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복합 정제마진, 전 분기 比 '반토막'
정유사 실적 전망도 줄줄이 하향 조정
횡재세, 정유사 실적 따라 정치권서 논의 반복
하반기 전망도 '흐림'···정유사 "딱히 대응 방법 없어"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 영향 탓에 정유업계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올해 내내 곤두박질치고 있다. 고유가와 고금리란 악재도 겹쳤다. 정유업계의 올해 2분기 실적도 당초 예상보다 나쁠 것이란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석유 제품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업황이 확 바뀌면서 최근까지 야권 등이 추진하던 횡재세 불씨도 사그라들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IBK투자증권은 에쓰오일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을 854억원으로 전망했다. 전 분기 대비 81.2%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는 기존 시장 컨센서스(전망치)인 3716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부문의 선방에도 정유부문이 적자전환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2분기 들어 수익성이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키움증권은 올 2분기 SK이노베이션이 영업이익 925억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키움증권은 ‘정제마진 급감’ 탓에 시장 기대치(5383억원)보다 월등히 낮은 수치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정제해 나온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자재 비용을 뺀 가격이다. 정제마진이 높을수록 정유사 수익이 증가하는데, 올해 들어 이 수치가 계속 추락하면서 2분기 실적이 쪼그라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
주요 수익성 지표인 싱가폴 복합정제마진은 올해 2분기 배럴당 3.5달러로 지난 1분기(7.3달러) 대비 반토막이 났다. 정제마진에 의존하는 정유업체들이 수익을 내려면 통상 배럴당 정제마진이 4~5달러를 넘어야 한다.
올 1분기까지만 해도 정유 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 합산 영업이익은 약 1조7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2000억원대) 대비 7배 넘는 돈을 벌어들이며 ‘일시적 호황기’를 보내자 야권을 중심으로 횡재세 재논의가 대두됐다.
그러나 2분기 들어서 실적이 꺾이자 정유사 횡재세 환수 주장은 힘을 잃을 것이란 예상이다. 다만 실적에 따라 횡재세 논의는 또 불붙을 수 있다. 이에 정유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산유국의 정유사들과는 사업구조가 달라 횡재세 적용이 부당하다는 의견이다. 원유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 국내 정유사들은 유가가 오르면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산유국의 정유사와 달리 비싼 가격을 주고 원유를 사와야 해 수익 구조가 다르다는 주장이다.
한편, 정유사들의 ‘보릿고개’는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인하에 나서며 국제유가가 반등했으나 수요 둔화가 계속되면서 발목을 잡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정제마진은 2불대까지 떨어졌다고 전해진다.
정유업계는 “달리 손 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보통 정제마진 극도로 떨어지면 공장 가동률을 조정하는 대응 외에는 방법이 없다”면서 “해외 정유사 몇 군데는 가동률을 낮추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장기계약한 수출 물량을 맞춰야 하고, 내수시장의 경우엔 점유율을 지켜야 해 공장 가동률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수출 물량의 경우 현물거래는 한두 달 전, 장기 계약물량은 훨씬 전부터 결정된다”면서 “갑자기 가동률을 낮추면 납기에 지장이 생겨 영업손실을 감수하고 공장을 돌려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