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그룹, 현대지에프홀딩스에 백화점·그린푸드 자회사 편입
단일 지배구조 완성···자회사 지분 추가 획득 과제 남겨져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단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주력 계열사인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자회사로 편입해 그룹의 모든 계열사를 단일 지배하는 구조를 완성하면서다.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의 두 아들인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의 ‘형제 경영’을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649만5431주를 소각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현물출자 완료 후 발행주식 총수의 4%에 해당하는 규모다. 오는 11월8일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결의한 뒤 12월12일 소각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이 단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현대백화점그룹이 단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거나 매입을 통해 확보한 자사주를 소각해 유통 주식 수를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자사주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 중 하나다. 주식 총수가 줄어들면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존 주식의 가치는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3월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설립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그룹 지주회사로서 그룹 전체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투자·리스크 관리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지주회사 요건을 달성하기 위해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주주들로부터 각각 420만1507주와 948만4011주를 받았다. 그 대가로 자사 신주 9857만6164주를 발행하는 현물출자 방식으로 총 331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대백화점 지분 30%와 현대그린푸드 지분 38.1%를 각각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은 이번 현물출자로 각각 38.1%, 28%의 현대지에프홀딩스 지분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로써 현대백화점그룹은 ‘정지선 회장·정교선 부회장→현대지에프홀딩스→현대백화점·그린푸드 등’으로 이어지는 단일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단일 지배구조를 완성한 현대백화점그룹은 자사주 소각, 시장과의 소통 강화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날 서울 여의도 파크원 NH증권타워에서 현대백화점·홈쇼핑·그린푸드 등 그룹 내 13개 상장사가 모두 참여하는 통합 IR 행사인 ‘코퍼레이트 데이(Corporate Day)’를 진행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도 13개 상장사가 참여하는 그룹 통합 IR 행사를 매년 상·하반기 정례화하는 것은 물론, 배당 확대와 무상증자 등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주주친화정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여의도 파크원 NH증권타워에서 그룹 내 13개 상장사가 참여하는 통합 IR 행사를 열었다. / 사진=한다원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여의도 파크원 NH증권타워에서 그룹 내 13개 상장사가 참여하는 통합 IR 행사를 열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20분까지 현대백화점그룹은 코퍼레이트 데이를 계열사별로 진행했다. NH투자증권이 주관한 이번 IR 행사에는 신영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키움투자자산운용·IBK자산운용 등 20여 기관 투자자들이 참석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13개 상장사 IR 담당 임원들이 직접 나와 각 상장사의 사업 개요와 하반기 경영상황 및 성과, 중장기 성장전략, 주주환원 계획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룹의 13개 상장사가 참여한 이번 IR 행사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별 전략 공유, 성장전략 등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언급했다.

이번에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나란히 지주사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면서 일명 ‘형제 경영’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현대지에프홀딩스 이사회에 합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장호진 현대백화점 사장을 포함해 총 3명이 현대지에프홀딩스 이사회에 입성하게 됐다.

현재 현대지에프홀딩스는 현대홈쇼핑과 현대이지웰 등 자회사 지분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겨졌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에 대해서는 자회사, 손자회사 지분율을 상장사의 경우 30%, 비상자의 경우 50% 이상 보유하도록 돼 있다.

특히 증손회사인 현대바이오랜드와 한섬라이프앤 등은 손자회사인 현대퓨처넷과 한섬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자회사를 통한 지분 확보나 매각 등으로 지분 정리가 필요해졌다.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지분율은 100%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대백화점그룹이 단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만큼,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추가 M&A(인수합병)나 사업 확장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현대백화점은 비전 2030을 통해 백화점 등 유통 중심의 사업구조를 종합 생활문화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 확실한 차별화된 강점을 갖고 백화점·홈쇼핑 등 유통 채널과 시너지가 나는 기업들을 M&A로 확보해 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에 힘을 싣는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단일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맞춰 시장의 관심을 높이고 기업가치를 제고시키기 위해 그룹 통합 IR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면서 “각 상장사의 투자 정보와 경영전략, 주주환원 계획 등을 시장에 공유하고, 다양한 시장의 니즈를 파악해 저평가돼 있는 각 사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데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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