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호위함 11척 놓고 격돌
가성비·적기 인도 측면서 한국 업체 유리
호주 국방부, 대구급·충남급 관심 보여
수출 실적 면에선 HD현대중공업 11척 앞서
양, 생산시설 확충 등 함정 건조 경쟁력 강화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필리핀 호위함 2번함 ‘안토니오 루나함’. /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필리핀 호위함 2번함 ‘안토니오 루나함’. / 사진=HD현대중공업

[시사저널e=시사저널e 기자] 함정 분야 라이벌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국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에 사활을 건 가운데 급격히 성장하는 세계 함정 방산 시장서 번번이 맞붙을 전망이다. 다음 격전지는 호주가 될 전망이다. 호주 정부는 11척의 해군 호위함 구매 계획을 밝히고 한국과 일본의 호위함을 관심 기종으로 선정하면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호주 호위함 수주를 놓고 경쟁하게 됐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호주는 ‘SEA 5000 사업’을 통해 차기 호위함 11척을 구매할 계획이다. 선도함을 포함한 3척은 수주한 국가의 방산 업체에서 건조하고 나머지 8척은 호주 현지에서 기술지원을 받아 건조한다. 올해 호위함을 건조할 업체를 먼저 정하고 그에 따라 최종 선형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이후 오는 2026년 건조를 시작해 2029년까지 첫 번째 군함을 인수할 계획이다.

호주 국방부가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한국과 일본, 스페인, 독일 방산업체의 모델이 후보라고 돼 있다. 한국 대구급과 충남급, 일본의 모가미급, 스페인 ‘알파 3000’, 독일 ‘메코 A-200’ 등이다. 대구급 호위함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했고, 충남급 호위함은 HD현대중공업과 SK오션플랜트, 한화오션이 건조하고 있다.

주목할 건 군함 11척 등에 대해 책정된 예산이 111억 호주달러(약 10조원)이라는 점이다. 호주 국방부는 ‘가성비가 우수한’ 호위함을 건조할 업체를 찾고 있다. 호주 현지 건조는 한국 내 건조에 비해 인건비, 설비 투자 등 건조 비용이 상승한다. 척당 1조원 미만으로 신형 호위함을 건조해야 하는데, 호주 국방부가 추산한 예산 범위를 충족하는 건 한국과 수출 전력이 없는 일본의 선종뿐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에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호주의 차기 호위함 수주를 놓고 경쟁하게 된다. 입찰에 성공하면 미국 등 동맹국 방산시장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어 경쟁 양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최다 함정 수출실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회사는 1987년 뉴질랜드 군수 지원함 ‘엔데버함’ 인도를 시작으로 방글라데시 해군용 경비함 ‘마두마티함’, 베네수엘라 군수지원함 ‘사우다드볼리바르함’ 등 총 18척의 함정을 수출하며 함정 분야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18척 가운데 현재 필리핀에 수출할 초계함, 원해경비함 등 8척을 건조 중이다. 지난 3월에는 페루로부터 호위함 등 함정 4척에 대한 현지 건조 공동생산 사업을 따냈다.

권역별 해외거점을 구축하는 등 현지화 전략도 HD현대중공업의 강점이다. 지난달에는 함정 10척을 수주한 필리핀에 현지 엔지니어링 사무소를 개소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다양한 함정을 건조한 경험과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함정 해외 수출을 적극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많은 인력을 보유 중인 것도 강점으로 거론된다. 조선업 침체기에 한화오션의 핵심 인력 상당수가 HD현대중공업으로 이직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한화오션은 지난 2022년 HD현대중공업을 공정위에 제소했다. 경쟁사 핵심 인력에 대한 부당 유인 행위를 금지한 공정거래법(45조 1항과 시행령 36조 등)을 어겼다는 이유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18척)에 비해 9척 적은 9척의 수출실적을 보유 중이다. 다만 지난 1983년에 초계함(PCC) 안양함을 시작으로 40년 이상 쌓아온 독보적인 특수선 건조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1월 HD현대중공업을 꺾고 울산급 호위함 배치Ⅲ 5·6번함의 건조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국 해군의 최초·최고 전투함 건조 역사를 기록한 것도 한화오션의 강점이다. 한화오션은 해군이 국산 구축함으로 처음 도입한 KDX-I 광개토대왕함을 순수 국내 기술로 건조해 해군 구축함의 기틀을 마련했다. KDX-II 충무공이순신함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스텔스 설계를 적용한 구축함이다. 업계 최초 블루스카이 로드아웃 공법을 적용한 KDX-III 율곡이이함도 한화오션이 건조했다. 

양사는 건조 효율 향상을 위해 생산설비 확장을 추진 중이다. 한화오션은 1000억원을 투입, 거제사업장 해양사업부의 유휴 부지에 수상함 2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실내 탑재 공장’과 함정 전용 ‘다목적 조립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은 연초 함정 블록 작업장을 새로 만든데 이어 날씨와 관계없이 작업이 가능한 쉘터 1개동을 추가로 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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