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 내년 3월부터 지주사 체제 전환
신세계그룹 사례 따라 현대도 분리경영 나설지 주목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유통업을 중심으로 하는 현대백화점홀딩스와 식품을 주업으로 하는 현대지에프홀딩스로 나누는 지주사 체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계열 분리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그룹 측 입장이지만 정지선·정교선 형제가 신세계그룹처럼 경쟁구도로 경영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6일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지주사 체제 전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가 각각 투자부문(지주회사)과 사업부문(사업회사)로 분할하는 방식이다. 두 회사의 분할은 내년 2월 예정된 임시주주총회를 거친 뒤 같은 해 3월1일로 최종 확정돼 각사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다.
현대백화점은 인적분할을 통해 신설법인인 현대백화점홀딩스와 존속법인인 현대백화점으로 분리된다. 두 회사의 분할비율은 현대백화점홀딩스가 23.24%, 현대백화점이 76.76%다. 현대그린푸드도 존속법인인 현대지에프홀딩스와 신설법인인 현대그린푸드로 인적 분할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일찌감치 경영승계를 진행해왔다. 2007년 정지선 회장이 먼저 그룹 회장에 취임 후 동생 정교선 부회장이 2011년 말 부회장에 취임하면서 15년 가까이 형제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의 최대주주다. 정 회장은 현재 현대백화점과 면세점, 아웃렛, 지누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현대그린푸드 최대주주로 현대리바트, 현대에버다임, 현대드림투어, 현대IT&E 등 유통 외의 것을 맡고 있다.
이번 인적 분할에 대해 현대백화점그룹은 “투명하고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각자 사업 전문성을 확대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문제는 현대홈쇼핑이다. 현대홈쇼핑 주주는 현대그린푸드와 현대백화점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신 오너일가 지분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맡아왔던 현대홈쇼핑은 전방위적 인수합병에 나선 바 있어 유통뿐 아니라 패션, 화장품 원료, 건자재 등 업체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새 지주사간 합병이나 계열분리가 없다면 중간 지주사로 자리를 잡게 돼 애매한 역할을 맡게된다.
이로써 일각에서는 향후 그룹이 현대홈쇼핑과 자회사를 분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경우 한섬과 현대바이오랜드는 현대백화점홀딩스로 넘겨지고 현대퓨처넷과 현대L&C, 현대렌탈케어 등은 현대지에프홀딩스로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홈쇼핑이 그룹 지배구조 중심에 있다고 분석되는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현대백화점 지분이 없지만 정 회장은 현대그린푸드 지분(12.67%)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계열분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완전히 계열 분리를 하려면 정 회장이 지분을 완전히 매각하거나 지분을 교환해야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백화점그룹도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의 사례를 적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정 부회장은 분리경영을 위해 광주신세계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 이후 신세계그룹은 백화점과 이마트로 나눠 남매 간 경쟁 경영에 나서고 있는 만큼, 정 형제도 협력 또는 경쟁하며 그룹을 이끌어갈 수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분리경영에 대해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