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지난해 연매출 3조원 유력
입사 3년5개월 만, 담서원 전무 승진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오리온 오너 3세인 담서원 전무로 승진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담 전무는 오리온의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 글로벌 사업을 지원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오리온이 지분 인수한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에서 성과를 내는 동시에 본업인 제과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남겨졌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지난해 연매출 3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내수 소비 위축에 따른 업황 악화 속에서도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개선되면서다.

오리온 최근 실적 및 담서원 전무. / 표=김은실 디자이너
오리온 최근 실적 및 담서원 전무. / 표=김은실 디자이너

◇3조 클럽 가시화···담서원 리더십 대두

증권가는 오리온이 지난해 매출 3조1003억원, 영업익 5445억원을 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4분기 매출은 8579억원, 영업익 1617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으로 예상된다. 앞서 오리온은 지난해 상반기 매출 1조4677억원, 영업익 2468억원으로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거둔 바 있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가성비, 번들 제품 확대 등 최근 경기 상황에 맞춘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성장 채널 중심의 유통 특화 전략을 구사하면서 오리온의 성장이 예상된다”면서 “각 법인의 수출 고성장이 매출 확대를 견인하는 한편 지난해 말 이후 한국의 가격인상 등이 이익 동반 성장 요인으로 작용했고, 특히 러시아는 올해 신공장 증설이 예정돼 실적 호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리온의 실적 상승 배경엔 담서원 전무가 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장남인 담 전무는 2021년 오리온 경영지원팀 수석 부장으로 입사하며 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의 경력을 살려 오리온 합류 이후 인공지능 물류 시스템 구축 등 물류 선진화 작업을 주도했고, 2022년 말 상무로 승진해 경영관리담당 임원으로 그룹의 국내외 사업 전략과 신사업 육성을 총괄해왔다. 특히 경영관리담당 임원은 기존에 없던 직책으로, 담 전무가 회사 내 성과를 입증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담 전무는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사내이사로 활동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오리온이 지난해 5485억원을 투자해 지분 25.73%를 확보한 바이오 기업이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바이오업계가 주목하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대표 업체로, 계약 규모만 10조원에 육박한다.

또 오리온은 2020년부터 중국 산둥루캉의약과 합자 회사 계약을 맺어 바이오 사업을 확대 중이다. 중국에선 대장암 체외진단, 국내에선 치과질환 치료제 등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담 전무는 그룹의 사업전략 수립과 관리, 글로벌 사업 지원, 신수종 사업 등 경영전반에 걸친 실무 업무를 수행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면서 “올해 계열사로 편입된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의 사내이사로서 주요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오리온의 전사적 관리시스템(ERP) 구축에도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뿐 아니라 오리온은 본업인 식품에서도 꾸준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증권가에선 지난해 4분기 오리온이 침체된 시장 대응을 위한 주요제품 위주 볼륨확대 전략이 주효해 내수 매출 성장률은 2.5%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에선 각각 15.5%, 9.5% 오른 것으로 예상한다.

◇바이오 성과, 제과 경쟁력 유지 필요

다만 바이오 사업은 초기 투자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장기적으론 그룹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론 경영 성과를 내기 어렵다.

국내 주요 과자/초콜릿류 시장점유율. / 자료=식품산업통계정보, 표=김은실 디자이너
국내 주요 과자/초콜릿류 시장점유율. / 자료=식품산업통계정보, 표=김은실 디자이너

현재 담서원 전무는 오리온홀딩스 지분 1.22%와 오리온 1.23%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선 담 전무가 그룹 내 입지를 넓혀 경영 승계 작업에 착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책임 경영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현재로서 담 전무는 바이오 사업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는 동시에 제과 부문의 경쟁력을 유지, 제2의 초코파이를 발굴해야 하는 과제가 남겨졌다.

제과 부문에서도 오리온의 대표 제품이 수년째 초코파이에 불과하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닐슨코리아가 지난 2023년 집계한 결과 반생초코케이크 시장점유율 1위는 초코파이(32.96%)였다. 오리온의 주력 상품인 비스킷, 스낵과자, 초콜릿 등 부문에선 각각 해태 홈런볼, 농심 새우깡, 롯데웰푸드 빼빼로 등이 1위를 차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식품 기업들이 내수 시장이 침체돼 해외로 시장을 돌리고 있고, 오리온도 해외서 더 두드러진 성과를 내는 중”이라며 “오리온의 제과 실적이 견조하고 바이오 사업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담 전무의 경우 초고속 승진이란 시선이 짙은 만큼 얼마나 성과를 낼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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