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 지난해 메탄올 추진 선박 점유율 60%
올 들어 4척 수주 그쳐···기술 장벽 낮아 中 저가 공세
"메탄올, 가격 비싸고 공급망 이슈"
머스크·하팍로이드 등 글로벌 해운사, LNG 추진 컨테이너선 발주 계획
LNG, 경제성·탈탄소 동시 충족···암모니아 혼소 엔진서도 사용 가능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국내 조선사들이 친환경 연료로 꼽히는 메탄올 추진 선박을 올해 단 네 척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조선 3사가 40여척의 메탄올 추진 선박을 수주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수치다. 반면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은 전 세계 메탄올 추진 선박 발주 물량을 싹쓸이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메탄올보다는 LNG·암모니아 연료 추진선 수주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복안이다. 이들 선박은 수익성도 높은 데다 LNG와 암모니아를 함께 연료로 사용하는(혼소) 엔진 장착을 통해 두 연료를 모두 사용할 수 있어 범용성도 높다는 평가다.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1년 동안 국내 조선사들은 한 건의 메탄올 추진 선박도 수주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HD현대삼호가 대만 해운선사 완하이라인에서 발주하는 메탄올 이중 연료 컨테이너선 4척을 수주한 게 올해 첫 실적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조선사들이 전 세계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수주의 60%가량을 책임졌던 것과는 대비된다.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한국 조선사들은 지난해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신규 건조 발주량 70척 가운데 42척을 따냈다. 글로벌 2위 해운사인 머스크는 지난해까지 총 19척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는 등 메탄올을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삼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국내 조선소들의 수주 전략이 바뀌었다. 메탄올 추진 선박 분야는 가격으로 밀어붙이는 중국과 맞붙어야 해 ‘제값 받기’가 힘들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메탄올 연료 엔진은 비교적 기술 장벽이 낮아 중국 조선소들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치고 들어오기 쉬운 선종이라는 설명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3사 모두 3년 치 이상 일감이 쌓이면서 수주 ‘옥석 가리기’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며 “메탄올 추진 선박보다 선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LNG나 암모니아 추진 선박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대형 해운사들도 메탄올 보다는 LNG나 암모니아 연료 추진 선박 발주량을 늘리는 추세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발간한 ‘글로벌 선사 친환경 선박 발주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기준 발주 잔량 상위 10개 선사가 발주한 친환경 연료 추진선은 연료별로 LNG가 64.8%, 메탄올은 34.1%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 세계서 발주된 대체연료 추진선 중 메탄올 추진선이 138척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선박 시장의 판도가 뒤집힌 것으로 풀이된다.
머스크도 당초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으로 선단을 꾸릴 계획이었으나, 최근 들어 LNG 추진 컨테이너선 발주로 방향을 틀었다. 메탄올 연료 공급망이 불안정한 데다 LNG와의 가격경쟁력도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반사 이익은 국내 조선업계도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조선업계는 LNG와 암모니아 추진 선박 연구개발(R&D)에 집중한 결과 중국과 기술 격차를 크게 벌린 상태다. 머스크를 비롯해 세계 5위 해운사인 독일 하팍로이드도 최대 30척의 LNG 연료 추진선 발주를 앞두고 있다.
수주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최근 머스크와 LNG 연료를 사용하는 1만6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6척을 공급하기 위한 건조의향서(LOI)를 맺었다. 양사 간 별다른 이견이 없으면 최종 계약이 체결될 전망이다. 지난 2022년 이후로 컨테이너선을 수주하지 않았던 한화오션이지만, LNG 추진선의 경우 선가가 높아 수주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 조선 3사는 ‘LNG-암모니아 혼소 엔진’ 기술을 잇달아 선보이며 차세대 친환경 연료 선박 시장을 선점할 준비에 나섰다. 세계 최초 타이틀도 따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021년 업계 최초로 암모니아 연료공급시스템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는 LPG 운반선 2척을 수주하며 제작에 나섰다. 이 선박은 LPG뿐 아니라 암모니아도 운송할 수 있도록 설계돼 화물을 엔진 연료로도 사용 가능하다.
삼성중공업은 이달 한국선급(KR)으로부터 암모니아 추진 컨테이너 선박 설계에 대한 개념승인을 받았고, 한화오션은 같은 달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가스텍 2024’에서 LNG와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는 ‘오션1’을 공개하며 상용화 발판을 마련했다. 두 선종 모두 LNG와 암모니아를 연료로 함께 사용할 수 있어 선주들에게 매력적인 탄소중립 대안으로 여겨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