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정제마진 악화에 지난해 영업익 전년比 ‘반토막’
칼텍스 실적 부진에 신사업서 뚜렷한 경영능력 보여야 할 시점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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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오너 일가 4세 중 현재 총수인 허태수 GS 회장의 바통을 이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4세 중 가장 먼저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고, GS를 지탱하는 핵심 계열사인 칼텍스를 수년째 이끌고 있어서다.

단, GS칼텍스가 글로벌 업황 불안에 시달리며 실적이 크게 악화되면서 허세홍 사장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불거진다. 앞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의 성과는 유가 및 정제마진 급등에 따른 주위 변화에 의한 것이라며, 허 사장의 경영능력 및 수완에 의문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다.

허 사장은 2019년 GS칼텍스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2022년부터는 이사회 의장까지 맡아 책임경영을 실천 중이다. 그가 대표를 맡은 이후 GS칼텍스는 코로나19 악재가 나타난 2020년을 제외하고 실적 성장세를 보였다.

연간 영업이익은 ▲2019년 8790억원 ▲2020년 -9190억원 ▲2021년 2조190억원 ▲2022년 3조9790억원 등이다. 2022년에는 석유제품 가격 상승 및 정제마진 개선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석유화학 시황이 하락 반전하면서 실적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2022년 4조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2조원에도 미치지 못해 ‘반토막’ 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은 1조4928억원으로 4분기를 포함해도 2조원을 넘기는 것은 힘들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허세홍 사장은 GS칼텍스의 실적 상승세를 이끌며 차기 총수 1순위의 지위를 공고히 해왔다”며 “그러나 최근의 부진으로 쌓아온 입지가 흔들리면서 4세 경쟁자들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기 위해서는 실적만회나 그룹의 사업확장에 큰 공을 세우는 등의 성과가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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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사장에게는 실적악화뿐만 아니라, GS칼텍스에서 대부분의 경영 경험치를 쌓은 것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GS그룹의 3대 핵심 축은 칼텍스와 리테일, 건설 등이다. 이 중 칼텍스에서만 성과를 보여왔기 때문에 다른 사업부문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로 인해 올해 실적반등과 함께 새로운 사업 추진으로 경영 능력을 입증한다면 다른 산업군에 대한 이해도 부족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실적의 경우 유가가 조금씩 상승해 정제마진이 회복할 가능성이 높아 지난해보다는 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허 사장은 신사업과 관련해선 바이오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해 친환경 바이오 연료에 대한 투자를 집중·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 등 그린에너지 시대로 전환하기에 앞서 바이오 연료가 과도기적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예측에서 비롯된 판단이다. 아울러 탄소 저감 순환 경제 구현을 위해 수소 및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도 투자를 늘리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신사업 추진의 결과에 따라 차기 총수 유력 후보가 바뀔 수 있다고 예상한다. 허세홍 사장의 경쟁자로 꼽히는 이들은 허윤홍 GS건설 사장(CEO)과 허서홍 GS 미래사업팀장(부사장) 등이다. 이들 모두 소속 기업에서 각각 신사업 추진을 이끌면서 차기 총수로서의 역량을 입증하려 한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GS그룹은 차기 회장을 선임할 때 정해진 원칙보다 경영능력과 수완, 성과를 가장 중요하게 평가한다”며 “신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낸 인물이 다음 회장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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