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항체 ADC'로 신약 연구 분야 확장
올해 기술이전 추가 마일스톤 수령 기대
ABL001, ABL105 임상 데이터 공개 예정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이중항체 ADC는 신약 승인을 받은 약물이 없고, 개발 경쟁도 기존 ADC 대비 치열하지 않은 블루오션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Grabody)’ 등을 기반으로 임상 및 비임상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7개 이상의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시험을 미국, 중국, 호주 및 한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전개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22년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파킨슨병 등 퇴행성뇌질환 치료 이중항체 후보물질 ‘ABL301’를 10억6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분자세포생물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제넨텍 등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제약·바이오 신약 개발 전문성을 쌓았다.

이상훈 대표는 과거 유진산 대표와 파멥신을 공동 창업했다. 파멥신 대표직을 내려놓고, 한화케미칼 바이오사업부에 총괄로 입사했다. 그러나 입사한 지 1년 만에 한화케미칼이 바이오 사업을 정리하면서 직접 이중항체 신약 개발을 주도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바이오 벤처 창업을 결심하고는 한화케미칼 연구원들에게 에이비엘바이오 합류를 제안했다.

14명의 연구원이 이상훈 대표의 러브콜을 받아들였고, 그들의 합류와 함께 2016년 에이비엘바이오를 설립했다. 이중항체 분야에서 독자적으로 바이오 기업을 키워보겠다는 의지를 높이게 됐다.

최근에는 ADC(항체약물접합체) 분야로 연구 범위를 확장해 이중항체 ADC 신약 개발도 시작했다. 기존 ADC에 쓰이는 단일항체 대신 항원 2개에 동시 작용하는 이중항체를 사용하는 ADC 신약을 탄생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시사저널e는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이상훈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사저널e와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최다은 기자
시사저널e와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최다은 기자

에이비엘바이오 창업 배경과 스토리 짚어달라

에이비엘바이오는 두 번째 창업한 회사다. 첫 번째는 파멥신이었다. 파멥신 유진산 대표의 권유로 공동 창업을 했었다. 이때 투자유치 등 창업을 위한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파멥신을 정리한 후에는 한화케미칼 바이오사업부에 총괄로 입사하게 됐다. 다만 입사 1년 만에 회사가 바이오사업부를 정리하면서 제대로 신약을 개발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두 번째 창업인 만큼, 경영자로서 마음가짐도 달랐다. 에이비엘바이오에서는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신약’을 만들어보겠다는 열정이 생겼다. 파멥신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한화케미칼 바이오사업부에 함께 일했던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에이비엘바이오 신약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이중항체 분야 신약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

이중항체는 항체 치료제의 한 부분이다. 카이론, 제넨텍, 아스트라제네카 등 미국에서 글로벌 제약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항체 개발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이때의 경험이 이중항체 연구의 근간이 됐다. 이중항체, 그중에서도 에이비엘바이오의 핵심 기술인 4-1BB (메모리 T세포)기반 T Cell Engager에 대한 아이디어는 한화케미칼 바이오사업부에 근무할 때 구체화됐다.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활용되는 BBB(Blood-Brain Barrier) 셔틀에 대한 아이디어는 에이비엘바이오 창업 시기부터 고민을 시작했고, 점차 연구에 속도가 붙어 ABL301 기술이전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글로벌에서 이중항체에 관심이 커지는 이유

이중항체의 가장 큰 장점은 단일항체 대비 효능이 좋다는 것이다. 질병을 유발하는 하나의 원인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의 항원에 반응하기 때문에 단일항체보다 효과가 뛰어나다. 병용 시에도 암세포와 면역 세포를 동시에 표적해서 치료 효율을 증가시킬 수 있다.

안전성도 좋다. 과거 BMS가 개발한 4-1BB 단일항체는 면역 세포를 표적하는 4-1BB의 특성으로 인해 간 독성이라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임상을 중단해야 했다. 그러나 이중항체로 4-1BB를 개발할 시 암세포가 존재하는 종양미세환경에서만 T 세포가 활성화되도록 설계할 수 있다. 두 개의 항체를 결합함으로써 HER2, Claudin18.2 등 암세포에 주로 발현하는 항원과 결합한다는 필수 조건이 성립돼야만 4-1BB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 소개해 달라

에이비엘바이오가 주력하는 분야는 그랩바디-T 중심의 면역항암제와 그랩바디-B를 중심으로 하는 퇴행성뇌질환 분야다. 그랩바디-T와 그랩바디-B는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이라 확장성이 크다는 장점이 있다. 먼저 그랩바디-T는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암세포가 발현된 미세환경에서의 면역 반응을 향상시키기 위해 개발됐다.

