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법원에 한미약품 주총 허가 신청···최근 법조계 흐름상 허가 가능성 높아
한미약품 주총 판결 후 사이언스 주총 개최 전망···지분구조 감안 시 지주사 주총 승자가 독식
내달 하순 사이언스 주총에 대주주연합과 형제 격돌···“한미약품 주총은 의미 없는 행사” 예상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가 내달 개최돼 경영권분쟁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 상황에서 다시 한미사이언스가 한미약품 주총 허가를 법원에 신청,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오는 11월 28일 주총 개최를 결정했다. 주총 안건은 정관 변경과 이사 2인 선임, 자본준비금 감액 등 3건이다. 이번 주총은 한미약품그룹 대주주연합이 지난 8월 한미사이언스에 소집을 요구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대주주연합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 등 3명을 지칭한다. 이에 이번 한미사이언스 주총이 연초부터 진행된 한미약품 경영권분쟁을 마무리할 기회로 업계는 판단했다. 대주주연합이나 임종윤 형제 중 어느 쪽이 승리하든 분쟁을 종료하고 신약 R&D(연구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영권분쟁이 감정싸움으로 변질되면서 한미약품그룹 지주사가 법원에 한미약품 주총을 신청하고 나섰다. 한미사이언스가 지난 2일 수원지방법원에 한미약품 주총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기자가 사건번호로 검색한 결과, 한미사이언스 소송대리인은 법무법인 위어드바이즈가 맡았다. 2일 신청서가 접수돼 담당 재판부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 한미사이언스는 “지난달 30일 발송 후 한미약품이 주총 소집청구에 대해 ‘독재’운운한 것은 현재 혼란상황을 촉발한 게 자신들이라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라며 “한미사이언스는 모든 계열사 간 원만한 협업 및 균형관계를 유지시키고 이를 통해 최선 경영이 이뤄지도록 하는 지주사 본연 역할과 목적 수행에 충실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달 30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직위 해임을 안건으로 하는 주총 개최를 요구했는데 2일 만에 법원에 허가 신청을 한 것이다.
이같은 한미사이언스 주총 요청에 한미약품측은 절차 정당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한미약품은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사이언스 이사회 결의 없이 독단으로 주총 허가를 신청한 것이라면 이는 절차적 정당성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으므로 먼저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향후 한미약품은 법원 판단을 기다려 주총 개최 여부를 결정하거나 또는 이사회를 열어 논의하는 방안이 예상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미약품 관계자 A씨는 “내부적으로 (한미사이언스의 주총 요청에 대한) 대응방안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현재로선 자칫 한미약품 경영권분쟁이 연말까지 진행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법원은 심문 절차를 거쳐 한미약품 주총 개최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 대주주연합이 앞서 법원에 한미사이언스 주총 개최 허가를 요청한 배경과 일치되는 부분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법원 입장에서는 한미사이언스가 주장하는 주총 배경에 큰 하자가 없을 경우 주주들이 직접 판단하라는 의미에서 개최를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법조계 흐름도 이와 유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주주연합은 9월 4일 법원에 한미사이언스 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했으며 10월 2일 심문에 이어 1-2주 경과 후 판결선고가 예상됐었다. 이같은 과거 일정을 한미약품 주총에 대입할 경우 법원은 10월 초순이나 중순 경 한미약품 주총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이에 일정상 법원이 한미약품 주총 개최 여부를 결정한 후 한미사이언스 주총이 개최될 가능성이 예고된다. 예상대로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경영권분쟁 결과가 명확히 도출되면 법원이 개최를 확정해도 한미약품 주총은 의미 없는 행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그룹 지주사 주총에서 경영권 향배가 결정됐지만 법원이 승인한 한미약품 주총은 일단 개최될 것으로 본다”며 “단, 한미사이언스 주총 승자가 안건이나 이사 선임 등에서 대부분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한미약품 지분구조를 보면 한미사이언스가 41.42%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9.27%, 신동국 회장이 9.14%(한양정밀 1.42% 포함)를 보유한 상태로 파악된다. 이같은 지분구조를 토대로 분석하면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확보한 측이 한미약품도 접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한미사이언스 주총이 11월 28일 개최가 확정됐기 때문에 법원이 한미약품 주총 개최 여부를 11월 28일 이후로 미룰 가능성도 예상하지만 소수 의견으로 분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지금 당장 이사회를 열어 논의해도 한미약품 주총은 11월 하순 이후개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주주연합이 의의로 주총을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대주주연합이 이같은 선택을 한다면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표현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결국 한미사이언스가 법원에 신청한 한미약품 주총은 현재로선 경영권분쟁을 최종 결정할 상수가 아닌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주주연합과 임종윤 형제측은 일단 11월 하순 개최되는 한미사이언스 주총에 모든 역량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