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경찰서, 대형병원 전공의 리베이트 수사···9일 수사1과→수사2과 변경하며 사건 집중
업계 “경찰이 막대한 자료 병원에 요청”···수사 대상 비타민 주사제→전체 품목 확대 여부 주목
고려제약 리베이트, 압색 일주일만에 22명 입건···업계 “의혹 품목 CNS냐 아니냐 관심”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제약업계가 최근 잇따른 경찰의 리베이트 수사에 당혹해하고 있다. 특히 노원경찰서 수사 대상이 기존 전공의에서 제약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예고돼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지방경찰청이 고려제약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서울 노원경찰서가 대형 A병원 전공의 리베이트 건을 수사하고 있다. 업계는 이같은 사건이 직간접적으로 의료대란과 관계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수사 개시 시점과 원인은 다르지만 일단 개시된 의사 관련 리베이트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사정당국 역할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2월 20일을 전후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후 현장을 떠나며 의료대란이 진행되자 사정당국은 의사를 타깃으로 관련 정보를 탐문하고 내사나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에서 주목되는 것은 검찰이 아닌 경찰이 나섰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업계 소식통 B씨는 “검찰에서 리베이트 수사는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식품의약범죄조사부가 대표적이지만 기존 경동제약과 경보제약 수사 마무리에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자연스럽게 경찰이 맡았고 지휘부도 관련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제약업계 입장에서는 연매출이 800억원을 갓 넘은 고려제약 대상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A병원 건도 이미 무혐의로 종료했던 내용을 다시 수사하고 있어 부담이 된다는 호소다. 의료대란 여파로 타깃이 의사에 맞춰져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제약사에도 직접 피해가 있다는 주장으로 판단된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정부와 의료계가 힘겨루기를 하는 과정에서 힘 없는 제약사들에게 여파가 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사들이 먼저 영업사원에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알려진 A병원 전공의 리베이트 사건은 향후 수사 방향이 중요하다는 게 복수의 업계 소식통 전언이다. A병원 동향에 밝은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노원경찰서가 병원에 요청한 자료가 방대한 물량”이라며 “제약사들이 병원에 납품한 의약품 등 구체적 자료를 경찰이 확보했다”고 전했다.
노원경찰서도 기존 수사1과가 진행하던 A병원 전공의 리베이트 사건을 전날 수사2과에 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원경찰서는 사건에 보다 집중해 진행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경찰서 관계자 E씨는 “병원에 납품한 제약사의 경우 그동안 자료 검토 등 내사만 했다”며 “차후 더 검토할 자료가 많은 상태”라고 말했다.
앞서 노원경찰서는 A병원 전공의들이 회식비나 야식비 등을 제약사가 대신 내주는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수수했다는 혐의를 갖고 올 3월부터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경찰의 이번 수사는 3번째다.
제약업계 소식통 B씨는 “이미 전공의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는데 향후 핵심은 전공의에서 납품 제약사로, 기존 특정과에서 다른 진료과로 수사가 확대되느냐 여부”라며 “노원경찰서 담당 과가 변경됐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F씨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기존 알려졌던 비타민 주사제 납품 업체에서 다른 품목 공급업체로 확대되느냐가 중요하다”며 “A병원이 대형이어서 의약품을 공급하는 제약사들이 적지 않은 규모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고려제약 리베이트 건 역시 서울경찰청 압수수색 이후 일주일여만에 의사 14명과 회사 관계자 8명 입건이 알려지면서 또 다른 여파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고려제약이 리베이트 제공 의혹을 받는 품목군이 CNS(중추신경계)냐 아니면 다른 품목이냐가 핵심”이라며 “품목군에 따라 다른 제약사에도 일정 여파가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결국 수사가 개시된 시점과 원인에 관계 없이 경찰의 의사 대상 리베이트 수사는 성과를 내기 위해 인력 등을 투자하며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노원경찰서의 수사 부서 변경이 단적인 예다. A병원에 납품하는 제약사들과 의약품 시장에서 고려제약과 경쟁하는 업체들이 사건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전공의들이 스스로 ‘을’이라고 하지만 진짜 ‘을’은 제약사”라며 “한번 리베이트 사건이 발생하면 여파가 예상 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어 사태를 주목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