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29일까지 아워홈 인수 대금 마련
구지은 전 부회장, 줄곧 매각 반대 의사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아워홈 인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부사장은 매각 대금을 마련해 급식업 재도전에 나서겠단 계획이지만, 아워홈 매각을 놓고 오너 간 입장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화가 아워홈을 인수해도 경영권을 둘러싼 공방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의 최종 인수를 앞두고 있다. 한화는 지난 2월 임시 이사회를 열고 아워홈 오너 일가인 구본성 전 부회장(39.56%)과 구미현 회장(19.28%)이 보유한 지분 58.6%를 8695억원에 양수하기로 했다.
분할매수 계획에 따라 한화는 우선 이달 29일까지 인수 대금(50.6%) 7508억원을 1차 지급하고, 나머지 8%는 2년 뒤 매수할 예정이다. 현재로서 한화는 1차 딜 클로징은 차질 없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앞서 아워홈 경영권 지분 인수를 위해 ‘우리집에프앤비(가칭)’라는 특수목적법인(SPA)를 설립, 주식매매 계약상 당사자 지위와 권리·의무를 이전받을 예정이다. 출자목적물은 보통주 25만주, 출자금액은 2500억원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인수 과정에서 직원들의 고용 승계도 약속했다. ‘거래 종결 이후 확약’ 내용에는 고용 유지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매수인은 3년 동안 계약기간이 정해진 직원을 제외한 소속 직원과 고용 관계를 정당한 사유 없이 해지하거나 변경, 중단, 정지 등 고용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워홈은 단체급식 시장 2위 사업장이다. 회사는 단체급식과 외식, 식자재 유통, 식품 제조 등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아워홈은 범LG가로서 LG그룹과 GS그룹, LS그룹 등 대기업 단체급식과 식자재 유통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한다. 고객사만 4000여곳이다.
특히 아워홈이 영위하는 사업은 경기 변동에 대한 영향이 적다. 또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보유하고 있어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리조트 부문의 수요 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아워홈은 지난해 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 실적을 냈다. 아워홈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3.1% 증가한 2조244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익은 원가와 인건비 등 운영비용 상승 이유로 전년 대비 5.9% 줄어든 887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워홈은 미국과 중국, 베트남, 폴란드, 멕시코 등 5개 국가에서 100여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워홈은 해외서도 K-푸드 확대에 나서며, 지난해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3% 오른 2239억원을 기록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단체급식, 식자재 유통 등 최근 성장하고 있는 식품산업을 공략해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동시에 보다 높은 품질의 F&B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인수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한화 유통 서비스 부문과 아워홈의 다양한 시너지를 통해 국내외 식품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구지은 아워홈 전 부회장이 어떤 카드를 꺼낼지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줄곧 아워홈 매각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구 전 부회장은 고(故) 구자학 명예회장의 1남3녀 중 막내로, 아워홈의 사업 재편을 통해 회사를 성장시키며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 다만 지난해 6월 장기간 지속된 남매 경영권 다툼에서 밀려나 부회장 직책을 내려놓았다.
구 전 부회장은 지난 12일 본인 페이스북에 아워홈 경영권 갈등 관련 기사를 공유하면서 “또 다른 소설이 나왔다”면서 “클로닝 날짜는 임박해 오는데 돈도 없고, 되는 게 없으니 애쓴다. 매각하라고 협박하더니 이제는 허위 기사도 조급해 보인다”고 적었다.
또 “대기업과 손잡고 조폭 행세를 한다”면서 “내가 낸 국민연금을 받아 투자하는 PE(사모펀드)가 주식을 매각하라고 주주를 협박하는 웃픈 현실이다. 사업도 투자도 철학과 신념을 갖고 해야 하는데, 돈이면 다가 아닌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다만 구지은 전 부회장은 법원에 지분 매각을 중단해달라고 가처분신청을 내거나 우선매수권 카드를 쓰는 방안은 포기한 것으로 관측된다. 구 전 부회장은 아워홈 지분 20.67%에 구명진씨 지분 19.6%를 포함하면 40.27%에 달한다. 구 전 부회장이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회장의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선 87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한데, 마땅한 재무적 투자자를 찾기 쉽지 않아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다.
유통업계 안팎에선 구 전 부회장이 보유한 우선매수권 법적 유효성 관련 반신반의한 의견이 나온다. 아워홈 정관의 우선매수권이 ‘주식의 타인 양도를 제한한다’는 상법에 위반된다는 해석이 나와서다.
만약 구 전 부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려면 아워홈 이사회 승인이 필요하다. 현재 아워홈 사내이사는 구본성 전 부회장의 장남인 구재모씨, 구미현 회장과 남편인 이영렬씨 등이다. 즉 이사회가 모두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회장 측 인사다. 또 이번 계약으로 이사회 의결권 행사에 대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구지은 전 부회장이 우선매수권 카드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구지은 전 부회장은 고 구자학 명예회장의 총애를 받아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던 터라 아워홈을 쉽게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한화그룹과 구지은 전 부회장의 법정 분쟁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한화 입장에선 구 전 부회장의 지분을 희석하는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