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가공세·경기침체 영향···암울한 석유화학 업계 실적 전망
금호석유화학, 석화 '빅4' 중 나홀로 영업이익 상승 예상
스페셜티 '합성고무' 집중 영향···매출 절반 이상
업계, 고부가가치 제품 집중으로 수익성 회복 주력

금호석유화학 전남 여수 공장에서 합성고무가 생산되는 모습. / 사진=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전남 여수 공장에서 합성고무가 생산되는 모습. / 사진=금호석유화학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중국의 저가 공세가 심화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실적 부진이 3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실적 부진 장기화에 대응해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스페셜티(Specialty·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진 범용 석유화학 제품보다는 중국이 따라오지 못하는 스페셜티 제품 생산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 업체 세 곳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모두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LG화학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0% 감소한 601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은 각각 영업손실 817억원, 175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 대로 나온다면 롯데케미칼은 4분기, 한화솔루션은 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게 된다.

증권업계는 석유화학 ‘빅4’ 중 금호석유화학만이 전년보다 많은 돈을 벌어들일 것으로 봤다. 금호석유화학은 올 3분기 112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전년(842억원)에 이어 수익성을 지킬 것이란 평가다. 회사는 지난 2분기에도 영업이익이 10.8% 증가한 1192억원을 달성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금호석유화학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 사이에서 안정적인 실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스페셜티’인 합성고무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회사는 시장에 쏟아져나오는 중국발 범용 석유화학 제품과 정면대결을 피하고 50년 넘게 합성고무 ‘한 우물’을 팠다. 

스페셜티 생산 비중도 늘려가고 있다. 타이어, 글러브 등 전방시장 수요가 늘어나면서 부타디엔 고무(BR), 스티렌-부타디엔 고무(SBR) 등 강세를 보이는 합성고무 시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올해 상반기 매출의 절반 이상(55.7%)이 합성고무 부문에서 나왔다. 

HS효성첨단소재가 불황 속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고품질 탄소섬유라는 주력 제품이 있어서다. 회사는 주력 제품인 타이어코드 시장의 글로벌 1위 입지를 지키고 있다. 탄소섬유 제품의 경우 품질을 비롯해 브랜드 이미지 또한 중요해 중국 기업이 쉽게 진출하지 못하는 분야로 알려져 있다.

LG화학 충남 서산 대산공장. / 사진=LG
LG화학 충남 서산 대산공장. / 사진=LG

스페셜티에 사업 구조를 집중하는 건 이들뿐만이 아니다. 중국이 엄청난 저가 제품 물량을 시장에 쏟아내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 전반이 스페셜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시장은 아직 중국이 진출하지 못한 한국의 독무대다. POE는 기존 폴리에틸렌 제품보다 밀도가 낮고 탄성이 높아 자동차 내·외장재, 전선을 비롯해 최근에는 태양광 패널의 필름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DL케미칼, LG화학 등이 POE 생산에 뛰어들었다. 지난해부터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판매를 본격화한 DL케미칼은 불황 속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회사는 POE의 생산 및 판매 확대에 힘입어 올해 2분기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14.4%)을 기록했다. 

LG화학과 한화토탈에너지스도 고부가 소재인 POE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LG화학은 지난 2021년 시작한 POE 설비 증설 작업을 지난해 말 마무리했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지난해 한화솔루션과 함께 폴리올레핀 POE 파일럿 공장을 완공했다. 올해 내로 상업공장 기본설계를 완료하고 향후 연간 10만 톤(t) 이상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체 대부분이 범용 제품 경쟁력이 지속 악화할 것으로 보고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라며 “다만 스페셜티 분야에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지는 않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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