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치매치료제 시장, 4000억원 육박···70% 점유 성분 ‘도네페질’, 연처방 3000억원 넘어
고려제약 치매약 ‘뉴로셉트’, 수사 대상 거론···6월부터 처방액 2억원 하락, 수사 여파 분석
7월 누적 처방액, 에자이·대웅바이오·삼진·제일·환인···향후 수사 진행과 처방액 변화 주목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의사에게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고려제약 치매치료제가 최근 처방 감소 추세로 확인됐다. 전체 처방 순위는 한국에자이와 대웅바이오, 삼진제약 순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치매치료제 시장 규모는 의약품 시장조사 전문기관 ‘유비스트’ 기준 4000억원에 육박한 상황이다. 이중 70% 가량을 점유하며 연간 3000억원 원외처방금액을 기록하는 성분은 ‘도네페질’이다.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효과를 나타내는 도네페질 성분의 주요 품목은 오리지널인 한국에자이 ‘아리셉트’와 대웅바이오 ‘베아셉트’, 삼진제약 ‘뉴토인’ 등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치매치료제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네페질 성분은 경구용과 패취제 등 다양한 제형이 있는데 일부 업체들이 패취제 개발에 주력하는 상황”이라며 “2위인 메만틴 제제도 시장이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찰이 지난 4월 하순부터 고려제약을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수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업계를 중심으로 리베이트 수사 대상에 치매치료제 ‘뉴로셉트’가 거론되는 것이다. 도네페질 성분의 뉴로셉트는 지난해 초 퇴출된 ‘뉴로메드정’과 ‘뉴로메드시럽’, ‘뉴로메드정400mg’ 등 ‘옥시라세탐’ 제제 3개 품목에 이어 현재 고려제약 CNS(중추신경계) 제품 중 가장 매출이 높은 품목으로 분석된다.
이에 시사저널e가 단독 입수한 유비스트 자료에 따르면 고려제약 뉴로셉트 원외처방금액은 최근 하락 추세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올해 월별 처방액을 보면 1월 4억 8000여만원, 2월 3억 6000여만원, 3월 3억 3000여만원, 4월 3억 1000여만원, 5월 3억 5000여만원, 6월 2억 7000여만원, 7월 2억 6000여만원으로 집계됐다. 리베이트 수사가 대외적으로 알려진 시점이 4월 하순인데 6월과 7월 두 달 처방액이 2억원대를 기록한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최고 5억원에 육박했던 뉴로셉트 월별 처방액이 6월부터 2억원대로 떨어진 것은 리베이트 수사가 알려진 것이 원인으로 판단된다”며 “언론을 통해 수사 상황이 알려지면서 의사들이 처방에 소극적으로 전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진료 현장 분위기는 처방 실적과 유사한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뉴로셉트 처방액이 20% 가량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참고로 고려제약은 올 상반기 383억원 매출을 달성하며 전년대비 8.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8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2.61%로 전년대비 1.55%p 올랐다.
이와 별도로 도네페질 성분의 올 들어 7월 말까지 처방액을 제약사별로 보면 한국에자이와 대웅바이오, 삼진제약, 제일약품, 환인제약 순서로 파악된다. 구체적으로 5개 제약사 처방액은 615억 6000여만원, 177억 7000여만원, 60억 9000만원, 45억 1000여만원, 42억 4000여만원 순이다. 한국에자이 아리셉트는 2021년과 2022년에 이어 지난해도 70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꾸준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도네페질 성분 의약품은 유비스트 기준, 지난해 처방액이 3050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성장하고 있다”며 “올 7월 누적 처방액은 1850억원으로 집계돼 최종 매출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결국 경찰이 4개월여 진행 중인 고려제약 리베이트 수사 여파가 일정 부분 확인됐다. 향후 수사가 이어질 경우 처방이 필요한 일부 전문의약품 실적이 하락할 가능성이 전망돼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