱 부각되는 모양새다. 한국GM은 2018년 경영난 타개를 위해 군산공장 폐쇄를 단행한 이후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레일블레이저 등 신규 소형차 2종으로 실적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글로벌 시장 수출을 위해 선적되고 있다. / 사진=GM 한국사업장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글로벌 시장 수출을 위해 선적되고 있다. / 사진=GM 한국사업장

한국GM은 2020년 트레일블레이저를 출시해 흥행에 성공했고, 2017년(10조9132억원, 이하 연결 기준) 이후 4년 만인 2021년(10조7946억원) 10조원대 매출액을 회복했다. 꾸준히 성과를 늘려 2023년 기준 14조441억원을 달성했다. 2014년(14조2797억원) 이후 9년 만에 14조원을 돌파했다.

한국GM이 이날 오전 현재 작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았지만 성장세를 유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전년(3만8755대) 대비 1만3931대(35.9%) 감소한 2만4824대에 그쳤지만, 같은 기간 소형차 2종의 북미 수출 물량이 42만9304대에서 47만4735대로 4만5431대(10.6%) 증가했다. 한국GM의 내수, 수출 총계는 46만8059대에서 6.7% 증가한 49만9559대를 기록했다. 작년 높은 환율이 유지되는 등 수출에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된 점도 한국GM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올 하반기 출시할 마이바흐 최고급 모델 디 올-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L. /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올 하반기 출시할 마이바흐 최고급 모델 디 올-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L. /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 “이 없음 잇몸으로”···기존모델 선택지 확대, 서비스 차별화도 추진

BMW코리아, 벤츠 코리아의 올해 실적을 예측하기 어렵단 목소리가 나온다. 인기 차량의 차세대 출시 시점이 도래하지 않아 극적인 신차 출시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 경쟁 우위 관건으로 지목된다.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유효한 브랜드 경쟁력 지표로 활용되는 가운데 업체별 마케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양사는 현재 마케팅을 통해 기존 고객의 충성도 제고, 재구매 유도를 시도하는 한편 서비스 차별화로 신규 고객 유치에 힘 쏟고 있다. BMW코리아는 올해 전기차를 중심으로 새로운 모델을 후속 투입해 다양한 고객 수요를 공략할 계획이다. i4, iX 등 중형급 이상 전기차 2종의 부분변경 모델을 비롯해 쿠퍼, 컨트리맨, 에이스맨 등 미니 차종별 전기차를 적극 판매할 예정이다. 모터사이클 브랜드 BMW 모토라드도 뉴 S 1000 RR 등 주요 모델로 이륜차 시장 입지를 공고히 다진단 전략이다.

BMW 그룹 코리아가 지난 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개최된 2025 서울모빌리티쇼 프레스 데이의 현장에서 신차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BMW 그룹 코리아
BMW 그룹 코리아가 지난 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개최된 2025 서울모빌리티쇼 프레스 데이의 현장에서 신차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BMW 그룹 코리아

이와 함께 고객의 전기차 경험 확산을 위한 ‘BMW BEV 멤버십’ 프로그램을 올해 운영 개시할 예정이다. 쏘카와 손잡고 전기차 230대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밖에 BMW코리아는 노후 차량을 말소하고 BMW 신차를 구입한 고객에게 브랜드 상품, 서비스 구매에 지불 가능한 코인을 지급하는 등 마케팅 활동을 다각도로 펼칠 계획이다.

벤츠 코리아는 AMG GT 2세대 완전변경 모델에 이어 하반기 디 올-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L을 출시하는 등 브랜드별 최상위 모델을 새롭게 내놓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작년 최신 버전으로 출시했던 E-클래스, CLE, EQE SUV 등 주요 모델의 고성능 버전을 투입해 선택폭을 넓힐 계획이다. SUV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할 예정이다. 한성자동차, HS효성더클래스 등 벤츠 공식 딜러사들도 무제한 마일리지 보증연장, 럭셔리 딜리버리 트럭 등 새롭게 개발한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 경험 차별화를 시도 중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독일차 브랜드들은 비교적 다양한 가짓수의 차종, 트림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 고객 니즈에 따라 신차를 유연하게 공급할 수 있다”며 “이 같은 강점을 통해 볼륨 모델 신차 공백을 메우는 한편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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