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검찰 송치 284명 중 의사가 269명”···복지부, 곧 수수 의사 명단 통보받을 듯
의료계 “통보 시점 일러, 의정갈등 여파”···제약업계도 리베이트·세무조사 내용 파악
복지부 “법원 확정판결 이후 처분이 원칙”···업계, 복지부 움직임 등 향후 추이 주목 분위기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경찰이 고려제약으로부터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의사 269명 명단을 보건복지부에 통보한다고 밝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서울지방경찰청은 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인 고려제약 리베이트 사건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서울경찰청은 리베이트 사건 입건자 346명 중 284명을 검찰에 송치했으며 이중 구속 송치는 2명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송치된 284명 중 의사는 269명이다. 이에 의사 명단을 주무부처인 복지부에 통보한다는 경찰 설명이다. 단, 경찰은 고려제약 리베이트 제공 혐의와 관련한 전체 액수에 대한 질문에 확인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경찰이 리베이트 수수 혐의를 받는 의사 명단을 복지부에 통보하는 것은 관행이다. 단, 수사가 완전하게 종료된 후 통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거 경찰은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기 때문에 즉 동일 사건을 검찰이 다시 수사하기 때문에 수사 결과 통보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고려제약 리베이트 사건에서는 관행보다 이른 시점에서 리베이트 수수 의사 명단을 복지부에 통보했다는 점을 업계 소식통들이 주목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계 관계자 A씨는 “이번 통보는 너무 시점이 일러 과거 리베이트 사건과 구별된다”며 “의정갈등 여파가 작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2월 20일 경부터 전공의들이 진료 현장을 이탈한 의료대란이 진행하며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지속돼왔다. 이같은 의료대란과 의정갈등이 이번 고려제약 리베이트 사건 결과의 조기 통보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 의료계 일각의 시각이다.
유사한 관측은 제약업계에서도 제기된다. 이번 사건은 고려제약에 해당되지만 현재 물밑에서 진행되는 사건 등이 파악되고 있어 무조건 남의 일로만 간주할 수 없다는 토로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최근 노원구 대형병원 리베이트 사건이 노원경찰서에서 서울북부지방검찰청 형사부로 이첩됐고 국세청이 발표했던 16개 업체 세무조사 건과 맞물려 어떤 업체가 어떻게 적발될지 모르기 때문에 각 사건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16개 업체 세무조사 건은 올 7월 이후 조사 받은 C제약사와 D제약사가 해당될 가능성이 높을 뿐 자세한 내용이 알려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제약업계 관계자 E씨는 “경찰의 의사 명단 통보는 간단한 차원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라며 “269명은 단일 리베이트 사건치고 규모가 크며 의사 사회 특성상 행정처분에 그치지 않고 정부나 제약업계와 연관된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어 주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E씨는 “의사들은 이름 공개를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출보고서에 이름이 올라가기 때문에 제약사 영업사원과 식사도 같이 안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즉 의사 269명 행정처분은 전체 제약사와 연관돼 거론될 수 있으며 의사 사회를 결집할 수 있는 주요 사안이라는 업계 분석이다. 자칫 의정갈등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의료계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 우려다. 예를 들어 의사와 접촉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제약사 영업사원 출입금지가 시행되면 제약사만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관측에 대해 복지부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에 대한 행정처분과 유사하게 수수 혐의를 받는 의사도 법원 확정판결 이후 처분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 F씨는 “과거 법원 판결 이전 복지부가 행정처분을 내린 조치에 대해 행정소송이 들어와 패소한 전례가 있다”며 “마약사범 등 사회적 물의를 빚은 사례를 제외하면 확정판결 이후 처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로부터 리베이트 사건 결과 등을 접수하는 복지부 약무정책과는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아직 수사 결과를 통보받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관행상 실제 통보는 2~3일 소요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의료계 관계자 G씨는 “복지부가 당장 269명을 대상으로 행정처분을 하지 않더라도 명단 통보는 해당 의사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의정갈등을 사유로 269명에 대한 불이익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리베이트 사건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도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4월 하순부터 수사를 받고 있는 고려제약은 별도재무제표 기준 올 상반기 매출 383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8.3% 감소했다. 2분기만 보면 매출 190억원을 올려 12.1% 하락했다.
결국 법원 확정판결 후 처분 원칙을 강조한 복지부가 경찰의 의사 269명 명단 통보 후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 조만간 발표될 고려제약 3분기 실적에 리베이트 수사가 어떤 영향을 줬느냐에도 업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