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령·임상민 자매, 역할 분리로 안정적 사업 전개
김치, 김 등 식품 글로벌화···바이오 육성도 주력 중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대상그룹의 임세령 부회장과 임상민 부사장의 자매 경영이 굳건해지고 있다. 임세령·임상민 자매는 종가·청정원·미원 등 식품 메가 브랜드들을 이끌면서 그룹의 경영, 신사업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임세령 부회장은 2012년 대상의 식품사업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직책을 맡으면서 그룹에 참여했다. 이후 식품사업총괄 사업전략담당중역과 식품BU 사업전략담당중역, 식품BU 마케팅담당중역 등을 거처 2021년 대상·대상홀딩스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임세령·임상민, 역할 분리 통해 사업 확대 가속
동생인 임 부사장은 지난 2009년 대상에 입사해 경영혁신 관련 업무를 수행했고, 지난 2023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임 부회장은 2014년 청정원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위해 대규모 리뉴얼 단행, 2016년 안주야 출시를 주도하며 안주 가정간편식 시장을 개척했단 평가를 받고 있다. 임 부사장은 실무형 리더십으로 국내외 경영 환경에 즉각 대응한 것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실적도 탄탄하다. 대상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3.6% 늘어난 4조2544억원, 영업익은 47.1% 증가한 1820억원으로 기록됐다. 소비자 니즈와 온라인 변화 대응, 글로벌 내식 수요 증가에 따른 편의식, 소스 등 제품 매출이 늘어나며 3년 연속 4조 클럽에 안착했다. 또 알룰로스 등 전분당 스페셜티 사업 확대와 바이오 사업 시황 개선, 라이신 수요 증가 등이 대상 실적을 이끌었다.
그간 대상그룹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가다가 2020년부터 임상민 부사장이 등기이사로, 이듬해 임세령 부회장이 대상홀딩스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며 본격 자매 경영 시대를 열었다. 대상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임상민 부사장이다. 임 부사장은 지분율 36.71%를 보유하며 그룹 내 높은 지배력을 보이고 있다. 임 부회장은 20.41%로 2대주주다.
유통업계 안팎에선 임 부사장이 승계 구도를 굳히고 있단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대상그룹은 경영 승계보다는 두 자매의 역할 분리를 통한 사업 안정화에 초점을 두는 분위기다. 임 부사장이 전체적으로 사업 계획을 짜면 임 부회장이 지주사에서 후방 지원을 펼치는 방식이다. 현재로서 대상그룹의 경영 방식은 이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상 브랜드 중 자매 경영 시너지가 가장 드러나는 부분은 김치 사업이다. 대상은 국내 최대 김치 업체이자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식품사다. 수출액만 2016년 7900만달러에서 지난해 1억6400만달러로 급증했다. 지난 2022년부터는 브랜드명을 국내외 ‘종가(JONGGA)’로 통합해 김치 세계화를 주력하고 있다.
특히 국내 김치 최초로 할랄 인증과 코셔 인증을 받았다. 해외법인을 통해 김치뿐 아니라 장·라면·편의식·육가공·김·소스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앞서 대상은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식품 박람회 ‘시알 파리 2024’에서 종가 김치 스프레드, 김치 크런치 바이츠, 종가 백김치, 종가 ABC(사과·비트·당근 김치) 등을 통해 대상만의 차별화 제품을 선보였다.
대상은 미국과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나 남미 등 원거리 지역으로까지 수출선을 다변화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미국 현지에 대규모 김치 공장을 완공했고, 미국 현지 식품업체 럭키푸즈를 인수해 추가 생산기지를 확보했다. 또 유럽 국가들이 포장김치 주요 수출국으로 급부상하고 있어, 지난 2023년 폴란드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폴란드 신규 김치 공장은 올해 준공할 예정이다.
◇올해 키워드는 식품 글로벌화, 바이오 육성
올해도 대상은 임 사장이 힘을 싣고 있는 식품사업부문의 글로벌화에 힘을 실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동시에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바이오 분야 육성에도 무게를 실을 전망이다.
임정배 대상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국내 시장은 경제 성장률 둔화와 저출산·고령화 현상으로 지속적인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우리의 시장 포트폴리오를 성장 잠재력이 있는 해외로 다각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글로벌 환경 관점에서도 자국 중심주의의 정치 환경 변화와 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기인한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를 위해서도 현지화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 다각화가 필수적”이라며 “글로벌 경쟁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전 부문에서 핵심 역량 개발에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대상은 ‘김’ 사업도 주력하고 있다. 대상은 현재 인도네시아와 중국, 베트남, 미국, 뉴질랜드 등 30여개국에 김을 수출하고 있다. 대상의 수출 포함 지난해 해조류가공품 매출은 약 1530억원으로, 2020년(650억원)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도 김에 대한 현지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현지 공장 준공,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또 대상은 오푸드(O’food)를 통해 ‘코리안 스트리트 푸드’ 라인을 론칭했다.
특히 대상홀딩스가 지난 2023년 75억원 규모를 투자한 앰틱스바이오의 경우 최근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앰틱스바이오는 미생물 감염병과 관련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신약 개발 기업이다. 앰틱스바이오는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고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상장주관사는 대신증권, 유진투자증권이다. 대상그룹은 앰틱스바이오와 의료미용시장을 개척하고 면역 분야의 신약과 생체적합 신소재를 활용한 약물전달플랫폼 기술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대상 관계자는 “기존 주력하던 김치, 김 등 글로벌 확대에 주력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전 세계인들의 입맛과 니즈에 맞는 차별화된 제품을 출시해 글로벌 K-푸드 시장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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