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상반기도 판매량 뒤처져···모델 선택지 적고 국내외 물량 분산
하반기 G80·GV70 부분변경 모델 출시 예정···“전동화 지속”

고급차 브랜드별 전기차 내수 판매 추이. / 사진=제네시스
고급차 브랜드별 전기차 내수 판매 추이. / 사진=제네시스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제네시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수입차 업체보다 전기차(BEV)를 적게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네시스는 하반기 신차를 출시해 실적 개선을 노린다.

11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제네시스 전기차 판매대수는 전년동기(4549대) 대비 6분의1 수준에 불과한 786대에 그쳤다.

모델별 판매량은 G80 전동화모델 155대, GV60 315대, GV70 전동화모델 316대로 집계됐다. 제네시스의 상반기 실적은 보다 값비싼 수입 모델을 판매하는 BMW(3406대), 벤츠(2764대)보다 낮다. 제네시스는 앞서 지난해 연간 6394대를 판매해 벤츠(9184대), BMW(8225대)에 역전 당한 후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제네시스의 미국 전기차 라인업. / 사진=제네시스 미국법인
제네시스의 전기차 라인업. 왼쪽부터 GV60, GV70 전동화모델, G80 전동화모델. / 사진=제네시스 미국법인

◇ BMW·벤츠보다 선택지 적고 캐즘 영향받아···신차대기 수요도 영향

제네시스의 국내 전기차 판매실적이 최근 저조한 이유로 제품 선택폭 협소, 수출 중심 생산전략, 신차 구매 대기수요 등이 꼽힌다. 제네시스가 현재 전기차 3종을 판매하는데 비해 벤츠 7종, BMW 6종씩 판매하고 있다.

BMW, 벤츠는 이에 더해 AMG, M 등 고성능 브랜드의 전기차 모델을 판매하고 있어 고객 선택폭이 넓다. 두 수입차 브랜드가 고급차 시장에서 오랜 기간 쌓아온 입지, 고객 충성도와 전기차 상품성이 결합돼 수요를 창출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현대차가 제네시스 전기차로 해외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수출 물량을 늘린 점도 내수 비중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 1~5월 GV60가 2119대 생산됐고 내수와 수출 물량은 각각 261대, 1822대로 집계됐다.

전기차 3종이 지난해 같은 기간 5973대 만들어져 내수 2061대, 수출 3644대를 기록한데 비하면 주문 생산되는 차량의 수요가 올해 크게 감소한데다, 수출 대비 내수 물량의 비중이 떨어졌다. 제네시스가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수출 비중을 더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GV70 전동화 모델이 충전되고 있다. / 사진=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이 충전되고 있다. / 사진=제네시스

이밖에 이번 하반기 G80 전동화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GV70 전동화 부분변경 모델(가칭) 등 신차 2종이 출시될 예정이어서 기존 모델의 수요가 일부 대기 수요로 전환된 모양새다.

제네시스는 2020년 이후 내연기관차를 포함한 전체 판매실적에서 벤츠와 BMW를 앞서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에서는 현재 주춤한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제네시스가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수요 정체기)에 대응할 라인업 전략에 고심하는 가운데, 이번 성적을 기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사실 제네시스 뿐 아니라, 대부분 완성차 업체들이 같은 기간 예년에 비해 저조한 전기차 판매실적을 기록했다”며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를 사업 지향점으로 여기고 있지만 시장 성장이 일시적으로 침체되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송민규 제네시스사업본부장(본부장)이 지난달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부산모빌리티쇼에 참석해 G80 전동화 부분변경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송민규 제네시스사업본부장(본부장)이 지난달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부산모빌리티쇼에 참석해 G80 전동화 부분변경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 G80·GV70 부분변경 모델 하반기 출시···“고객 목소리 경청할 것”

제네시스는 하반기 부분변경 모델인 전기차 2종을 순차 출시해 실적을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이 중 G80 전동화 부분변경 모델은 일부 디자인 변경을 비롯해 휠베이스 연장, 주행거리 확대, 편의사양 신규 기본화 등 특징을 갖췄다. 제네시스는 기존 G80 전동화 모델에 대한 고객 의견을 적극 반영해 신차 상품성을 개선했다. GV70 전동화 부분변경 모델도 내연기관차인 GV70 부분변경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전기차 성능을 비롯한 사양 경쟁력이 개선될 전망이다.

전기차를 비롯한 신차 구매 고객에게 현금 할인 혜택도 지속 제공하며 구매를 유인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이달 기존 보유 차량을 현대차에 매각하고 제네시스 신차를 구매하는 고객은 200만원 할인 혜택을 적용받는다.

또한 이달 말까지 현대캐피탈을 통해 제네시스 전기차를 일정 조건으로 렌탈, 리스하는 고객에게 잔가 보장 강화를 통한 월 납입료 인하, 차량 이용 기간동안 매달 10만 충전 크레딧 제공 등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는 법인 등 상용 고객을 겨냥한 프로모션으로, 전기차 수요 창출을 위해 이례적으로 마련한 판촉 전략이라는 관측이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는 세계적으로 속도가 둔화했지만 궁극적으로 가야 할 길”이라며 “한국의 럭셔리 브랜드로서 국내 고객들의 목소리에 계속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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