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부, 동남아 4개국 대상 2.85~23.06% 예비 관세
조사 결과 중국 보조금 수여 확인되면 관세율 오를 수도
우회 수출 막힌 中···美 태양광 업체 수익성 개선될 듯
금리 인하 조치에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투자 '훈풍'

한화솔루션의 미국 조지아주 태양광 모듈 시설. / 사진=한화
한화솔루션의 미국 조지아주 태양광 모듈 시설. / 사진=한화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미국 상무부가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하는 태양광 제품에 대해 예비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중국산을 비롯한 저가 태양광 모듈 탓에 수익성 부진을 겪었던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2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이날 태국·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산 태양광 제품에 예비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날 공개된 초안에 따르면 캄보디아 업체들에는 평균 8.25%, 말레이시아는 9.13%, 태국은 23.06%, 베트남은 2.85%의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파악됐다. 추가 관세는 이날 기준 90일 전부터 수입된 태양광 제품에 적용된다.

업계는 미국 자국 태양광 제조업체들을 보호하고자 이같은 조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한화큐셀USA를 비롯해 7개 미국 태양광 제품 제조사들은 미 상무부에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4개국에서 수입하는 태양광 관련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올려달라고 청원했다. 

관세 화살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향하고 있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은 지난 2012년부터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250%의 관세를 부과해 왔다. 이에 중국 제조사들은 미국 관세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동남아 국가들에 공장을 세워 대응했다. 

청원을 올린 7개 태양광 제조사들은 동남아 4개국 내 공장들이 중국 정부와 관련된 기업에서 보조금 수십억 달러를 받아 불공정 경쟁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해당 공장들이 관세 조치의 타깃이 된 것이다.

최종 관세율은 관세 부과를 위한 상무부 조사가 종료되는 내년 초에 변동될 전망이다. 상무부 조사 결과 해당 국가 공장들에 대한 중국의 보조금 지급이 확인되면 관세율은 더욱 상승될 여지가 있다.

한화솔루션의 미국 조지아주 솔라허브 위치 및 세부 내역. / 사진=한화
한화솔루션의 미국 조지아주 솔라허브 위치 및 세부 내역. / 사진=한화

그간 저가 중국산 태양광 모듈은 한화큐셀 실적에 독이 됐다. 중국이 ‘밀어내기’ 식 우회 수출을 통해 저가 태양광 모듈을 수출하면서 미국 내 태양광 모듈 재고는 지난 6월 말 기준 약 41GW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한화큐셀은 판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지켜봐야만 했다.

이에 한화솔루션의 신재생에너지 부문 매출도 5조5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가량 떨어졌고, 영업손실 322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번 미 상무부 조치로 태양광 공급과잉을 주도해온 중국 기업들의 우회 수출로가 막혔다는 평가다. 한화큐셀이 북미에서 추진하는 태양광 모듈 사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빅컷’(기준금리 0.50%P 인하)를 단행하면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에 속도가 붙는 등 태양광 업계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개선되는 모양새다. 그동안 태양광 산업은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 미 대선 관련 정책 불확실성, 축적된 재고 이슈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고선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태양광 업황의 반전을 의미하는 신호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면서 “고금리로 지연됐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들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가 증가한다면 한화큐셀의 골칫거리였던 재고자산도 상당량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 신재생에너지 부문 재공품 재고자산은 지난 2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화솔루션 재고자산회전율은 올 상반기 2.4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감소한 상태다. 재고자산회전율은 매출원가를 재고자산으로 나눈 수치다. 회전율이 높을수록 재고가 매출로 빠르게 이어진다는 의미다.

업황 개선 전망에 한화큐셀이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솔라 허브’ 프로젝트도 차질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솔라 허브는 북미 지역 최대 규모의 태양광 모듈 생산단지를 구축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화큐셀은 잉곳, 웨이퍼, 셀, 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벨류체인 전반을 도맡아 생산한다. 솔라허브는 현재 모듈 8.4GW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내년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잉곳, 웨이퍼, 셀 각각 3.3GW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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