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1위 JSR, 연내 일본 국부펀드 인수
생태계 혼란 속 기회 노려

동진쎄미켐의 시화공장 전경 / 사진=동진쎄미켐
동진쎄미켐의 시화공장 전경 / 사진=동진쎄미켐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동진쎄미켐이 극자외선(EUV)용 감광액(PR)을 메모리에서 파운드리 영역으로 확장 중이다. 최고 국내산 양산을 계기로 획득한 삼성전자 우선 공급망 지위를 이어가겠단 목표다.

2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동진쎄미켐은 삼성전자에 메모리용 EUV PR을 공급중이다. 동진쎄미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EUV용 PR을 양산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메모리와 달리 파운드리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용은 JSR, 신에츠화학 등 일본 기업으로부터 EUV PR을 공급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가 JSR 국유화를 추진하면서 국내 생태계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일본 국부펀드는 반도체 공급망 강화에 나서며 이르면 연내 JSR의 공개매수를 진행할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는  매수가 확정되면 삼성전자의 추후 EUV PR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JSR은 글로벌 PR 시장 점유율 30%에 달하는 1위 업체다. 동진쎄미켐이 지난 2019년 일본 아베 정부의 PR 수출 통제로 국내 최초 EUV용 PR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JSR과의 기술 격차는 큰 것으로 전해졌다.

동진쎄미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불화아르곤(ArF) PR만을 공급 중이다. 동진쎄미켐 관계자는 “EUV PR은 현재 메모리용으로만 공급하고 있으며, 파운드리 쪽 제품이라고 해서 쓰이는 PR 자체가 다르지는 않지만, 제품 특성에 맞도록 관련해서 개발을 지속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동진쎄미켐은 EUV용 PR 사용처를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에 EUV용 포지티브(positive) PR을 공급한 데 이어, 최근에는 네거티브(negative) PR 양산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PR은 빛을 받으면 녹아서 사라지는 포지티브 타입과 반대로 빛을 받으면 딱딱해져서 남게 되는 네거티브 타입으로 구분된다. 포지티브 PR이 미세한 패턴에 더 적합하지만, 네거티브 PR은 비용이 저렴하고 식각 등 공정에 저항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동진쎄미캠은 올 하반기부터 네덜란드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 ASML의 차세대 EUV ‘하이 NA EUV’ 전용 PR 연구개발도 개시했다. 이르면 2025년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PR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포토 공정에 쓰이는 감광액으로, 빛에 반응하는 성질을 이용해 패턴을 그릴 때 사용되는 핵심 소재로 통한다. 시장조사업체 인사이트파트너스에 따르면 글로벌 PR 및 PR 보조제 시장 규모는 2018년 33억9297만달러(약 4조6000억원)에서 2027년 56억1437만달러(약 7조6000억원)로 연평균 5.8%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미세공정 가속화에 따라 EUV용 PR 수요는 점차 더 커질 전망이다.  안진호 한양대 재료공학과 교수는 “1980년대 말에도 반도체를 더 이상 작게 만드는 건 끝났다는 말들이 나왔지만, 이후 2023년까지 30년간 계속 작게 만들어졌다”라며, “앞으로도 10년간은 미세화 방향으로 노광 기술개발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며 10년 후에는 또 5년 더 갈지, 10년 더 갈지는 모르겠다”라고 예상했다.

한편, 동진쎄미켐은 올 하반기에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상반기까지 80%가량을 유지했던 반도체 부문 가동률이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중심의 감산 영향으로 하락할 전망이며, 디스플레이 부문도 전방 수요 회복세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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