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 '혈액제제'로 수익성 강화 준비
중국 국영 제약사에 홍콩 법인 지분 매각
'알리글로' FDA 허가 후 현지 출하 시작
'알부민' 中 유통 계약···미중 매출 시너지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GC녹십자가 혈액제제의 미국, 중국 진출을 준비하며 수익성 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 부진을 해외에서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당장 2분기 실적 전망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나, 하반기부터 성장 모멘텀을 되찾겠다는 목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가 혈액제제 ‘알리글로(성분명 면역글로불린)’와 ‘알부민’의 미국, 중국 출시로 해외 수익 창구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혈액제제 알리글로 품목허가를 획득한 데 이어 이달 알부민 중국 판매 유통계약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 혈액제제 '알리글로' 미국, '알부민' 중국 공급
GC녹십자는 알리글로 미국 출하를 비롯해 중국 내 알부민 공급으로 혈액제제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혈액제제란 사람의 혈장(피)에 포함된 다양한 단백질을 성분별로 분리·정제해 만드는 의약품이다.
지난 8일 출하 첫 발을 뗀 알리글로는 미국 내 물류창고와 유통업체를 거쳐 전문 약국으로 배송돼 이르면 이달부터 처방될 것으로 전망된다. GC녹십자는 알리글로 출시 첫해 매출 목표를 5000만달러(약 690억원)로 잡았다. 오는 2028년까지 3억달러(한화 약 4100억원) 상당 매출을 내겠다는 목표다.
또 최근 중국 자회사 GC홍콩유한회사 지분을 중국 화륜제약그룹의 자회사 CR보야바이오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GC녹십자·GC녹십자웰빙의 주요 제품을 중국 내 판매하는 유통계약도 함께 진행됐다.
이번 계약에 따라 GC녹십자는 혈액제제인 ‘알리글로’를 미국 수출과 함께 ‘알부민’ 중국 시장도 진입하게 됐다. 중국에서는 파트너사를 통해 알부민을 공급하고, 미국에서는 미국 현지법인인 GC바이오파마USA를 통해 직접판매(직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 시장별 수요, 가격대 고려···고마진 전략 승부수
업계는 GC녹십자가 미국과 중국에서 혈액제제 두 품목에 대한 높은 판매가로 고마진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알부민과 알리글로는 중국과 미국 각 시장별 혈액제제 수요를 파악한 뒤 시장 진입을 준비해 왔다”며 “알부민은 중국에서, 알리글로는 미국에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면서 수요가 높다는 점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전 세계에서 제약바이오 시장 규모가 가장 큰 탑 2개국으로 알려진다. 혈액제제 알리글로와 알부민 두 품목의 매출 기대감도 커지면서 GC녹십자의 전체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GC녹십자는 지난해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1조6266억원으로 전년 대비 5% 가까이 줄었다. 2022년 800억원대였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58% 가까이 감소해 34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2.6% 줄어든 2.1%에 그치며 매출 상위 10대 제약사 중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등 주요 품목 등의 매출이 감소한 것이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실적 위기감이 커지면서 GC녹십자는 올해 수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내수, 수출 전략을 재정비하는 등 비용 절감과 생산 효율화 작업에 돌입했다. 다만 2분기까지는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은 하반기부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 하반기부터 수익성 강화 가능성↑
이달 키움증권은 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GC녹십자가 올 2분기 매출 4537억원, 영업이익 17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 증가해 시장 기대치(4529억원)에 부합할 것으로 보이나, 영업이익은 25% 감소해 기대치(230억원)를 하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알리글로 미국 매출과 알부민 중국 판매 시너지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GC녹십자의 알리글로가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익스프레스 스크립츠와 유나이티드헬스 등은 미국 대형 PBM으로 미국내 시장 점유율은 20%를 상회하고 있다”며 “알리글로의 하반기 매출액은 600억원에서 내년 약 1500억원이 될 것으로 보여 수익성 개선에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업계는 GC녹십자가 미국 알리글로 직판에 앞서 제반 작업, 마케팅 비용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이달 미국 주요 처방약급여관리회사(PBM)와 알리글로의 처방집 등재 계약을 체결했다”며 “PBM·전문 약국·유통사 등 추가 계약을 통해 알리글로의 공급 채널을 확보해 영업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GC녹십자가 면역글로불린 제제 알리글로의 자회사 GC바이오파마USA를 통한 직판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판관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며 “알리글로는 영업이익률 20% 이상의 고수익 제품으로 알려져 있어, 알부민 중국 공급과 함께 매출 시너지는 하반기부터 주목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