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주와 ‘엑시트 패키지’ 통해 대리점 통폐합 추진
내수 부진·美 보편관세 겹쳐 위기 고조···존속가치 높여야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음, 전 처음 듣는 얘기이긴 한데요.”

최근 서울 소재 쉐보레 전시장을 찾아가 GM 한국사업장(한국GM)의 ‘엑시트 패키지’에 대한 입장을 물었더니 현장에 있던 영업 사원이 돌려준 답이다. 한국GM과 한국GM전국대리점발전협의회는 지난 수년간 엑시트 패키지를 통해 전국 대리점 통폐합을 실행해왔다.

대리점주가 폐점 신청하면, 한국GM이 대리점 운영현황 등을 고려해 폐점하거나 인근 전시장과 통합할지 공동 결정한다. 한국GM은 업계에선 이례적으로, 폐점하는 대리점의 점주에게 철거 비용 등 각종 지출을 지원하고 있다. 양측은 올 초 기준 94곳에 불과한 쉐보레 대리점을 상반기 말까지 60곳 정도로 더 줄일 계획이다.

대리점이 철거, 통합되면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중차대한 사안을 모르는 직원이 있단 건 의아한 부분이다. 방문한 대리점의 점주는 한국GM 측과 사전 논의되지 않았단 이유로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한국GM전국대리점발전협의회 관계자는 통화로 “20~30년간 혼신을 담아 대우, 쉐보레 차를 팔던 분들이 폐점 후 다른 브랜드로 이직해 ‘이 차 좋으니 사세요’ 말하는 건 너무 슬픈 일”이라며 “한국GM 임원들이 대리점주를 만나 (브랜드) 성장을 언급한 건 반가웠지만 성장하려면 일단 생존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년 대비 36% 감소한 2만4824대, 국내 자동차 5개사 중 시장 점유율 1.8%. 한국GM의 작년 내수 실적이다. 시장에선 지난해 한국GM의 패착으로 신차 부재, 마케팅 전략 미흡 등을 꼽는다.

한국GM이 내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지난달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가 위기의식을 더욱 불 지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 내 수입 완성차에 보편관세를 추가 부과할 것이라고 으름장 놓고 있다.

한국GM이 작년 수출한 신차 49만여대의 대부분 물량이 미국에 공급됐다. 향후 한국산 신차에 관세가 붙으면 공급 물량이 쪼그라들 수 있다. 관세 부과로 비싸진 한국산 완성차를 미국에 공급하는 게 GM 이해타산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한국GM 철수설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18년 GM 본사가 한국GM 군산공장을 폐쇄한 이후 어느 정도 잠잠해졌다가 다시 불붙었다. 한국GM 실적을 그나마 뒷받침했던 수출실적마저 줄면 기업 존속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냔 우려다.

한국GM 철수는 고객 입장에서도 불리하다. 단순히 구매 가능한 자동차 브랜드 몇 개가 사라지는 이슈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국내법상 한국 사업을 종료한 자동차 업체는 기존 고객들에게 향후 8년간 A/S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GM은 앞서 단종한 차량의 A/S가 부실한 점으로 일부 소비자들로부터 지적받고 있다. 철수 후 이 같은 상황이 악화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글로벌 지사 중 하나인 한국GM이 대내외 변수에 자립적으로 대처하기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음을 지켜보는 이들이 모르는 바 아니다. 한국GM은 국산차, 수입차를 모두 판매할 수 있는 특수성을 지혜롭게 활용해야 한다.

아울러 고객, 직원, 본사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브랜드 존속 가치를 높여야 한다. 잘 모르겠으면 본사와 담판 지어 경쟁력 있는 신차와 마케팅 전략을 내놓고 고객들에게 호평받는 수입차 브랜드들을 벤치마킹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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