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올해 누적 수주액 33억 달러···경쟁사 비해 낮은 수준
특수선 방점 찍고 수조원 대 투자 나서···올 1분기 영익 57억원 '걸음마 단계'
한화오션 "이르면 2025년부터 해외 입찰 본격화"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한화오션이 잠수함과 수상함 등 특수선 사업부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조원대 투자를 앞두고 있다. 거제사업장 특수선사업 시설 투자를 비롯해 몸값만 9000억원에 달하는 호주 방산 조선업체 ‘오스탈’ 인수를 추진 중이다.
다만 이를 두고 일각선 한화오션이 특수선 부문에 집중하느라실적 반등까지는 상당 기일이 소요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올 들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2척,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2척, 초대형 액화 석유 가스(LPG 운반선) 1척, 암모니아 운반선 2척 등 총 17척을 수주했다. 총 33억9000만달러(약 4조7000억원) 규모로, 지난해 연간 수주 실적의 70% 가까이를 1개 분기 만에 채웠다.
한화와의 인수합병 작업 영향으로 수주실적이 부진했던 지난해 1분기보단 일감 확보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한화오션은 올해 역대 최다인 22척의 LNG운반선을 건조한다. 내년에도 24척이 대기 중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연말까지 현재 유지하고 있는 2.5~3년 정도의 수주잔고를 유지하는 선에서 수주 물량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3~4년치 일감을 확보하고 있는 경쟁사와 비교해선 수주 실적 다소 부진하다는 평가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총 86척을 수주해 98억6000만달러(약 13조6561억원)의 수주 잔고를 쌓았다. 이는 올해 연간 수주 목표였던 135억달러(약 18조6975억원)의 73%에 해당하는 수치다. 삼성중공업의 1분기 신규 수주는 38억달러로 연간 목표 97억달러 대비 39.2%를 달성했다.
문제는 향후 일감 확보다. 클락슨에 따르면 한화오션의 인도 일정은 2024년 39척, 2025년 30척, 2026년 25척 등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한화오션 상선부문의 주력 제품인 LNG 운반선 발주가 올해를 기점으로 주춤할 전망이다.
한화오션 측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열린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2022년과 2023년 대량 발주로 인한 공급 과잉 우려로 시장 전반의 발주 척수는 전년 대비 감소할 전망”이라고 했다. 다만 환경규제와 미국 LNG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아 중장기적인 LNG선 신조 수요는 견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오션은 상선 시장보다는 특수선 시장 경쟁력 확보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한화오션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현재 8500억원 수준의 특수선 사업부 매출을 2030년까지 2조90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선박 건조 공간 확보를 위해선 ‘조 단위’ 투자를 단행한다. 해외 생산 거점을 확보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게 한화오션의 구상이다.
첫 인수 대상은 호주 방산 조선업체 오스탈이다. 한화오션 측은 “인수 금액을 오스탈에 제시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시장서는 오스탈의 몸값이 최소 9000억원 이상일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국내에선 3단계에 걸쳐 경남 거제사업장의 수상함·잠수함 시설을 확대한다. 구체적으로 거제사업장 해양사업부의 유휴 부지에 수상함 2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실내 탑재 공장’과 함정 전용 ‘다목적 조립공장’을 건설한다. 또 기존 특수선사업부 시설을 잠수함 전문 제작 신축 공장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해당 공사는 올해부터 오는 2028년 하반기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현재 2배 규모인 연간 수상함 4척과 잠수함 5척을 동시에 건조하는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다만 현재 특수선 사업 실적은 ‘2030년 함정건조 분야 매출 글로벌 탑 10’이라는 목표에 비해 아직 걸음마 단계다. 특수선사업부 올 1분기 매출은 1422억원, 영업이익은 57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1288억원에서 소폭 늘었지만, 전 분기 2852억원보다는 50% 줄었다.
이에 증권가에선 한화오션의 특수선 집중 전략이 단기적으론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특수선 사업은 계약에서 납기까지 호흡이 길어 단기 매출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데다 상선부문은 수주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간 수주 부진에 따른 향후 매출 불확실성이 우려된다”며 “향후 수주를 희망적으로 가정해서 실적을 추정하더라도 2025년 매출은 2024년보다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시장 우려에도 한화오션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당장은 특수선 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향후 해외서 대규모 일감을 따오겠단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이르면 2025년부터, 늦어도 2027년에는 전 세계 특수선 시장이 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폴란드(3척)·캐나다(12척) 등에 3600톤(t)급 잠수함을, 호주에 3000t급 호위함(11척)을 수출하는 등 해외 사업을 확대해 2031년엔 매출 5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폴란드 사업은 2025년, 캐나다는 2026년 정도에 본격적으로 입찰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입찰제안요청서(REP) 준비 단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