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코벨, 이달 중순 ‘타코벨 강남점’ 오픈
캘리스코 타코벨 경영권 KFC코리아로 옮겨져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이 2대 주주로 있는 캘리스코가 지난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구 전 부회장은 캘리스코를 통해 재기 발판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11년간 운영해온 타코벨의 영업권을 KFC코리아에 내주며 상황이 녹록지 않게 됐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KFC코리아는 9월 중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타코벨 강남점을 오픈한다. 타코벨 강남점은 KFC코리아가 올 4월 KFC와 타코벨의 모기업인 얌 브랜드(Yum! Brands) 본사와 한국 내 타코벨 MF(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한 뒤 처음 여는 매장이다.
타코벨은 한국에 진출한지 30년이 지났다. 피자헛을 국내 들여왔던 고(故) 성신제 대표가 동신기업을 운영하던 시절 국내 운영권을 따내며 첫 매장을 열었다. 이후 2014년 복수사업자로 아워홈 자회사였던 캘리스코를 선정했다. 현재 타코벨은 캘리스코가 운영하는 매장 9개가 전부다.
캘리스코는 지난 2009년 아워홈의 외식사업 부문 사보텐을 물적분할해 설립된 회사다. 캘리스코는 타코벨과 사보텐, 히바린, 리퍼크 등 외식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아워홈 경영권을 갖고 있던 시절 타코벨 매장 규모를 50개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과 함께 성장에 제동이 걸렸고, 계약 종료 이후엔 매장 정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타코벨은 이달 중순 아시아 최초 바(bar) 콘셉트로 매장을 연다. 타코벨 메뉴와 서울 저녁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낮에는 타코와 퀘사디아, 부리또 등 다양한 타코벨 메뉴들을 즐길 수 있고, 저녁엔 주류와 야식을 판매한다.
한종수 KFC코리아 타코벨 사업 본부장은 “타코벨 더강남은 아시아 최초로 바를 갖춘 풀 스케일 타코벨 매장으로 젊고 세련된 모습의 새로운 타코벨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글로벌 타코벨 메뉴뿐 아니라 한국 시장을 위한 특별한 신메뉴들도 순차적으로 준비 중이며, 앞으로 타코벨만의 최고의 음식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통업계에선 KFC코리아가 신호상 대표로 선임된 후 사업이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코벨이 예전과 다른 성과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기존 메뉴인 핫크리스피 치킨에 피자 토핑을 올린 신메뉴 켄치짜 등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부터 가맹점으로 전환한 KFC는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 오른 1687억원을 기록했다.
캘리스코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5% 증가한 513억원, 영업익은 3% 오른 11억3988만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최대주주는 지분 50%를 보유한 벤처캐피털(VC) 겸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다. 아워홈 4남매 중에선 차녀 구명진씨와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이 주주로 올라있다. 구 전 부회장은 2대 주주로 지분 23%, 구명진씨는 17.75%를 보유 중이다.
캘리스코는 지난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음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캘리스코 이사회에 사내이사로 합류했고, 올 1월 한국맥도날드 부사장을 역임한 유석민 대표를 영입했다. 현재 캘리스코 경영권은 유 대표가 쥐고 있지만, 구 전 부회장은 직간접적으로 경영을 관여하고 있다.
일각에선 구지은 전 부회장이 아워홈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난 후 캘리스코를 통해 재기 발판을 마련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캘리스코의 포트폴리오 중 하나인 타코벨 운영권이 KFC코리아로 넘어갔다는 점에서, 구 전 부회장이 재기하긴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현재 구 전 부회장은 한화 품에 안긴 아워홈을 향해 쓴소리를 내비치고 있다. 구 전 부회장은 한화 인수 때부터 개인 SNS를 통해 “사업과 투자는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해야 한다”면서 “돈이면 다가 아닌 것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최근 신세계푸드 급식사업 인수에 대해선 “급식 사업에서 가장 어리석은 전략은 동종사의 영업권 인수”라며 “아워홈의 핵심 경쟁력은 2000식 이상 대형 점포의 운영 능력인데, 이런 아워홈의 핵심 기술력을 현 경영진이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선 구지은 전 회장이 캘리스코를 기반으로 재기하려면 주요 브랜드를 비롯한 전체 실적을 안정적으로 가져가야하는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구 전 부회장이 푸드테크에 관심을 보여왔던 만큼, 관련 신사업에 진출할 가능성도 높다. 캘리스코는 지난해 말 기준 유동자산 62억원가량을 보유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구지은 전 부회장이 아워홈에 애착이 많았다”면서 “타코벨 경영권까지 넘어간 상황이라 포트폴리오를 구축, 신사업 마련을 통해 사업구조를 탄탄하게 해 캘리스코를 통해 재기 발판을 마련하는데 힘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