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대표, 동아에스티 기타비상무이사 선임···경영 사항 보고, 위상 높아지고 힘 실릴 듯
업계 “그룹과 지주사 의견 전달” 관측···향후 매출·영업익 증대와 디지털 사업 주력 전망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동아쏘시오그룹 지주사 동아쏘시오홀딩스를 경영하는 정재훈 대표가 계열사인 동아에스티 경영에도 참여키로 해 향후 실적 제고 역할을 수행할 지 주목된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열린 동아에스티 정기주주총회에서 정재훈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이사 부사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이에 정 대표는 동아에스티 등기임원으로서 이사회에 참여해 회사 경영 관련 주요 사항을 보고 받을 수 있게 됐다. 동아쏘시오그룹 지주사 대표가 계열사 경영을 들여다볼 기회를 얻은 것이다. 제약업계가 동아에스티와 정 대표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상위권 제약사를 중심으로 지주사 요건을 갖춰 그룹을 경영하는 행태는 있지만 지주사 대표가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는 전례가 드물다”고 말했다.
그룹이 각 계열사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제약업계 분위기와 달리 오히려 그룹 지주사가 계열사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다른 그룹은 각 계열사 대표가 경영을 책임지고 수행하는 체제를 운영하는데 동아쏘시오그룹은 동아에스티를 상대로 이같은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을 업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전반적 경향을 보이는 시스템은 다 배경과 이유가 있다”며 “그룹으로 운영하며 각 계열사를 유지하는 것은 장점이 있는데 이번 동아에스티 사례는 흔치 않은 경우여서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 경력도 이같은 업계 분석과 무관치 않다. 1971년생으로 성균관대 약학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1997년 동아제약 입사 후 2011년 동아제약 운영기획팀장, 2013년 동아쏘시오홀딩스 비서실장, 2019년 동아쏘시오홀딩스 정도경영실장을 역임했다. 이어 2021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주로 동아쏘시오홀딩스에서 근무했던 정 대표는 그룹이나 지주사 의견을 동아에스티에 전달하기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동아에스티는 이같은 업계 관측을 부인한다. 회사 관계자는 “정 대표는 경영 전반에 관한 통찰력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계열사의 유기적 협력과 시너지 확보 등 경쟁력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업계가 이처럼 정 대표 역할을 분석하는 것은 경영실적과 연결돼있다. 동아에스티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6354억원 매출을 올려 전년대비 7.1%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167억원으로 6.7% 증가했다. 관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지만 바이오업체를 제외하고도 지난해 1조 클럽에 가입한 국내 전통제약사가 6곳인 점을 감안하면 그룹 차원에서 동아에스티 실적에 아쉬움을 갖고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계열사로 분리돼 주목도는 떨어졌지만 동아에스티는 전문의약품을 담당하는 동아쏘시오그룹 핵심 업체”라며 “최근 수년간 5000억원대와 6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는 매출은 그룹이나 지주사가 판단하기에 부족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초 동아에스티 경영진도 실적 부진으로 물러난 사례가 있다”며 “정 대표의 계열사 경영 참여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동아에스티 내 역학구도 변화로 인해 기존 김민영 대표와 박재홍 사장의 사내 입지와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을 업계는 우려한다. 김 대표의 경우 정 대표와 동일한 동아쏘시오홀딩스 출신이며 동아에스티에 안착한 지 2년이 됐다. 글로벌 제약사인 얀센과 다케다, 베링거인겔하임 등을 거친 박 사장은 입사한 지 1년이 경과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의 영향력과 입지는 언제든지 변동 가능한 부분”이라며 “현재 지주사 경영을 책임진 정 대표 위상이 높아지고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향후 동아에스티 경영진과 정 대표는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 등 수익성 증대와 디지털헬스케어 사업 등 신사업에 주력할 전망이다. 실제 동아에스티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6%다. 2021년과 동일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매출원가비율은 2021년(50.5%)과 큰 차이가 없는 50.4%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상장제약사 평균 영업이익률이 10%대이기 때문에 적극적 대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동아에스티는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헬스케어 사업도 향후 본격화할 예정이다. ‘메쥬’와 지난해 7월 국내 판권 계약을 채결한 심전도 원격 플랫폼 ‘하이카디’는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의원 등 기존 거래처를 벗어나 해외와 동물병원 등으로 판매 채널을 다각화할 방침이다. 지난 2021년 12월 오픈한 의사 전용 의료지식 공유 플랫폼 ‘메디플릭스’를 통한 신사업 비즈니스모델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전자약과 디지털치료제, 개인맞춤형 서비스 등으로 디지털 사업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지주사 대표가 경영에 참여한 동아에스티 사례는 흔치 않은 경우여서 업계가 지속적으로 주목할 전망이다. 제약업계에서 동아쏘시오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사장 이상 경영인 이동은 이슈로 부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 대표 경영 참여가 그룹 계열사의 유기적 협력과 시너지 확보로 귀결될지 궁금하다”며 “동아쏘시오그룹은 주목하는 눈이 많다는 점을 인지하고 합리적으로 경영해 실적 증대를 달성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