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셀바이오, 반려견 항암제 박스루킨-15 임상 막바지
HLB생명과학, 내년 반려견 항암제 품목허가 신청 목표
"반려동물 항암치료, 외과적 수술이나 인체용 항암제 말곤 대안 없어"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박셀바이오와 HLB생명과학이 개발 중인 동물용 항암제의 상업화 기대감이 올라가고 있다. 양사는 올해와 내년 각사의 동물용 항암제에 대한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반려동물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동물용 의약품 개발에 뛰어드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박셀바이오와 HLB생명과학은 반려견 대상 항암제 임상시험계획(IND)을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승인받고 개발 중이다. 동물용 항암제는 단 1회 임상만으로 품목허가 절차가 가능하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반려동물 치료제 시장이 크게 확장되고 있다. 반려동물 중에서도 반려견 시장이 가장 큰 만큼, 양사는 각사의 항암 파이프라인을 활용해 반려견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반려견은 사람보다 암 발병률이 더 높다. 특히 8세 이상의 노령 반려견의 사망 원인의 약 50%가 암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지금껏 승인받은 동물용 항암제가 없다. 해외 승인 사례도 5개에 불과하다. 모두 비만세포종(피부암) 또는 림프종 치료제에 국한된다. 현재 박셀바이오와 HLB생명과학은 반려견 유선암(악성 유선종양)을 타깃으로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유선암은 비만세포종이나 림프종과 함께 반려견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암종이다. 사람보다 동물에게서 약 4배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두 회사 중 품목허가 제품이 나오면 국내 1호 동물용 항암제가 될 전망이다.
박셀바이오는 연내 동물용 항암제 ‘박스루킨-15’ 품목허가 신청에 나설 계획이다. 박셀바이오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승인을 받아 박스루킨15주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곤, 2021년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다만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추가 보완자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았다. 이에 품목허가 신청을 자진 철회하고 통계적 유의성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도록 임상을 재설계했다.
박셀바이오에 따르면 당시 임상은 대상 동물의 수가 부족해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재설계한 임상에서는 반려견 수를 늘리고 임상기관도 확대했다. 이후 림프종과 유선종양 적응증을 대상으로 각각 60마리씩 임상을 진행했다. 유선종양의 경우 임상시험을 완료하고 모니터링 및 임상 최종 결과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박셀바이오는 반려묘 항암제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박셀바이오 측은 “박스루킨-15는 개의 유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설계됐다”며 “임상 디자인을 수정해 시험군과 대조군을 대폭 늘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스루킨-15는 재설계한 임상으로 약 2년 정도 진행해 유선암으로는 투약이 끝났고 추적 관찰 중”이라며 “박스루킨-15의 림프암 임상은 현재 투약 견을 모집 중”이라고 덧붙였다.
HLB생명과학은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을 동물용으로 개발하고 있다. 리보세라닙은 HLB가 글로벌 권리를 보유한 약물이다.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VEGFR2)’를 표적하는 항암제다.
HLB생명과학은 지난해 3월 반려견 유선암 치료를 위한 ‘리보세라닙’의 허가용 임상시험계획(IND)을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승인받아 임상을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반려견 유선암 대상의 첫 투약을 마쳤다. 임상 결과를 기반으로 내년 중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앞서 쥐, 비글견을 대상으로 한 비임상 연구에서 리보세라닙의 항암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다.
반려인들 사이에서 반려동물은 가족이라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반려견 항암 치료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동물용 항암제가 없다 보니, 인체용 항암제를 반려견 치료에 쓰고 있다. 이에 따라 부작용과 용량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또 인체용 항암제를 사용하게 되면 의료보험 혜택이 없는 반려동물 치료 특성상, 치료비 부담이 높을 수밖에 없다.
조호성 전북대 수의대 교수는 “반려동물 사이에서 암 발병률은 사람보다 높다”며 “특히 노견일수록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태까진 시장성 측면에서 동물용 의약품 개발이 인체용보다 저조했는데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면서 동물용 항암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현재 반려동물 암 치료법은 외과적 수술로 종양을 절제하거나 인체용 항암제를 수의사 판단하에 용량과 의약품을 결정해 치료해왔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인체용 항암제는 비싸고, 부작용 우려도 있지만 동물에게 쓸 수 있는 항암제가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대안으로 사용해온 것”이라며 “인체용보다 저렴한 동물용 항암제가 개발되면 사용 범위는 매우 폭넓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