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수협과 MOU···김 산업 고도화
주요 식품사들, 김 육상 기술 개발 한창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검은 반도체’로 불리는 김이 K-푸드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굵직한 식품사들이 김 육상 양식 기술 개발에 한창인 가운데 오리온은 수협중앙회와 손잡고 김 가공 합작법인 설립을 예고했다. ‘김’을 둘러싼 식품사 간 선점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산물 가운데 ‘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찾은 수출 효자템으로 등극했다. 김은 검은 반도체란 별명까지 붙으며 전 세계인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수협과 손잡은 오리온, 김 사업 뛰어든다

전 세계에서 김을 대규모로 상품화해 판매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개국이다. 특히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김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한다. 일본은 280g 내외 두께의 김을 만드는데 특화돼 있다면, 우리나라는 200g부터 330g까지 10g 단위로 김의 두께를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김 수출량, 수출액 추이. / 표=정승아 디자이너
최근 5년간 김 수출량, 수출액 추이. / 표=정승아 디자이너

K-푸드의 인기가 급증하면서 김 수출량도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올 6월 말 김 수출량은 2만550톤, 수출액은 5조9436억달러(약 8183조원)로 집계됐다.

대표적인 김 브랜드로는 동원F&B(양반김)과 CJ제일제당(비비고 김), 대상(청정원 김) 등이 있다. ‘만전김’으로 알려진 고급 김 제조업체 만전식품과 ‘지도표 성경김’으로 유명한 성경식품, ‘해농김’을 만드는 해농 등은 현재 사모펀드가 인수한 상태다.

오리온은 수협중앙회와 업무협약(MOU)를 통해 김 산업 고도화 및 안정적인 수산물 소비처 확보를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수협의 원물 공급력·수산업 네트워크와 오리온의 식품 가공·브랜드 개발력, 글로벌 유통 역량을 결합해 국산 김을 중심으로 시너지를 내겠단 전략이다.

오리온과 수협은 연내 TF를 구성해 법인 설립 방식, 출자 구조, 제품 기획, 공장 설계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두 회사의 목표는 국산 김을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수산식품 브랜드 공동 개발과 국내외 시장 공략, 어업인 소득 증대다.

이번 협약은 수협이 오리온 측에 제안하며 이뤄졌다. 오리온은 해외 매출 비중이 68%에 달하고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인도 등에 글로벌 생산·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양사는 합작법인 설립 후 고부가가치 수산물 상품화, 공동 제품 개발 및 브랜드화, 수산물 가공 제품의 해외 유통 판로 확대, 생산 기반 조성 등에서 협력할 방침이다.

노동진 수협중앙회 회장은 “이번 협력은 수협이 가진 수산물 원물 공급 역량과 오리온의 글로벌 식품 가공·유통 전문성이 결합된 매우 이상적인 모델”이라며 “국내 어업인의 안정적인 소득 증대는 물론,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소비자에게 한국 수산물의 가치와 맛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리온은 올 1분기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 4809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 ADC(항체·약물 접합체) 전문기업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한 덕에 오리온 순이익이 10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늘었다. 지난해 오리온 순이익은 53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5%나 증가했다. 

앞서 오리온은 2016년 농협과 생산법인 ‘오리온농협’을 설립하고 국산 농산물을 활용한 프리미엄 간편 대용식 브랜드 ‘마켓오네이처’를 선보여 국내는 물론 해외로 시장을 넓히며 성공적인 합작모델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은 “국산 수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글로벌 시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수협과 적극 협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K-푸드 수출 효자 ‘김’에 쏠리는 관심

유통 대기업들도 김을 제2의 캐시카우로 삼고 있다. CJ제일제당과 대상, 풀무원 등은 김 육상 기술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김 육상 양식은 육상에 해양과 유사한 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성해 김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안정적인 품질관리와 친환경적인 생산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상과 풀무원은 최근 해양수산부 주관 ‘지속가능한 우량 김 종자 생산 및 육상양식 기술개발’ 국책 연구개발(R&D) 과제의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향후 5년간 35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R&D 프로젝트다.

대상은 전남·전북·충남 등 3개 지자체와 공주대·포항공대 등 12개 대학 연구소, 하나수산 등 11개 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통해 사업을 추진한다. 오는 2029년까지 기술개발과 상용화 시스템을 마련하고, 2030년부터 육상양식으로 수확한 김을 상품화하는 것이 목표다. 풀무원은 국립공주대·포항공대·대상과 함께 ‘김의 연중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 및 품질 관리’ 과제에 참여한다.

CJ제일제당은 올해부터 김 육상 양식 기술 개발을 위한 지자체·대학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월 전남도·해남군과 컨소시엄을 구축하고, 김 관련 기술 개발·김 산업의 육성 및 생산물 유통 활성화 촉진 등을 위해 협력한다. 지난 3월엔 인천시·인천대와 김 육상 양식 연구를 포함한 해양수산 발전 등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김은 K-푸드 열풍 확산에 따라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라면서 “주요 해외 매체들이 김을 슈퍼푸드로 소개하며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식품사들이 김 육성을 통해 관련 시장을 선점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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