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국적사 해외 여행객 1508만명으로 코로나 이전 95% 수준으로 회복
환율·유가 급등세에 항공기 리스비·유류비 등 고정비용 상승 우려
환율 부담에 따른 해외 여행 심리 위축도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국내 항공업계가 1분기 해외 여행 강세에도 고환율과 고유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2분기 수익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국제선 여객 증가에 따라 매출은 늘어날 수 있겠으나, 환율·유가 상승에 따라 항공기 리스비, 유류비 등 고정 비용이 올라 수익 측면에서는 마이너스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제선 여객은 국적사 기준 1508만여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583만명)과 비슷한 수준까지 회복됐다. 이는 엔데믹이 시작한 지난해 1분기(983만명)과 비교하면 약 1.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작년부터 해외 여행 회복세가 가파른 가운데, 올해 1분기에도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여행객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일본 노선 여행객은 620만명으로 전체 해외 여행객(2160만명)의 28.7%를 차지했으며, 베트남(281만명), 태국(133만명), 필리핀(127만명) 등 동남아 주요 인기 여행국 수요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 2분기부터는 항공사들이 중국 노선을 확대하면서 중국 여행객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노선은 2019년 기준 1843만명이 이용하며 일본(1886만명)에 이어 단일 국가로는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문제는 환율과 유가다.

올해 1분기 국제선 여객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최근 환율과 유가가 급상승하면서 2분기에는 수익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72.9원)보다 8.1원 오른 1381.0원에 개장했다. 지난 16일 한 때 환율은 1400원 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오른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1997~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 레고랜드 사태(2022년) 이후 4번째다.

작년말 환율은 1200원대 후반을 유지했으나, 올해 들어 환율이 1300원대를 넘어 1400원대까지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3개월간 환율 추이. / 이미지=정승아 디자이너
최근 3개월간 환율 추이. / 이미지=정승아 디자이너

환율 뿐 아니라, 유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이어 최근 중동 지역 분쟁이 계속되면서 국제 유가가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미국 서부텍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0.04달러 오른 82.73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지난 1월 말에는 배럴당 72.28달러 수준이었으나 중동 갈등 등을 이유로 오름세를 보이며 지난 2일 기준 86.91달러까지 상승한 바 있다.

최근 3개월간 유가 흐름. / 이미지=정승아 디자이너
최근 3개월간 유가 흐름. / 이미지=정승아 디자이너

이에 따라 항공사들의 고정비용 상승이 우려된다.

항공업계는 환율과 유가에 민감한 산업군 중 하나다. 항공기 리스비용이나 유류비를 모두 달러로 지급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를 경우 그만큼 손해를 보는 구조다.

대한항공 측에 따르면 원달러환율이 10원 오를 경우 약 27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항공기 리스 비중이 높기 때문에 고환율에 따른 부담도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알려졌다.

유류비도 마찬가지다. 항공유는 통상 항공사 영업비용에서 30% 가량을 차지한다. 유가 상승에 따른 항공유 가격 상승은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작년 기준 대한항공 전체 영업비용은 14조3217억원이며, 이 중 연료유류비는 4조8023억원으로 약 33.5%를 차지했다. 대한항공 측은 유가가 10% 오를 경우 4802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고환율과 고유가는 항공사들의 고정 비용 상승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해외 여행 심리 위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환율이 높아질 경우 해외 현지에서 사용하는 비용 부담도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해외 여행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또 유가가 오르면 유류할증료도 오르기 때문에 탑승권 가격 상승에 따른 여행 수요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2분기는 통상 항공업계에서 비수기로 꼽히기 때문에 해외 여행객이 감소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5월 황금연휴와 최근 계속되는 해외 여행 붐에 올 2분기는 나름 선방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최근 환율과 유가 상승으로 전망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5월 해외 여행 예약이 취소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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