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예상됐던 고시 발표도 과장 인사로 연기···업계, 일러야 11월 초 이후 시행 예상
제일약품, 올해 내 출시하려면 최소 10월 약평위 상정해야···高약가 or 신속 출시 결단 필요
연구개발 비중 높은 제약사 포함 여부 불투명···제일약품 연구개발비 비율은 작년 6.76%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제약업계 관심이 쏠려있는 혁신신약 약가우대 시행이 지연되는 가운데 국내개발신약인 제일약품 ‘자큐보정’이 우대 혜택을 받을 지 주목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당초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1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와 국무총리 직속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에 보고한 ‘신약의 혁신가치 적정보상안’ 세부 내용을 올 상반기 내로 확정할 예정이었다. 이같은 내용은 복지부의 국회 업무보고에서 일부 확인됐다. 하지만 산적한 현안 처리로 인해 복지부 내부 검토가 끝나지 않아 7월로 연기됐다. 이어 정책을 담당하는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이 교체되면서 다시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이날 자로 발령 받은 신임 송양수 보험약제과장은 1979년생으로 행정고시 50회 출신 정통행정관료다. 고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그는 문재인 청와대에 파견근무한 후 2019년 10월 질병관리본부 연구기획과장으로 복귀했다. 이어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 연구기획과장, 복지부 아동권리과장을 거쳐 지난해 2월부터 의료인력정책과장으로 근무해왔다. 윤석열 정부 핵심과제인 의대 정원 확대 실무를 맡은 송 과장은 공로를 인정 받아 최근 인사에서 보건의료정책국에서 건강보험정책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익명을 요청한 관가 관계자 A씨는 “송 과장은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좋아하는 과장급 중 한 명”며 “향후 보험약제과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송 과장은 사무관 시절 보험약제과에 근무한 경력이 없어 약제 업무에 생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자 오창현 과장이 약사 출신이어서 업무 적응에 빨랐던 것과 비교하면 일정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송 과장 업무 파악은 전례에 비춰보면 한 달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혁신신약 약가우대 방안을 골자로 한 고시는 9월 초 이후 발표돼 의견조회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회 기간은 2주지만 접수된 의견 등을 검토하는 기간을 합치면 역시 한 달 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이어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와 복지부 건정심을 거치면 11월 초 이후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참고로 심평원 약평위는 한 달에 한 번만 개최된다.
핵심은 이번 혁신신약 약가우대 적용 가능성이 예상되는 국내개발신약 약가책정과 시행 일정이 어떻게 정리되느냐로 요약된다. 해당 제약사 입장에서는 우대 방안 시행 후 높은 약가를 받은 신약 출시가 유리하다. 기존 시장에서 자리 잡은 약물과 경쟁하려면 1원이라도 높은 약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우대 방안 적용 가능성이 거론되는 신약은 제일약품 자큐보정과 종근당 ‘지텍’ 등이다. 지텍의 경우 천연물의약품이 국내개발신약에 포함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고 품목허가를 받은 지 2년이 경과된 상태다. 자큐보정은 제일약품이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를 통해 4월 하순 국내개발신약 37호로 허가 받은 품목이다. 이에 제일약품 자큐보정과 혁신신약 약가우대 상관관계를 분석하기 위해선 정책 내용과 시행 시기 두 가지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업계에 따르면 혁신신약이란 다국적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이나 또는 국내 혁신형 제약기업이 개발한 신약, 혁신형 제약기업에 준하는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으로 구분된다. 국내 혁신형 제약기업이나 이에 준하는 기준을 갖춘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을 대상으로 우대하겠다는 정부 구상으로 풀이된다. 즉 현재는 혁신형 제약기업이 개발한 신약도 우대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업계는 전했다.
제일약품은 혁신형 제약기업이 아니다. 혁신형 제약기업에 준하는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이 약가우대를 받는다는 것도 확정된 사항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자료에 연구개발 비중이 높은 제약기업이 개발한 신약에 약가우대를 추진한다고 제시됐지만 수시로 변경되는 정책 특성상 업계 입장에서는 안심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연구개발 비중이 높은 제약사 기준도 복지부가 어떻게 규정할지 알려진 내용이 적은 편이다. 제일약품의 연구개발비 대비 매출액 비율은 2021년 5.57%, 2022년 6.75%, 2023년 6.76%, 2024년 1분기 7.05%로 집계됐다.
만약 복지부가 검토하고 있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준하는 제약사 기준에 제일약품이 포함되면 약가 우대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구체적으로 약가 책정 과정에서 대체약제 가중평균가로 결정되는 관행을 탈피해 대체약제 가중평균가에서 대체약제 최고가 사이 약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참고로 자큐보정 경쟁약물인 HK이노엔 ‘케이캡’은 정당 1300원, 대웅제약 ‘펙수클루’는 정당 939원이다.
이처럼 복지부가 약가우대 대상을 확정 짓는 절차와 별도로 제일약품은 신속하게 자큐보정 출시를 서둘러야 할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자큐보정 급여를 심평원에 신청한 제일약품은 이달 두 번째 보완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8월 약평위보다는 9월이나 10월 약평위에 자큐보정 상정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제일약품 입장에서는 약가우대 대상 확정을 기다려 자큐보정 적용 여부를 확인하거나 또는 정책과 상관 없이 신속한 악가 결정에 주력하는 방안 중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제일약품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제일약품은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수집능력이 필요하다”며 “회사가 높은 약가를 선택할지 아니면 신속 출시에 올인할 지 결정에 앞서 경영진이 정보를 토대로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현실적으로 복지부가 연구개발 비중이 높은 제약사를 포함시킬 가능성은 높지만 여러 선택지를 놓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국산신약을 개발한 제일약품이 약가 책정 과정부터 능력을 검증 받게 될 전망이다.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진입을 앞에 둔 제일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