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희귀의약품 시장 2710억달러 성장
글로벌 제약바이오 M&A 희귀의약품 집중
제도적 혜택+경제적 이점, R&D 블루오션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글로벌 빅파마들이 희귀질환 시장 선점을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희귀난치성 질환은 환자 수가 적은 대신 약가가 높게 책정되는 만큼 신약개발 매력도가 높은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희귀의약품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희귀질환치료제 파이프라인 개발과 관련 기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존슨앤드존슨은 전체 매출에서 희귀약이 차지하는 비율이 2022년 27%에서 2028년 46%로 19%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희귀의약품은 ADC(항체약물접합체), 비만치료제를 이을 차세대 신약 분야로 꼽히고 있다. 삼정KPMG가 이달 발간한 '빅파마 M&A(인수합병) 트렌드로 본 바이오테크 기업의 비즈니스 기회'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대규모 제약·바이오 M&A 거래가 희귀질환 분야 바이오테크 기업 위주로 이뤄졌다.
희귀질환치료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비롯해 각국의 규제당국으로부터 패스트트랙 지정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물질 개발부터 임상·허가 단계까지 규제 당국과 수시로 미팅을 진행할 수 있어,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또 희귀의약품은 우선 시장 독점권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시판 허가를 받은 날로부터 미국은 7년, 국내는 4년 동안 동일 질환에 같은 의약품이 허가되지 않도록 제한한다. 경쟁사들의 시장 진입에 따른 약가 인하 압박이 덜한 만큼 수익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임상개발 보조금,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허가심사 수수료 감면 등 여러 혜택도 주어진다. 임상시험에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감에도 글로벌 제약사가 희귀의약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전 세계 희귀의약품 매출은 지난해 1680억달러(약 236조원)에서 2028년 2710억달러(약 369조원)까지 연평균 10%대 성장이 예상된다.
이 같은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고 만성질환 치료제보다 수익성이 높은 희귀질환치료제로 빅파마들의 관심이 쏠리자, 국내사들도 시장 공략에 나섰다. 희귀질환 분야 신약개발을 비롯해 글로벌 희귀질환의약품 도입을 통한 유통 계약을 늘리고 있다.
GC녹십자는 산필리포증후군 A형 치료제 ‘GC1130A’와 파브리병 신약 ‘GC1134A’의 글로벌 임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GC1130A는 지난달 미국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지난해 FDA 희귀의약품 및 소아희귀의약품에 지정된 후 올해 유럽의약품청(EMA) 희귀의약품 리스트에 등재됐다.
한미약품과 공동연구 중인 GC1134A는 지난달 FDA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한미약품의 경우 총 7개 파이프라인에서 11가지 적응증으로 희귀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자체 신약후보물질 파이프라인 중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건수는 총 21건을 확보 중”이라고 설명했다.
폐암 신약 ‘렉라자’ 개발 성과로 주목받았던 유한양행도 희귀질환 파이프라인 개발에 공들이고 있다. 유한양행은 이달 고셔병 치료제 ‘YH35995’의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식약처로부터 승인 받았다. 조만간 시험대상자 모집을 개시할 예정이다. YH35995는 지난 2018년 GC녹십자로부터 기술을 도입한 신약 물질이다.
이 밖에도 광동제약은 글로벌 희귀의약품에 대한 국내 유통 계약을 통해 수익구조를 다각화하고 있다. 이달 이탈리아 희귀의약품 전문기업 ‘키에시’의 의약품 4종을 추가 도입하기 위한 국내 독점 판매,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광동제약이 도입하는 4종의 의약품은 ‘마이캅사(Mycapssa)’, ‘적스타피드(Juxtapid)’, ‘필수베즈(Filsuvez)’, ‘마이알렙트(Myalept)’다. 모두 글로벌 희귀질환 신약이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키에시로부터 ‘락손(레베르시신경병증)’, ‘엘파브리오(파브리병)’, ‘람제데(알파-만노시드 축적증)’ 등 3종의 희귀의약품을 도입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을 희귀질환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환자 수 20만명 미만인 질환, 유럽에서는 인구 1만 명당 5명 미만의 유병률을 나타내는 질환을 희귀질환으로 분류한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에 따르면 전 세계 희귀질환은 총 7000여종, 환자 수는 3억5000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치료제가 개발된 질환은 5%가량에 불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주력 제품들의 특허 만료에 따른 제네릭들과 경쟁 등 신약 개발 환경이 악화되면서 매출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희귀질환치료제는 제도적, 약가 측면에서 동시에 이점이 있어 연구개발 투자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FDA 허가를 받은 희귀질환 의약품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전체 희귀질환에서 개발된 치료제는 10% 미만인 만큼 미충족 수요가 높다”며 “또한 빅파마들이 희귀질환 신약후보물질을 비롯해 관련 벤처 투자 의지를 높이면서 국내사들도 희귀의약품 개발을 확대하는 분위기”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