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건보공단과 자큐보 청구량 협상 타결···내주 건정심 거쳐 10월 1일 등재와 출시 전망
제일약품, 고가보다 신속 출시 선택···“펙스클루와 큰 차이 없다”, 920원대나 910원대 추정
제일약품, 역류질환약 시장 P-CAB 제제 전환 추진···“CSO 위탁 없이 동아ST와 연합전선 구축”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그동안 제일약품이 출시를 준비했던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제제 국산신약 ‘자큐보’ 청구량 협상이 타결됐다. 이에 자큐보 약가와 10월 1일 출시가 사실상 확정됐다는 분석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날 신약 자큐보의 예상청구량 협상 합의문에 서명했다. 앞서 제일과 건보공단은 지난 13일 자큐보 청구량 협상을 타결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최장 60일이 보장된 공단과 협상을 이처럼 신속하게 마무리한 것은 제일약품이 10월 출시를 염두에 두고 진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당초 업계는 공단과 협상 일정을 감안, 일러야 11월 등재와 출시를 예상했는데 일주일만에 협상을 타결시키며 자큐보 출시 시점을 한 달 앞당겼다”며 “성석제 제일약품 대표가 환자에게 의약품을 신속하게 공급하려는 정책을 강조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전했다.
청구량 협상만큼 중요한 약가협상은 제일약품이 심평원의 자큐보 대체약제 가중평균가의 90% 이하 금액을 수용함에 따라 면제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제일약품이 높은 약가보다는 신속 출시에 비중을 뒀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쉽게 설명하면 심평원이 산정한 자큐보 대체약제 가중평균가를 1000원이라고 가정하면 제일약품은 900원 약가를 수용하며 약가협상을 면제받은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제일약품이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조건부급여와 가중평균가의 90% 이하 금액을 수용한 것은 현실적으로 현재 정책 상 높은 약가가 어려운 사실을 인정하고 신속한 제품 출시를 선택해 기존 의약품과 경쟁하려는 의도의 표출”이라고 설명했다.
복수의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자큐보 대체약제는 PPI(프로톤펌프저해제) 제제 100여개 품목과 P-CAB 제제인 HK이노엔 ‘케이캡’, 대웅제약 ‘펙수클루’ 등으로 분석된다. 국산신약 혜택을 받았던 케이캡에 비해 불리하고 펙수클루도 2년여 전 출시됐기 때문에 가중평균가 산정에서 이점은 거의 없었다는 설명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기존 제도를 이해하고 수용할 것은 받아들여야 하는데 제일약품이 적절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대체약제에 펙수클루가 포함됐기 때문에 자큐보 최종 가격은 펙수클루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았다”라며 “단, 펙수클루와 큰 차이는 없다”고 귀띔했다. 현재 펙수클루 가격은 939원이다. 이에 업계는 자큐보 가격을 920원대나 910원대로 추산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제일약품이 건보공단과 약가협상을 면제받고 청구량 협상을 완료함에 따라 자큐보 가격은 사실상 확정됐다는 분석이다. 다음 주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를 열어 자큐보 가격을 확정할 예정이지만 요식행위라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제일약품은 약가가 등재되는 오는 10월 1일 자큐보를 공식 출시할 예정”이라며 “동아에스티와 공동판매를 통해 매출을 극대화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제일약품이 자큐보 영업에서 강조점을 두는 부분은 기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을 PPI 제제에서 P-CAB 제제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E씨는 “최근 흐름은 올 상반기 27.1%로 집계되는 등 P-CAB 제제의 시장점유율 부상이지만 제일약품은 이 수치를 더욱 늘려야 한다”라며 “P-CAB 제제 강점을 의사에게 적극 알리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려진 대로 P-CAB 제제는 PPI 제제와 달리 위산에 의해 활성화될 필요가 없다. 칼륨 이온과 결합함으로써 프로톤펌프와 칼륨 이온 결합을 방해해 위산이 분비되는 것을 차단한다. 식사 여부와 관계없이 복용 가능하고 약효 지속시간이 길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국산신약 자큐보는 제일약품과 동아에스티만 영업하고 유통한다는 사실도 의료계와 환자들에게 알린다는 방침이다. CSO(영업대행사)업계 관계자 F씨는 “일각에서는 제일약품이 일부 영업 물량을 CSO에 위탁한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며 “제일약품은 계열 CSO업체인 제일앤파트너스에도 영업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당초 11월 출시가 예상됐던 제일약품 P-CAB 제제 자큐보 협상이 마무리돼 다음 달부터 제일약품은 기존 케이캡, 펙수클루와 경쟁을 본격 진행할 전망이다. 제일약품과 동아에스티의 공동전선이 어느 정도 시장에서 수용될지 경쟁업체는 물론 제약업계가 주목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