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화물 매각 내정자로 에어인천 낙점···이르면 오늘 이사회서 결정
티웨항공 유럽 노선 취항까지 진행되며 EU가 제시한 조건 맞춰
미국 법무부 추가 소송 없으면 합병 마무리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움직임이 최근 다시 빨라지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던 유럽연합(EU)이 조건부로 기업결합을 승인했지만, 아시아나 화물 매각 건이 지연되면서 합병이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에어인천이 아시아나 화물 새 주인으로 내정되면서 양사 합병에 속도가 다시 붙을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에어인천을 아시아나 화물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대한항공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매각안을 의결할 예정이며, 이후 EU 승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시아나 화물 매각은 작년 11월부터 수면위로 떠올랐다. EU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에 따른 독점을 우려하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화물 매각과 여객노선 운수권 이전 등을 담은 시정조치안을 EU 집행위원회 측에 제출했다.
이후 EU 집행위원회는 대한항공 측 시정조치안을 받아들이며 지난 2월 양사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이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화물 매각을 진행했으나 도중 여러 차례 잡음이 발생했다.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제주항공이 본 입찰에서 빠졌고, 다음 순위였던 에어프레미아와 함께 컨소시엄을 꾸렸던 MBK파트너스가 발을 빼는 등 매각에 적신호가 켜졌다.
당초 업계에선 아시아나 화물 매각 우선 협상대상자가 5월에 선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면서 6월 중순이 돼서야 윤곽이 드러나게 됐다.
아시아나 화물 사업 내정자로 알려진 에어인천은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과 함께 아시아나 화물 인수전에 참여했으며 3사 중 규모가 가장 작아 열세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최종적으로 승리하게 됐다.
3사 모두 약 5000억원의 인수가를 제시하며 큰 차이가 없었으나, 에어인천의 화물사업 이력과 현재 보유중인 화물기 및 화주 네트워크 시너지 등이 높게 평가된 것으로 풀이된다.
EU는 양사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며 아시아나 화물 새 주인 자격에 “화물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이 가능하고, 대한항공·아시아나와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
특히 에어인천은 EU 경쟁당국이 요구한 ‘사업 지속성’에도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다.
◇ 합병 9부 능선 넘어···남은 건 미국 뿐
아시아나 화물 매각까지 완료하게 된다면 이제 남은 곳은 미국 뿐이다.
EU의 경우 아시아나 화물 매각과 함께 유럽 4개 노선 운수권 이전을 요구했는데, 최근 티웨이항공이 프랑스 파리 노선에 취항이 가능해지면서 EU 경쟁당국 요구 조건은 모두 맞춘 상황이다.
앞서 EU는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등 4개 노선을 티웨이항공에 이전하라고 지시했는데, 한국과 프랑스간 항공 협정상 2개 항공사만 취항하도록 돼있었다. 이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외 티웨이항공의 파리 취항이 쉽지 않았는데, 최근 양국이 한시적으로 파리 노선에 3개 항공사가 취항하도록 합의하면서 문제가 해결됐다.
미국의 경우 다른 국가처럼 경쟁당국에게 심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미국 법무부(DOJ) 의사에 따라 결정된다. DOJ가 양사 합병에 대해 소송을 하지 않는다면 자동으로 심사가 종료되며 사실상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선 미국에서 양사 합병을 반대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미 에어프레미아가 미주 노선을 취항하고 있는데다 델타항공을 비롯한 외항사들도 여럿 운항하고 있다. 특히 한~미 노선의 경우 대부분 한국인의 미국 여행이 많기 때문에 양사 합병에 따른 미국 소비자 피해도 크지 않아 명분이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도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오는 10월 말까지 아시아나 합병을 위한 미국 정부의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원태 회장은 “우리는 미국과 EU가 요구한 모든 것을 했다”라며 합병을 위한 추가적인 양보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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