상단 모듈에는 종양에서 발현되는 항원을 표적하는 항체를, 하단 모듈에는 면역세포인 T 세포의 활성화에 관여하는 4-1BB 항체를 결합했다. 그랩바디-T의 핵심인 4-1BB는 단일항체로 개발할 시 심각한 간 독성이 나타나 개발이 중단된 바 있지만, 그랩바디-T는 종양미세환경에서만 4-1BB를 활성화시켜 안전성이 높다.

그랩바디-B는 항체가 BBB(Blood-Brain Barrier)를 더 잘 투과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셔틀이다. 뇌는 생명과 연관된 매우 중요한 기관 중 하나이기에 바이러스나 세균 등의 침입을 막기 위한 촘촘한 조직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게 BBB다. 양팔과 양발을 가진 그랩바디-T와는 달리 BBB 투과율을 높이기 위해 외발 구조를 가지고 있다. IGF1R이라는 BBB 발현율이 높은 수용체(Receptor)를 표적한다.

기술이전 기대되거나 주목하는 파이프라인 있다면

현재까지 임상 데이터가 나오기 시작한 면역항암 파이프라인들과 그랩바디-B 플랫폼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 로슈가 임상 3상에서 실패한 알츠하이머 타깃 단일항체에 자체 개발한 BBB 셔틀을 붙인 이중항체가 임상 1·2상에서 고무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만큼, 그랩바디-B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콤패스 테라퓨틱스와 한독에 기술이전 돼 담도암, 대장암, 난소암 등의 치료제로 개발 중인 ‘ABL001’ 역시 주목할 만한 파이프라인이다. 현재 미국과 한국 등에서 ABL001 및 파클리탁셀 병용요법으로 담도암 환자 대상 임상 2·3상이 진행되고 있다. 효능이 좋아 신약 승인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담도암은 희귀 암종인 만큼 가속승인까지 기대해 볼 수 있는 질환이다. 최근에는 FDA로부터 빠른 신약 개발을 지원하는 패스트트랙 프로그램의 대상 중 하나로 지정받기도 했다. 담도암 환자 대상 탑라인 데이터는 올해 말, 대장암 환자 대상 임상 2상의 탑라인 데이터도 올해 안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시사저널e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최다은 기자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시사저널e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최다은 기자

에이비엘바이오가 주목하고 있는 R&D 분야는

이중항체 ADC 개발이 회사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이중항체 ADC는 신약 승인을 받은 약물이 없고, 개발 경쟁도 기존 ADC 대비 치열하지 않은 블루오션이다. 몸값도 높다. 시스트이뮨이 개발한 이중항체 ADC는 BMS로부터 기술이전 계약금만 8억 달러를 책정받았다.

이중항체 ADC 시장이 레드오션이 되기 전 빠르게 진입해 임상을 가속화하는 것이 에이비엘바이오의 목표다. 지난해는 ADC 전문 개발사 시나픽스로부터 링커-페이로드 기술을 가져왔다. 회사 내부 ADC팀도 강화했다. 2025년 말까지 3개 파이프라인에 대한 IND를 제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적자전환 했는데 올해 수익성 개선 기대해 볼 수 있을지

다양한 회사들과 파트너십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기존 파트너사들이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의 임상 역시 차질 없이 순항 중이다. 올해 하반기랑 내년경 기존 기술이전 계약들에서 추가 마일스톤 들어올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이전 계획도 있어 재정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다.

바이오벤처를 경영하면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바이오 산업은 연구개발이 주업이고, 신약 개발을 위해 10년 정도의 긴 시간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성공 가능성 역시 바늘구멍처럼 좁다. 한국의 바이오 산업도 많은 발전해 왔지만, 여전히 산업의 본질에 대한 이해도가 아쉬운 상황이다. 모든 신약 개발이 성공해야 하고, 임상은 빨리 진행돼야 한다. 바이오 회사가 연구개발 보다는 수익 창출에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올해와 내년 목표는?

에이비엘바이오의 목표는 뚜렷하다. 연구개발로 성과를 내자는 것이다. 작년 ESMO 2023에서 ABL111의 임상 데이터를 발표한 후 올해 ASCO에서 ABL503과 ABL202 임상 데이터가 공개됐다. ABL001과 ABL105도 파트너사를 통해 임상 데이터가 공개될 예정이다.

이런 글로벌 학회에서의 임상 데이터 발표가 파트너십의 토대가 되곤 한다. 이 학회에 글로벌 빅파마 관계자들도 대거 참여해 공개된 데이터를 살펴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연구개발에 집중해 앞서 말한 이중항체 ADC의 IND 제출, 글로벌 학회에서의 임상 데이터 발표, 지속적인 글로벌 빅파마들과 비즈니스 미팅 등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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