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단가 올랐다고 투자 급격히 늘리긴 어려워”
“점진적 회복 맞지만 내년 더 좋아진다는 확신 부족”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 사진=삼성전자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분기 메모리 반도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설비투자 확대에 여전히 보수적이다. 삼성전자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의 설비투자 규모를 유지할 전망이며 지난해 대규모 감산한 SK하이닉스 신규 투자도 예년 수준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8일 반도체 장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당장 메모리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 낮다”며 “내년에 더 좋아진다는 확신이 있어야 무리해서라도 투자를 늘릴 텐데 메모리업계 작년 적자가 매우 컸고 향후 시장에 대한 확신도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D램과 낸드플래시 설비투자액 전망치 합계를 전년(260억달러, 약 35조원) 대비 5.8%가량 감소한 245억달러(약 32조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에서 작년 대비 투자액을 줄일 전망이고, SK하이닉스의 경우 D램 투자는 30%가량 늘리겠지만, 낸드플래시는 축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반도체 부문 시설투자액은 9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 8000억원)와 전분기 대비 각각 1%, 34.9%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투자를 자제했고 다이(die) 사이즈가 큰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비중을 확대하면서 올해 D램과 낸드 모두 소폭의 생산 증가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최근 신규 D램 생산기지로 낙점한 청주 M15X 공장 추가 투자를 공식화함에 따라 연초 계획 대비 전체 설비투자 규모는 늘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는 해당 신규 투자에만 5조 3000억원가량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기존 D램 주요 생산거점인 경기 이천 사업장에서도 반도체 제조 장비 발주가 이어졌다. 국내 전공정 장비업체인 테스는 이달 2일 SK하이닉스와 137억원 규모의 반도체 제조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투자 규모를 크게 확대했던 2022년도 수준에는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설비투자 규모는 6조5910억원으로, 전년(19조원)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전년도 투자가 너무 없어 올해는 조금씩 장비발주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예년 수준에는 아직 못 미치는 정도”라며 “삼성전자도 작년에 적자가 많이 났는데도 전년 대비 대폭 설비투자를 줄이진 않았으며, 올해도 기존 계획대로 전년 수준과 비슷하게 갈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번 영업이익 회복은 메모리 제품 단가 회복에 대한 영향이 큰 것으로, 영업이익이 회복됐다고 당장 신규 투자가 늘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아직은 시장 전반적으로 크게 회복되는 분위기는 아니고, 두 메모리 기업 모두 올 하반기 아니면 내년을 얘기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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