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처음 세단 추월하고 상승세 유지
수입차 업계 “고객층 확대로 입지 개선 기회”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요 증가세가 이어져 올해 수입차 시장에서 사상 처음 과반을 넘어설 전망이다. 수입차 업체들은 라인업을 재편하며 점유율 경쟁에 한창이다.

8일 시장조사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차종별 수입차 신규 판매대수는 SUV 6만4대, 세단 4만8898대, 기타(밴, 해치백 등) 1만6203대 등으로 집계됐다.

차종별 비율은 SUV 48.0%, 세단 39.1%, 기타 13.0%다. SUV 비중은 지난해 처음 연간 기준으로 세단 비중을 넘어선 후 지난 상반기 격차를 더욱 벌렸다. 수입 SUV 신차 판매 비중이 최근 수년간 상승하고 있어 올해 연간 기준 50% 돌파가 예상된다.

차종별 수입차 판매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차종별 수입차 판매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SUV는 세단 대비 높은 부가가치를 제공한다. 동급 세단 대비 높은 지상고(지상과 차량 하부 사이 간격)와 넓은 실내공간을 갖춰 다용도로 운행 가능해 수요층을 넓혔다.

BMW 대형 SUV X5의 제원은 4935㎜로 대형 세단 5시리즈(5060㎜)보다 짧지만, 트렁크 용량이 650ℓ로 5시리즈 용량 520ℓ를 능가한다. 지상고도 X5 221㎜, 5시리즈 154㎜로 차이가 있다. X5를 비롯한 SUV는 세단보다 넓은 적재공간과 높은 지상고를 갖춰, 최근 유행하는 차박 등 야외활동에 적합한 차종으로 각광받는다.

테슬라의 중국산 모델Y. / 사진=테슬라코리아
테슬라의 중국산 모델Y. / 사진=테슬라코리아

또한 SUV는 험로(오프로드) 주행에 적합한 사륜구동 시스템, 서스펜션, 타이어 등 구성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세단보다 대당 마진이 크다. 볼보, 포드 등 일부 수입차 업체들이 수익성 강화를 위해 세단 라인업을 축소 또는 배제하고 SUV 라인업을 보강하는 이유다.

현재 성장 중인 전기차(BEV) 시장에 주로 SUV가 출시되는 점도 차종 판매 비중을 높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날 기준 판매 중인 수입 전기차 33종 중 20종(61%)이 SUV다. 이 중 테슬라 중형 전기 SUV 모델Y가 전체 전기차 판매대수 3분의1을 차지했다.

SUV의 지상고가 높아 무거운 고전압 배터리를 차량 하부에 장착하기 유리한 점도 신차를 늘린 요인으로 지목된다. 환경단체와 당국 등이 통상 세단보다 20% 가량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는 SUV를 전동화하도록 제조사를 압박한 점도 전기 SUV 개발을 유인했단 관측이다.

마이바흐 EQS SUV. / 사진=벤츠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지난달 25일 출시한 마이바흐 EQS SUV. 벤츠의 럭셔리 서브 브랜드 마이바흐 첫 전기차(BEV)다. / 사진=벤츠코리아

세단은 의전용 차량, 민관 고위직 자가용으로 자주 이용돼 소비자들에게 고급차의 ‘전형’으로 여겨졌고, 과거 수입차 시장 주력 모델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이후 수입차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층 확대를 위해 SUV 신차를 적극 투입했다.

실용적인 동시에 더 크고 편하며 비싼 SUV는 점차 확산돼 세단 중심의 고급차 시장까지 넘본다는 분석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마이바흐, 롤스로이스, 벤틀리 등 럭셔리카 브랜드들은 SUV 라인업을 확장했다.

SUV 대세는 전 세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승용차 신차 판매대수 7732만대 중 SUV가 3718만대(48.1%)로 역대 최고 점유율을 기록했다.

IEA는 “(SUV 성장세) 트렌드의 원동력에는 SUV가 고급화되고 편안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며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의 마케팅 전략 등 다양하다”고 분석했다.

아우디 코리아가 지난 7일 출시한 중형 세단 2024년식 A6. 사진=아우디 코리아
아우디 코리아가 지난 7일 출시한 중형 세단 2024년식 A6. 사진=아우디 코리아

수입차 업체들은 SUV 비중 상승세에서 수요 다변화를 확인하고 제품군을 확장해 입지를 강화해나간단 전략이다.

아우디코리아는 브랜드 베스트셀링 모델인 중형 세단 A6의 최신 연식 모델을 출시했다. 앞서 Q4 e-트론, Q8 e-트론 등 전기 SUV 모델을 내놓은데 이어 라인업을 보강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도 마이바흐 EQS SUV와 중형 세단 C클래스의 기본(엔트리) 트림을 잇달아 출시하며 제품군을 최신화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진 동시에 최근 수입차 수요 감소세로 업체간 점유율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며 “수입차 업체들이 기존 인기 모델 뿐 아니라 다양한 차량을 판매하는 전략은 고객을 더 많이 유치하고 재고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