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셀바이오, 반려견 면역항암제 국내 첫 품목허가
반려견 항암제 시장 진입 준비···동물병원 영업 준비
간세포암 신약 'Vax-NK/HCC' 상업화 전략 놓고 고민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박셀바이오가 반려견 면역항암제 품목허가를 따내며 첫 상업화 의약품을 확보하게 됐다. 전국 동물병원으로 영업망을 확대해 본업인 인체용 면역항암제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캐시카우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항암면역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며 신성장동력 창출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박셀바이오는 이달 반려견 전용 면역항암제 ‘박스루킨-15’가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박스루킨-15는 개 백혈구 등에서 발현되는 사이토카인(생물학적 제제)인 개 인터루킨-15를 유전자 재조합한 의약품이다.

◇ 반려견 항암제 국내 첫 허가

이번 승인으로 박셀바이오는 박스루킨-15를 반려견 유선종양 수술 후 면역보조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반려견 전용 면역항암제가 품목허가를 받은 국내 첫 사례다. 유선암은 비만세포종이나 림프종과 함께 반려견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암종이다. 사람보다 동물에게서 약 4배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인포메이션(GII)에 따르면 세계 반려동물 항암제 시장은 2024년 4억4410만달러(6063억원)에서 2029년 6억4982만달러(8874억원)로 연 평균 7.91%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셀바이오는 반려견 항암제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국내 첫 허가 주자로서 입지를 확대해 시장에 안착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려견 면역기능보조제와 항암제 시장 투트랙 공략으로 인체용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에 투입할 수 있는 캐시카우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박셀바이오 신약 연구개발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박셀바이오 신약 연구개발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 설립 14년만 캐시카우···자금난 해소 기대

박셀바이오는 2010년 설립 후 항암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에 매진해왔다. 주요 파이프라인으로는 국내 임상 2상을 완료한 진행성 간세포암 치료제 ‘Vax-NK/HCC’와 반려견 면역항암제 박스루킨-15가 대표적이다. 이중 Vax-NK/HCC는 이제중 박셀바이오 대표가 설립 초기부터 상업화를 모색해온 핵심 파이프라인이다.

다만 신약 연구개발 위주의 사업으로 설립 후 14년간 매출이 없었다는 점은 박셀바이오의 성장에 발목을 잡았다. 그동안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투자금을 활용해 R&D 자금을 마련했다. 지난해 말부터 동물용 면역증강제를 출시하며 첫 매출원을 확보했다.

올해 2분기 동물용 면역증강제 누적 매출은 약 5000만원 가량으로 집계된다. 박셀바이오는 지난해 연구개발비(49억원)와 인건비를 포함한 판관비로 115억원을 지출했다. 이에 따른 영업적자는 11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 기준 집계된 누적 결손금은 489원에 달했다. 동물용 면역증강제만으로는 박셀바이오의 재무 부담을 낮추기엔 턱없이 부족한 만큼 새로운 캐시카우 확보가 필요했다. 

박셀바이오는 반려견 면역항암제 박스루킨-15 출시에 따른 가시적인 매출원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도 박셀바이오가 지난해 유상증자로 조달한 현금 717억원과 동물의약품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내면서, 인체용 면역항암제 개발에 투자하는 선순환을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박셀바이오 관계자는 “박스루킨-15가 최종 허가를 받으면서 현재 전국 유통 전략을 짜고 있는 단계”라며 “생산과 판매 준비를 위해 TF팀을 꾸려 시장 조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반려동물 항암치료제는 대부분 인체에 쓰였던 화학 항암제로 동물에게 사용 시 부작용 우려가 있어, 동물 전용 항암제 수요가 꾸준히 높아졌다”며 “반려동물 관련 시장 성장이 점점 커지는 만큼 수익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간세포암 치료제 상용화 고민

간세포암 치료제 Vax-NK/HCC는 조건부 허가뿐만 아니라 내년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이하 첨생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치료 판매 전략을 여러 옵션으로 고민하고 있다. 앞서 박셀바이오는 기존 치료법에 반응이 없는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 16명을 대상으로 Vax-NK/HCC의 임상 2a상을 진행했다.

임사 2a상 결과 객관적 반응률(ORR)은 68.75%, 종양 진행까지 시간은 16.82개월로 확인됐다. 환자 3명(18.75%)에게서 완전관해(CR) 반응, 8명(50%)에게서 부분관해(PR) 반응이 확인됐다. 나머지 5명(31.25%)에게서도 안전병변(SD)이 나타나 질병조절률(DCR)은 100%로 분석됐다.

조건부 허가는 후기 임상(임상 2b상 또는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는 조건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는 것을 말한다.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첨생법 개정안에 따르면 중대·희귀·난치질환자뿐만 아니라 일반환자에 대해서도 첨단재생 치료가 가능하고 환자에 비용도 청구할 수 있다.

회사의 중장기 성장을 이끌 동력은 비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고형암 CAR-T 치료제에서 발굴하겠다는 목표다. 최근 박셀바이오는 재발성 위암·췌장암·난소암 등을 치료할 수 있는 CAR-T 치료제 ‘VaxCAR-001’에 대한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고형암을 겨냥한 PD- L1과 EphA2(단백질 A형 에프린 수용체2) 이중표적 CAR-T 치료제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셀바이오 관계자는 “Vax-NK/HCC는 임상 2a상 결과를 바탕으로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 또는 첨단재생 치료 허가 획득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고형암 대상 CAR-T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인데 아직 전임상 단계에서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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