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3세 한상우, 사내이사 선임···성석제 등 3명 공동경영
한승수 회장 경영권 안정적···지주사 지분율은 형제간 차이
작년 실적 부진, 원인은 ‘자큐보’ 비용···올해도 경영 좌우할 듯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그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왔던 제일약품이 전문경영인과 오너 3세 형제의 동거 체제로 전환될 지 주목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오는 25일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 선임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사내이사 후보군 중 업계 관심이 쏠리는 대상은 한상우 전무다. 1983년생 한상우 전무는 제일약품 창업주 고(故) 한원석 회장 손자이자 한승수 회장 차남이다.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전자를 거쳐 2019년 제일약품에 입사, 현재 마케팅본부를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이로써 제일약품은 전문경영인 성석제 대표와 오너 3세 한상철 사장, 한상우 전무가 경영에 참여하는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한 전무는 그동안 오너 3세로 활발하게 활동해왔다”며 “이번에 그가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제일약품 경영에 본격 참여하는 것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한 전무를 업무상 몇 번 만났는데 스마트하고 점잖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1960년생 성석제 대표이사 사장은 오는 2026년 3월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어서 향후 거취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지난 2005년 4월부터 활동하는 그는 취임 이후 임기 3년씩 7번 대표로 선임됐던 인물이다. 한상철 사장은 2006년 제일약품 항암사업부에 부장으로 입사, 마케팅 전무와 경영기획실 전무, 부사장을 거쳐 2023년 사장에 올랐다.
제일약품그룹 지주사 제일파마홀딩스 지분구조를 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승수 57.80%, 한상철 9.70%, Otsuka Pharmaceutical Co., Ltd. 9.37%, 한상우 2.85%, 한응수 1.88%, 이주혜 0.65%, 민이영 0.18%, 한보연 0.10% 순이다. 최대주주 한승수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이 73.16%여서 경영권은 안정적이며 다른 제약사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한 사장과 한 전무 지분율은 다소 차이가 있다.
그룹 핵심 계열사 제일약품 지분구조를 보면 2023년 말 기준 제일파마홀딩스 49.24%, 한응수 6.32%, 한승수 3.00%, 이주혜 2.40%, 한상철 0.61%, 한보연 0.37%, 민이영 0.32%, 한지윤 0.01%, 한동윤 0.01% 순이다. 제일파마홀딩스가 최대주주이며 한 회장을 ‘사실상 지배주주’로 표현한 것이 눈에 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62.28%로 집계됐다. 반면 소액주주 지분율은 32.89%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지주사와 제일약품 지분구조에서 한 회장 지분과 영향력이 강력하다는 사실이 ‘사실상 지배주주’를 통해 확인된다”고 말했다.
제일약품 경영진의 시급한 현안은 경영실적 개선으로 분석된다. 회사가 최근 공시한 지난해 잠정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7045억원으로 전년대비 3.0%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89억원 손실로 적자전환했다. 회사측은 이같은 실적 부진과 관련, 국내개발신약 ‘자큐보정’ 출시로 인한 판매관리비 증가를 원인으로 분석했다. 신약 출시 과정에서 마케팅 및 영업활동이 활발했고 비용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 제품인 자큐보정은 제일약품이 초기후보물질을 연구하고 온코닉테라퓨틱스가 후속 개발해 만든 37호 신약이다.
이같은 분석을 토대로 보면 자큐보정이 올해 본격 판매되며 매출과 영업이익에 반영될 가능성이 파악된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자큐보정은 지난해 10월 출시했기 때문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제일약품의 올해 경영을 좌우할 품목”으로 예상했다. 한 전무가 제일약품 마케팅 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회사의 전체 경영과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자큐보정은 그의 영향력 증대와도 관련 있는 것이다.
D씨는 “회사 설명대로 자큐보 관련 마케팅 비용이 실적 부진 원인”이라며 “지난해 투자한 비용이 올해 어느 정도로 매출과 연결될 지가 제일약품 실적의 핵심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실제 회사는 출시 이전인 지난해 8월부터 ‘자큐보 POA(Plan of Action)’를 실시하는 등 마케팅에 공을 들인 바 있다. 참고로 POA는 제약사가 영업 및 마케팅 담당자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이해도와 현장 실행력을 높이며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제일약품은 올해도 학회 및 전시회를 통해 전문가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자큐보정 영업 및 마케팅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전문경영인과 오너 3세 형제가 힘을 합친 제일약품 체제는 자큐보정 영업과 마케팅에 올인해야 하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올해 실적이 내년 초 전문경영인 거취와 형제경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예상돼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