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비전 아워홈 3000억원가량 지원 검토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 우선매수권 행사 변수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한화그룹 3남 김동선 부사장이 아워홈 인수를 추진 중이다. 한화는 1조5000억원을 투입해 김 부사장이 추진하는 푸드테크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한화가 아워홈을 인수하면 그룹사 시너지, 단체금식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예상대로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동선 부사장이 아워홈 인수를 추진 중이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김동선 부사장이 아워홈 인수를 추진 중이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경영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한화는 아워홈 가치를 1조5000억원으로 책정했다. 매입 지분 물량은 100%다.

◇한화, 아워홈 인수하는 이유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앞서 지난 2020년 급식 및 식자재 유통 사업을 약 1000억원에 매각했다. 아워홈을 인수하면 사실상 한화가 5년 만에 단체 급식 시장에 재진출하는 셈이다.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지난 2023년 기준 6조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단체 급식 시장은 삼성웰스토리와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등 5개 업체가 시장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단체 급식 시장은 현금창출력이 높다. 영업이익률은 낮지만 단체 급식 시장 업황 자체가 크게 요동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아워홈이 시장점유율과 매출 모두 삼성웰스포리에 이은 업계 2위 기업이라는 점에서, 한화가 아워홈을 인수하면 단번에 2위 사업자로 오르게 된다. 특히 한화그룹은 범LG가로서 계열사 급식사업장을 다수 운영 중이다. 대표적으로 캡티브와 LG, LS, GS, LX 등 5개사가 아워홈 전체 계약 물량의 40%를 차지한다.

무엇보다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그룹의 알짜 사업들을 맡았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한화그룹 계열사 간 사업재편이 이뤄지면서 한화그룹 3형제의 승계 작업이 진행됐다. 당시 한화는 장남 김동관 부회장에게 그룹 내 태양광·방산·화학 부문을,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에겐 금융 부문, 김 부사장은 유통·호텔을 관할하는 방향으로 정리했다.

김 부사장은 그룹 내 알짜 사업들을 맡았지만 유통·호텔 사업은 매출 규모가 지난 2023년 기준 1조1688억원으로, 그룹 전체 매출의 2% 수준에 불과하다. 한화갤러리아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3631억원으로 전년 대비 25%가량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10억원가량으로 전년 대비 87%가량 감소했다. 따라서 김 부사장이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성과를 기반으로 그룹 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예상보다 어려운 아워홈 인수 과정

최근 한화는 구지은 아워홈 전 부회장에게 마지막으로 매각 의사를 묻는 취지의 내용 증명을 보냈다. 구지은 전 부회장의 아워홈 지분 20.67%와 차녀 구명진 전 이사의 지분 19.6%가 대상이다.

현재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과 구미현 회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주식매매걔약(SPA)을 맺고 주당 6만5000원에 아워홈 주식을 매도하기로 했다. 계약이 성사되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지분 58%가량을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한화비전은 2500억~3000억원가량을, 김 부사장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크레딧솔루션(ICS)를 우군으로 확보했다. ICS는 2000억~3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나머지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자본총계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조160억원이다. 현금으로 비교적 단기간 전환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2355억원이다.

아워홈 지분율. / 표=김은실 디자이너
아워홈 지분율. / 표=김은실 디자이너

변수는 구지은 전 부회장의 우선매수권 행사다. 아워홈 정관에 따르면 기존 주주가 주식을 양도할 경우 주주 명부상 다른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주식을 양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재 아워홈은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지은 전 부회장이 20.67%, 구미현 회장이 19.28%, 구명진씨가 19.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아워홈 매각을 막겠다는 의지가 강한 상태다. 현재 구 전 부회장 측은 어펄마캐피탈을 비롯한 다양한 재무적투자자들과 자금 조달을 논의하고있다.

유통업계에선 한화가 책정한 아워홈 몸값이 높다고 지적한다. 아워홈의 경쟁사인 CJ프레시웨이와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 등의 최근 4개 분기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평균은 2.91이다. 아워홈의 기업가치는 동종 업계 5배를 넘는다. 또 한화는 ICS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알졌다. 한화가 아워홈을 인수하더라도 수천억원의 자금을 갚기 위해선 가시화된 성과를 내야 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다양한 부문의 사업을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아워홈 관계자는 “별다른 입장 없다”고 짧게 답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