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캐파 할당으로 일반 D램 생산량 증가 한계
수요는 회복세···공급 부족 발생 우려도

삼성전자의 DDR5 D램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DDR5 D램 / 사진=삼성전자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메모리 반도체 3사 올 하반기 D램 생산량 확대가 가격 상승분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당분간 D램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과 PC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며 인공지능 분야 외 일반 D램 수요가 늘고 있지만, 3사 모두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량 확대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어 일반 D램에 대한 캐파(생산량) 할당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2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는 올해 D램 투자를 HBM에 집중한단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출하량을 지난해보다 3배 이상, 2025년엔 올해보다 공급량을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공급 측면에서 HBM 캐파 확보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밝혔으며, 미국의 마이크론은 내년 시장 점유율 25% 확보를 목표로 미국 및 일본 생산기지의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HBM은 일반 D램 대비 수율이 50~60% 내외로 제한적이고, 웨이퍼 면적도 60%가량 더 크기 때문에 더 높은 비중의 웨이퍼 투입률이 필요하다.

3사의 메모리 캐파 할당량이 HBM에 쏠리면서 올해 일반 D램 공장 확장 투자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메모리 3사의 올 하반기 D램 생산역량은 생산 감산이 지속됐던 2022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1분기 대비 91%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전공정 장비업체들의 상반기 수주 상황을 고려해도 연내 생산량 증가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D램 가격 반등 이후 가동률이 지속 상승헀지만 구공정을 선단 공정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전체 캐파는 축소됐다”며 “HBM 캐파 할당으로 인해 일반 D램 캐파는 지난 2022년 연말 대비 72% 수준에 불과하며, 이처럼 타이트한 수급 상황이 지속되면서 시장의 우려와 달리 올 하반기에도 D램 가격은 견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제조사는 한정된 생산역량 내에서 HBM 중심으로 투자하는데 투자를 보수적으로 가져가면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며 “가격 상승은 향후 추가 설비투자에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16.7% 상승한 2.1달러를 기록했다. 해당 제품 고정가는 지난해 10월 반등을 시작해 올해 1월까지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왔다. 지난 2월과 3월 잠시 보합세를 보인 뒤, 4월 다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HBM 생산 비중이 커지면서 D램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단 전망도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수요 성수기에 맞춰 HBM3E 출하가 올 하반기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동시에 DDR5와 LPDDR5와, LPDDR5X 등 시장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해 메모리 적자를 지속했던 제조사들은 생산역량 확장 계획에 신중한 모습으로,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하반기의 생산능력 할당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모리 3사는 각각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한 D램 신규 공장을 중심으로 수요에 대응한단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화성캠퍼스 15라인을 기존 10나노급 2세대(1y) 공정에서 5세대(1b)로 전환을 진행 중이며, 2025년 평택캠퍼스 4공장(P4) 완공을 앞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천 M16 공장을 증설과 함께 청주 M15X 공장도 내년 완공해 연말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마이크론은 미국 아이다호주에 건설 중인 보이시 공장이 2025년 완공될 예정이며, 장비 투입 후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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