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셀바이오, 반려견 항암제 박스루킨-15 출시 임박
올해 관리종목 지정 유예기간 만료···매출 확대 시급
박스루킨-15 허가 시, 국내 1호 동물용 항암제 등극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박셀바이오는 상장 후 수년간 유의미한 영업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면서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놓였다.  박셀바이오는 상반기 반려견 항암제 출시를 시작해 본격적인 영업 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박셀바이오는 지난해 10월 반려동물 면역기능보조제 '골드뮨'을 출시하며 상장 4년만에 첫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달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반려견 대상의 항암병용치료제(박스루킨-15) 품목허가 신청하며 동물용 항암제에 대한 출시 임박 신호를 보내왔다. 보통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동물용의약품 품목허가를 접수하면 90일 이내 허가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박셀바이오는 2010년 설립된 항암면역치료제 개발 전문회사다. 진행성 간세포암과 소세포폐암, 췌장암에 대한 NK 면역세포치료제 및 혈액암과 고형암에 대한 CAR-T/CAR-NK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엔 인체용 의약품보다 상업화가 빠른 반려동물 전용 의약품 상용화에 힘주고 있다. 반려견 항암제 박스루킨-15가 그 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품목 허가가 결정되면 박스루킨-15은 국내 1호 반려견 항암제가 된다.

박셀바이오는 2020년 9월 기술성장기업 특례 상장으로 코스닥 입성했다.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은 매출액의 경우 상장한 해를 포함해 5년간 관리종목 지정이 유예된다. 박셀바이오의 경우 관리종목 지정 요건 면제 혜택이 올해 종료된다. 2025년부터 매출 30억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위기감이 커지자, 지난해부터 매출 확보 차원에서 동물용의약품과 반려동물 면역기능 보조제 출시 준비에 속도를 냈다.

박셀바이오 실적 추이./ 표=김은실 디자이너
박셀바이오 실적 추이./ 표=김은실 디자이너

◇ 수년간 매출 無, 쌓여가는 손실

박셀바이오는 상장년도인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출이 없었다. 그러나 연구개발비용은 매년 늘어나면서 판관비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회사의 영업적자는 2020년 42억원에서 2021년 59억원, 2022년 82억원, 지난해 114억원으로 늘어났다. 누적된 적자로 현금 여력 역시 급격히 위축됐다. 박셀바이오가 지난해엔 700억원대 유상증자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매출 확보가 시급해지자, 박셀바이오는 동물의약품과 보조제 시장 진출로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 첫 주자는 반려동물 면역기능 보조제 ‘골드뮨’이었다. 지난해 4분기 박셀바이오는 골드뮨을 통해 약 1372만원의 매출을 냈다. 

올해 상반기에는 박스루킨-15 상용화가 임박한 만큼, 이르면 올해 2분기부터 박스루킨-15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스루킨-15는 유선종양을 적응증으로 한 반려동물 항암제다. 면역항암제 개념을 적용해 체내 면역세포를 증폭시키고, 강력한 항암 능력을 유도해 암을 치료하는 기전을 가진다. 조만간 림프종을 대상으로도 농림축산검역본부에 품목 허가 신청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승인받은 반려동물 항암제가 없어 사람에게 쓰는 항암제를 용량만 줄여서 사용하거나, 외과적 수술로 종양을 절제하고 있다. 동물용 항암제의 해외 승인 사례도 5개에 불과하다. 모두 비만세포종(피부암) 또는 림프종 치료제에 국한된다. 한국동물약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동물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8년 1조1251억원에서 4년간 27.2% 증가해 지난 2022년 기준 1조4313억원으로 추정된다.

박셀바이오 관계자는 “2018년부터 박스루킨-15 전임상과 임상시험을 진행해 지난해 환견 수를 추가하고 품목을 좀 더 세분화했다”며 “반려견의 유선종양과 림프종을 대상으로 각각 임상시험을 진행해 품목허가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 동물용의약품은 캐시카우, 본업은 NK세포치료제

박셀바이오의 동물용의약품 상업화는 단순히 관리종목 지정 위기를 해소하겠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확실한 캐시카우를 확보해 본업인 NK세포치료제 연구에 사용할 자금 여력을 개선해 개발 동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회사는 올해 면역세포 중 한 종류인 NK세포를 이용한 항암 신약후보물질 ‘Vax-NK’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조건부허가를 받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지난해 9월 박셀바이오는 진행성 간암 치료제 ‘Vax-NK/HCC’ 임상2a상을 완료했다. 현재 임상 데이터 결과 도출 단계에 있다. 간세포암 외에도 소세포폐암, 췌장암 대상 자연살해세포(NK) 치료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박셀바이오 발표에 따르면 진행성 간암 치료제 Vax-NK/HCC 임상 2a상에서 치료제를 투여받은 16명의 환자 중 6명(37.5%)이 암이 완전히 사라진 완전반응(CR, Complete Response) 판정을 받았다. 이는 1상에서 보였던 4명(36.4%) 대비 더 나아진 수치다. 암의 크기가 유의미하게 줄어든 부분반응(PR, Partial Response)은 4명, 암의 크기가 소폭 줄어들거나 성장을 멈춘 안정병변(SD, Stable Disease)은 6명이었다.

회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간암 치료제 Vax-NK/HCC의 조건부 허가를 신청해 조기 상용화에 도전하겠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2016년부터 임상 2상만으로도 세포치료제의 조건부 허가를 내주고 있다. 임상 2상 결과를 바탕으로 허가를 내주되, 일정 기간 동안 3상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박셀바이오는 Vax-NK/HCC 조건부 허가가 불발될 경우를 대비해 후속 임상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행성 췌장암을 적응증으로 한 ‘Vax-NK/PDAC’는 임상 2a상을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한 상태다. VAX-CAR 치료제 분야에선 혈액암(다발골수종) 대상의 vax-CAR-T 치료제에 대한 임상 연구 개시를 준비 중이다. 올해 임상 진입을 목표하고 있다.

박셀바이오 관계자는 “반려동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앞으로 동물용 면역항암제가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여겨진다”며 “장기적으로 높은 순이익을 얻기 위해 박스루킨-15의 생산수율을 높이기 위한 공정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행성 간암 치료제 Vax-NK/HCC는 2a상 데이터를 확인하고 정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