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체험·물류센터·충전소에 10여년 간 대규모 투자
“韓 시장 중시”···현대차그룹·테슬라 후속 투자 이어져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국내 수입차 시장을 쌍끌이하는 BMW 그룹 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시장 공략의 일환으로 시설 투자 경쟁을 펼치고 있다. 양사 경쟁이 업계 후속 투자를 유발해 소비자 편익이 증대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BMW 그룹 코리아, 벤츠 코리아는 주행·브랜드 체험, 전기차 충전 등 기능별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벤츠 코리아는 전날 경기 용인시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험로(오프로드)를 체험할 수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SUV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열었다. 실제 자연 지형을 활용한 오프로드 코스가 조성돼 벤츠의 일반 SUV나 고성능 오프로더 G-클래스로 각각 주파할 수 있다.
벤츠는 그간 오스트리아 그라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중국 등지에서 G-클래스 오프로드 주행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용인 시설과 같은 상설 코스가 마련된 국가는 드문 것으로 파악된다. 벤츠 코리아는 올해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해 수입차 수요가 위축됐지만 당초 발표한 계획대로 투자를 지속해 이번 시설을 구축했다.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 코리아 대표는 “메르세데스-벤츠 SUV 익스피리언스 센터는 브랜드에 대한 한국 고객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국내에서 다양하고 전문적인 차량 체험 공간을 늘리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된 투자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BMW 그룹 코리아는 올해 오픈 10주년을 맞은 인천 영종도 소재 BMW 드라이빙 센터를 내달 중 리뉴얼 오픈할 계획이다. 고객 동선과 전시 모델 특성을 고려해 차량 전시 공간을 새롭게 구성하고, 전기차 주행·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동시에 청소년 자동차 문화 교육 프로그램(주니어 캠퍼스) 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BMW 드라이빙 센터는 2014년 7월 BMW의 아시아 첫 드라이빙 센터로 세워져 차량 전시, 서킷 주행, 청소년 차량 문화 교육(주니어 캠퍼스)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했다. 올해까지 10년간 방문객 150만명을 돌파해 수입차 업계에 유례없는 모객 성과를 창출했다.
BMW 그룹 코리아는 그간 드라이빙 센터를 적자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고 자동차 문화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운영 방침 아래 고객의 시설 이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투자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주양예 BMW 코리아 마케팅 총괄 본부장은 지난 6월 20일 센터 10주년 행사에 참석해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브랜드, 제품 가치를 전달하고 다시 한번 한국 자동차 문화의 발전을 선도하는 중심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대규모 주행체험시설 외 고성능 브랜드 체험(벤츠 AMG 센터), 전기차(BEV) 충전소 겸 복합시설(BMW 차징 허브 라운지)을 각각 구축하며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각 사는 연구개발(R&D) 센터, 물류센터 등 분야별 시설도 확장해 인재 양성, 애프터서비스(A/S) 강화에 힘쓰는 중이다.
양사 시설투자는 타사의 후속 투자를 유도하는 모양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합작해 2022년 9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테스트 트랙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개장했다. BMW 드라이빙 센터, 벤츠 AMG 스피드웨이 등지에 이어 새로운 자동차 문화 체험 공간이 국내 자본으로 구축된 점에 업계 이목이 쏠렸다.
BMW 그룹 코리아는 2014년 수입차 업계 최초로 전기차 i3를 출시한 동시에 제주도, 대형마트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기 시작했다. 이후 테슬라 코리아가 2017년 모델3 출시와 함께 급속충전(슈퍼차저), 완속충전(데스티네이션 차저) 시설을 적극 조성했다. 벤츠, BMW가 수십년간 한국에서 입지를 다지고 차량 인프라를 확장시키는 동안 업계 후속 투자를 유도하고 소비자 편익이 지속 증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한국 투자는 시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입지 강화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라며 “판매실적이 뒷받침돼야 투자 유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양사 행보가 더욱 부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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