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부터 동아ST 기타비상무로 현안 보고···강정석 회장과 소통 전문경영인 포함
수년간 5000-6000억원대 머무는 매출 증가 시급···정 사장 선임으로 성장전략 변화 예상
1Q 연구개발비 증가로 영업익도 적자 전환···영업익과 연구개발비 조화 방안 등 업계 주목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동아쏘시오그룹 실세로 파악되는 정재훈 동아에스티 사장이 매출과 영업이익 부진에 시달리는 회사 실적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동아쏘시오그룹은 1일자로 김민영 동아에스티 대표를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장에, 정재훈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를 동아에스티 사장에 각각 임명하는 등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그룹은 오는 8일 동아쏘시오홀딩스와 동아에스티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김민영 사장과 정재훈 사장이 각각 사내이사로 선임되고 이후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된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는 동아에스티 상무와 상무보 인사도 포함됐지만 핵심은 그룹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와 동아에스티의 사장 맞교환이다.
이번 인사는 시기적 측면에서도 업계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통상 연말이나 11월 경 단행되던 동아쏘시오그룹 임원 인사가 하반기 시작에 맞춰 발표된 것은 그만큼 회사 사정이 중요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룹 관계자 B씨는 “동아쏘시오그룹은 2013년 지주사 전환 이래 지속가능경영 및 차별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경우 수시인사를 단행, 상황에 따른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임원인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 주인공은 김 사장과 정 사장이지만 무게중심은 정 사장에 실리는 분위기다. 동아에스티에 따르면 1971년생 정 사장은 성균관대에서 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제약 운영기획팀장을 거쳐 동아쏘시오홀딩스에서 정도경영실장과 대표이사 부사장, 대표이사 사장으로 근무했던 인물이다. 이번 발령으로 인해 정 사장은 동아쏘시오그룹에서 영향력이 큰 전문경영인이라는 점이 확인됐다는 분석이다. 50세인 2021년 부사장으로 그룹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를 맡았고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3월 열린 동아에스티 정기주주총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된 후 회사 경영 관련 주요 사항을 보고 받은 것은 그의 역할 증대를 입증했다.
동아쏘시오그룹 동향에 정통한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지주사 경영을 맡으며 동아에스티 현안도 보고받도록 한 것은 사실상 그를 후임 대표로 낙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그룹 관계자 B씨는 “(정 사장은 당시) 지주사 대표로서 계열사간 협력과 시너지 창출,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며 “이번 대표 선임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의 동아에스티 사장 발탁은 강정석 동아쏘시오그룹 회장과 일정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강 회장이 그룹 먹거리와 향후 비전에 대해 소통하는 전문경영인에 정 사장이 포함됐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정 사장은 업무파악이 끝나는 대로 경영실적 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내 영향력이 크고 강 회장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파악된 그가 이를 토대로 동아에스티 경영활성화에 올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아에스티 매출은 최근 수년간 5000억원대와 6000억원대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2019년 6123억원, 2020년 5867억원, 2021년 5932억원, 2022년 6454억원, 2023년 6640억원을 달성했다.
올 1분기에는 155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5.6% 성장했다. 반면 동아에스티와 과거 매출수준이 유사했던 다른 제약사들은 앞서나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 보령은 8596억원, JW중외제약과 동국제약은 각각 7500억원, 7310억원을 달성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수년 전에는 매출이 사실상 붙어있을 정도로 차이가 적었던 4개 제약사 매출이 8000억원대와 6000억원대로 간극이 커졌다”며 “일단 동아에스티는 매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동아에스티는 올 1분기 매출 증가에 대해 ETC(전문의약품) 부문과 해외사업 부문 성장이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ETC 부문의 경우 ‘그로트로핀’, ‘슈가논’, ‘모티리톤’을 육성하고 경쟁 질환군별 선택과 집중,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 사장 선임으로 향후 성장 전략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예상했다.
동아에스티 영업이익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12억원으로 전년대비 33% 하락했는데 올 1분기에는 161억원 손실을 보며 적자로 전환됐다. 회사는 영업이익 감소 원인으로 R&D(연구개발) 비용 증가를 꼽았다. 실제 동아에스티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을 보면 올들어 회사의 R&D 집중이 확인된다. 2021년과 2022년 13.9%였던 연구개발비 비율은 지난해 16.3%에 이어 올 1분기에는 24.4%를 기록했다.
그동안 추진했던 신약 R&D 성과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 사장과 동아에스티가 R&D에 공을 들이면서 영업이익 적자를 막는 효율적 운영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E씨는 “강 회장이 신약 개발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단기간 영업이익은 중요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며 “정 사장 입장에서는 개발에 박차를 가해 일단 R&D에서 성과를 내려 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정 사장은 향후 동아에스티를 경영하며 주요품목을 중심으로 매출을 늘리고 신약 R&D에 자금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정된 자원 내에서 최대한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그의 능력이 검증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