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석유화학부문, 흑자 전환했지만 상승폭 제한적
'신사업' 양극재 생산 목표도 잇따라 하향
한화솔루션, 케미칼·신재생에너지 모두 적자

LG화학 전남 여수 NCC 2공장. / 사진=LG
LG화학 전남 여수 NCC 2공장. / 사진=LG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최근 국내 주요 석유화학 업체인 LG화학과 한화솔루션이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양사는 본업인 석유화학 불황이 지속하자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찾고자 했지만, 태양광과 이차전지 업황마저 꺾이면서 불황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이구환신’ 정책에도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크게 반등하지 못했고, 신사업 업황도 이른 시일 내 반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아직 발표 전인 롯데케미칼 실적도 시장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 전반이 고심에 빠진 모양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전날 열린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석유화학 시황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중국의 경기부양책인 이구환신의 수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구환신은 노후화된 제조 설비와 낡은 소비재를 새로운 설비와 제품으로 교체해 신규 투자와 소비를 유도하고자 중국 정부가 발표한 정책이다.

LG화학은 올해 2분기 석유화학 부문에서 영업이익 323억원을 기록하며 3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그간 업계는 중국의 경기 부양 의지에 따라 업황 반등을 기대했다. 그러나 여름용 가전 등 전방 시장의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화학제품 수요 개선은 미미했다는 평가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역시 영업손실 174억원을 내며 지난해 2분기(495억원)와 비교해 어려운 업황을 반영했다. 폴리에틸렌(PE) 등 일부 제품 가격이 올라 적자 규모는 전 분기보다 줄었지만, 글로벌 석유화학 수요 회복은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솔루션 미국 조지아 태양광 모듈 생산공장. / 사진=한화
한화솔루션 미국 조지아 태양광 모듈 생산공장. / 사진=한화

문제는 ‘불황 탈출구’를 마련코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신사업 부분서 양사가 고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업과 신사업 모두 부진에 빠지면서 양사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LG화학은 올해 2분기 매출 12조2997억원, 영업이익 405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2%, 영업이익은 34.3% 각각 감소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2분기 182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 2분기엔 영업손실 1078억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첨단소재 부문을 제외하곤 전 부문 적자를 기록했다.

양사가 신사업으로 꼽았던 이차전지·태양광 소재 사업도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양극재 등 이차전지 소재를 생산하는 LG화학 첨단소재 부문은 매출 1조7281억원, 영업이익 169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1870억원) 대비 9.1% 감소했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침체) 영향으로 LG에너지솔루션 등 고객사가 생산량 조정에 나섰고, 재고가 쌓이며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2022년만 해도 신재생에너지 부문 사업 호조로 ‘1조 클럽’ 가입을 눈앞에 뒀지만, 이제는 태양광 사업이 영업손실의 90%를 차지하는 사업이 됐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올해 2분기 매출 9802억원, 영업손실 91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1258억원) 대비 적자전환했다. 

LG화학은 화유그룹과 손잡고 양극재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 사진=연합뉴스
LG화학은 화유그룹과 손잡고 양극재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 사진=연합뉴스

올 하반기도 양사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하반기 실적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할 요인이 산재해 있어서다. 석유화학 제품 단가 회복도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 LG화학은 오는 3분기 수익성 개선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정책 변화 가능성도 리스크다. 유력한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와 관세 인상 등을 공언하면서 경영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LG화학의 이차전지 소재와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모듈 사업은 모두 IRA의 직·간접적인 혜택을 받아왔다.

트럼프 재선에 따른 ‘IRA 정책 변화 가능성’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올해 실적발표서 주요 대기업들은 “IRA 폐기는 불가능하다”고 하면서도 “보조금 수혜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LG화학은 IRA 보조금 축소가 전기차 수요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투자속도 조절에 나섰다. 설비투자금액은 4조원에서 3조원대로 축소하고 모로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공장도 가동 일정을 조정한다. 올해 양극재 출하 목표치도 전년 대비 40%에서 20% 증가로 하향 조정했다.

이영석 LG화학 첨단소재 경영전략담당 상무는 전날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기존 자산의 가동률 상향 등 효율성 제고 후에 캐파(CAPA)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모듈. / 사진=한화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모듈. / 사진=한화

특히 태양광의 경우 IRA 보조금 축소에 따른 미 현지 공장 무용화를 비롯해 공급과잉에 따른 불균형도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 내 태양광모듈 가격은 중국산 저가 모듈 유입으로 올해 2분기 59%가량 하락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태양광 기업들은 미국에 직접 진출해 생산능력을 확장하는 상황”이라며 “누적 된 모듈 재고와 더불어 1분기 미국 내 모듈 생산능력이 크게 증가하며 공급 부담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해상운임 상승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홍해 사태 장기화, 중국발 물동량 증가 등으로 최근 글로벌 해상운임이 급등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최근 미주 서안 노선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월보다 약 3배 상승했다. 

이에 석유화학 제품을 비롯해 이차전지 소재 등의 수출 실적이 악화할 것이란 예상이다. 양철호 LG화학 석유화학 경영전략담당 상무는 “글로벌 해상운임이 대폭 상승해 당분간은 2분기와 유사한 시황 수익성이 전망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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