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선가 16년 만 최고치···올 상반기 대체연료 추진선 발주 비중 감소
바이오 선박유, 엔진 개조·인프라 투자 없이 환경 규제 대응 가능
수요 증가 전망에 정유업계 뛰어들어···HD현대오일뱅크, 국내 최초 수출

국제노선에 처음으로 바이오선박유를 급유해 시범운항하는 HMM 소속 ‘현대타코마호’ 전경. /사진 = 산업부
국제노선에 처음으로 바이오선박유를 급유해 시범운항하는 HMM 소속 ‘현대타코마호’ 전경. /사진 = 산업부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친환경 선박 발주가 늘고 있지만, 치솟는 신조선가에 탈탄소 비용 증가로 해운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체연료 추진선 발주에 부담을 느낀 선주사들이 ‘바이오 선박유’로 눈길을 돌리고 있어 주목된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 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새로 발주된 대체연료 추진선은 310척, 총 1720만gt로 집계됐다. 선박 연료로 분류하면 LNG 109척, 메탄올 49척, 암모니아 15척, LPG 42척, 수소 4척 등이다.

전체 발주 선박 대비 대체연료 추진선 비중은 2022년(63.2%) 이후 지속 감소 추세다. 올해 대체연료 추진선 발주 비중은 41%로 지난해 상반기 대체연료 추진선 비중(48%) 보다 6%P 감소했다. 

전세계 선주들은 현재 사용 중인 중유를 대신해 친환경 LNG연료를 쓰는 선박 발주에 나서왔지만, 최근 들어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선박 건조 비용이 16년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하면서다. 선박 수주 단가인 신조선가 지수는 이달 19일 기준 187.91를 나타냈다. 역사적 고점인 191.58과 불과 3.67P 차이다. 

당장 선박을 발주한다고 해도 인도까지 ‘하세월’이다. 대체연료 추진선 건조에 강점을 가진 국내 조선 3사는 이미 3~4년치 일감을 확보해 놨다.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하면서 선박 교체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지만, 조선사들의 도크(선박 건조 시설)가 꽉 차 최소 3년은 기다려야 선박 인도를 받을 수 있다”면서 “LNG추진선을 새로 발주하려면 최소 200억원이 넘는 웃돈을 줘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상황이 이렇자 ‘바이오 선박유’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바이오 선박유는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선박유보다 65% 이상 탄소배출 감소 효과가 있는 친환경 선박유다. 기존 설비 개조 없이 연료 투입만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 IMO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20% 감축하기로 했는데, 이러한 규제를 빠른 시일 충족하는 데 바이오 선박유가 해결책이 될 것으로 해운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LNG·메탄올·암모니아 등 다른 친환경 연료와 달리 추가 인프라 투자도 필요하지 않다. LNG의 경우 LNG 연료를 공급하는 벙커링 시설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LNG 벙커링 설비는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과 설비 공유도 불가능하다. 

해운 부문이 탈탄소로 가는 경로에서 향후 10~20년간 바이오선박유는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 선박유 수요도 증가 추세다. 싱가포르를 기준으로 바이오 선박유 공급량은 2022년 1만4000MT에서 2023년에는 51만8000MT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수송부문에서 주로 사용되는 바이오연료는 현재 4%에서 2030년 1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승수(왼쪽 4번째) HD현대오일뱅크 글로벌 사업본부장과 고석진(왼쪽 5번째) 관세청 통관국장이 29일 블렌딩 수출 현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 현대오일뱅크
이승수(왼쪽 4번째) HD현대오일뱅크 글로벌 사업본부장과 고석진(왼쪽 5번째) 관세청 통관국장이 29일 블렌딩 수출 현장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 현대오일뱅크

정유업계도 시장 선점을 위해 뛰어들었다. 바이오 선박유를 공급하는 주요 업체는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다. 국내 정유사 최초로 바이오 선박유 실증사업을 수행한 GS칼텍스는 현대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에 바이오선박유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 HD현대오일뱅크는 초저유황 중유(VLSFO)와 바이오 디젤(UCOME)을 섞어 만든 바이오 선박유를 초도 출하했다. 경기 평택시 종합보세구역인 현대오일터미널에서 해당 제품을 수출한다는 방침이다. 출하한 선박유는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 운반선(PCTC)의 연료로 활용된다. 바이오 디젤 공급은 정밀화학 업체 DS단석이 맡았다.

회사는 VLSFO 70%에 바이오 디젤 30%를 섞는(블랜딩) 방식으로 바이오 선박유를 제조한다. GS칼텍스가 일반적인 선박유로 사용되는 고유황 중유(HSFO)를 사용해 바이오 선박유를 생산한다면, HD현대오일뱅크는 VLSFO를 사용해 황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설명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향후 판매처를 다변화해 바이오 선박유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현대글로비스와의 계약 규모는 연간 6만 톤(t)이다. HD현대오일뱅크 한 관계자는 “해외 석유 중계업체와 외국적 선사 등을 판매처로 확대해 수출 규모를 연간 40만t까지 확대할 것”이라며 “현재는 서해안에서 바이오 선박유를 공급하고 있지만 향후 남해안 쪽으로 제품을 이송시켜 판매할 계획”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