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숙·임주현과 신동국 손 잡아, 과반 근접 지분 확보···한미사이언스 주총 개최에 무게중심
임종윤 이사는 해외출장, 입장 표명 유보···업계 “누가 이기든 조속히 마무리” 당부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연초부터 진행된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에서 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를 지지했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한미 모녀와 손을 잡아 사실상 2라운드가 개막됐다. 이에 향후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가 다시 열려 표 대결이 재현될 지 주목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의 일부 지분을 신동국 회장이 매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이 보유하던 한미사이언스 지분 444만 4187주(6.5%)를 신 회장이 매수한 것이다. 이번 계약으로 신 회장 지분은 12.43%에서 18.92%로 늘어나게 됐다.
신 회장은 이들 모녀와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 계약도 체결했다. 지난 3월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이 최고조에 달했을 당시 신 회장은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이 아닌 임종윤·임종훈 형제를 지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미약품 오너 모녀와 손 잡으며 그룹 경영권 향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번 계약에 따라 송 회장과 임 부회장, 신 회장 등은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34.79% 지분율을 확보했다. 여기에 직계가족과 우호 지분을 더하면 한미사이언스 전체 의결권의 과반에 근접하는 수준의 지분을 확보할 예정으로 파악된다. 특히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인해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게 돼 숨통이 트였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단 업계 관심은 송 회장과 임 부회장 측이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확보에 다시 나설 것이냐 여부로 요약된다. 한미약품그룹을 경영하기 위해선 지주사 장악이 시급한데 임시주주총회를 여는 정공법이 거론된다. 한미약품 측은 공식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한미약품 관계자 A씨는 “어제 공시된 사항이어서 현재 구체적 확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개최 여부에 대해서도 동일한 답변이다.
하지만 송 회장과 임 부회장 측은 비교적 구체화된 답변을 내놓았다. 익명을 요청한 관계자 B씨는 “(외부에서 예상하는 수준의) 당연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등기이사도 충원해야 하고 향후 논의를 거쳐 한미사이언스 주총이 개최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임종윤 사내이사 등 형제 측은 구체적 입장 표명을 유보한 상태다. 임 이사는 해외 출장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송 회장과 임 부회장, 신 회장이 검토하는 한미사이언스 신임 대표에도 업계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전날 주식매매계약이 체결됐는데 벌써부터 신임 대표를 논하기에는 이른 상황이지만 경영권 탈환에 나선 한미약품 모녀에게는 이미 시나리오가 준비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앞으로 주총 등 일정과 과제가 산적한 상태지만 연초부터 진행된 분쟁을 가능한 짧은 기간 마무리하는 것이 회사나 오너에게 좋을 것”이라며 “만약 모녀측이 경영권을 확보해도 송 회장이 다시 한미사이언스 대표를 맡는 것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성급한 전망이지만 송 회장 등 모녀가 한미약품 경영권을 확보하면 OCI그룹과 다시 공동경영을 추진할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로 관심이 많다”며 “누가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든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로선 한미약품 오너 집안의 모녀와 형제가 다시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로 파악된다. 이에 경영권 분쟁이 어떻게 진행될지 업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