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웨이항공, 유럽 노선 취항 후 항공권 가격 FSC 대비 60~70% 수준으로 낮춰
통합 항공사 합병 과정서 상당수 독점 노선 배분···합병 길어지며 LCC 급성장
황용식 교수 “LCC 비즈니스 모델 특성상 추후에도 저렴한 항공권 기조는 유지될 것”
가격 경쟁력 중시하는 소비자는 LCC, 서비스 중시하는 소비자는 FSC 선택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항공권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그간 합병 과정에서 급성장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견제 세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초 업계에선 양사가 합병하게 될 경우 독과점으로 인해 항공권 가격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양대 항공사가 합쳐지는 만큼, 초거대 항공사 등장에 따른 독점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었다.
하지만 양사가 합병을 하는 과정에서 해외 경쟁당국들이 당초 예상보다 많은 운수권 및 슬롯(공항 이용 권리) 이전을 요구하면서 독과점 가능성이 낮아졌다. 또 합병 과정이 길어지면서 그동안 LCC들이 성장한 것은 물론, 양사 독점 노선도 넘겨받으면서 LCC들이 가격을 낮춰 노선을 운항하게 될 경우 통합 항공사 가격 상승을 억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지난 7일부터 인천~로마, 바르셀로나 항공권 예약을 시작했다. 이들 노선은 앞서 EU(유럽연합)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을 승인하면서, 티웨이항공에 이전하라고 요구한 곳들이다. EU 경쟁당국은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노선의 경우 양사 합병에 따라 독과점이 우려된다며 티웨이항공에 노선을 넘길 것을 지시했다.
이후 티웨이항공은 오는 10월 중 프랑크푸르트에 취항할 예정이며, 파리 노선도 한-프랑스 항공당국 간 합의가 완료되며 취항이 가능해진 상태다.
티웨이항공은 유럽 노선에 취항하면서 가격대를 낮춰 통합 항공사 대비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항공권 가격의 경우 같은 노선 운항편이라고 하더라도 출발 시간과 예약 시기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현재 로마 항공권 가격의 경우 대한항공 대비 60~70% 수준이다.
오는 8월 25일(일요일) 출발해 9월 1일(일요일) 돌아오는 티웨이항공 항공편 가격은 스마트 운임 기준 총 121만원이다. 또한 같은 주말 일정인 대한항공 로마 항공편은 8월 24일(토) 출발해 8월 31일(토) 왕복 항공편이 181만원으로 나타났다.
인천~로마 노선의 경우 티웨이항공은 화·목·일요일 일정이며, 대한항공은 월·수·금·토요일 운항해 서로 겹치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어렵다.
◇ LCC 성장과 외항사 견제에 무작정 가격 올릴 순 없어
LCC가 취항하면서 항공권 가격이 내려가는 곳이 유럽 뿐만은 아니다. 앞서 에어프레미아의 경우 미주 노선에 취항하면서 대형 항공사(FSC)와 경쟁하기 위해 항공권 가격을 30% 이상 낮추면서 성공한 바 있다.
아울러 최근 운수권 확대가 진행된 인도네시아 노선도 LCC들이 추가로 운항하게 되면서 항공권 가격이 대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LCC는 일본과 동남아 위주로 운항했으나, 최근에는 중장거리에 눈독을 들이면서 중대형기를 도입해 더 긴 지역까지 운항이 가능해졌다. 이와 함께 엔데믹 이후 해외 여행이 급증하면서 LCC들이 빠르게 노선 확대에 나서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에 취항하는 외항사가 많기 때문에 통합 항공사가 나오더라도 가격 경쟁 체제는 유지 될 것”이라며 “유럽의 경우 중동 항공사 등을 이용해 경유하면 가격도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무작정 가격을 올릴 수는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시스템 ‘에어포탈’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제선 여객은 국적사가 2454만명, 외항사가 1104만명으로 집계됐다. 국적사와 외항사 비율이 2대1로 외항사 이용객이 높은 편이다.
외항사와 LCC 성장 등을 고려하면 통합 항공사의 독점 체제는 앞으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국내 LCC 성장에 따라 소비자들 선택지가 넓어졌고, 가격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LCC로, 서비스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FSC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LCC는 비즈니스 모델이 원가 절감 및 제한적인 서비스 제공을 통해 항공권 가격을 낮추는 것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LCC들은 FSC 대비 저렴하게 항공권을 팔 수밖에 없다”며 “LCC가 가격을 올려서 팔게 되면 결국 소비자들은 외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