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계열사 미국 실적도 하락, 하반기 국내 시장 공략
프리미엄 내세운 지누스, 매트리스 시장서 안착할지 주목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사상 최대 규모 자금을 투입해 인수한 지누스가 인수 1년이 지났음에도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누스는 범현대 기업을 적극 활용해 시너지를 노리고 있지만, 실적 반등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누스는 하반기 프리미엄 매트리스로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에이스침대와 시몬스가 매트리스 양강체제를 구축하는 상황에서 해외에서 강한 지누스가 국내 매트리스 시장의 빈틈을 파고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누스는 올 2분기 매출 2195억원, 영업이익 5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9%, 44.2% 하락한 수치다. 올 상반기 지누스는 4486억원의 매출과 13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 역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19.2%, 64.1%나 감소한 규모다.

지누스 실적 추이. / 자료=지누스, 표=김은실 디자이너
지누스 실적 추이. / 자료=지누스, 표=김은실 디자이너

지누스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역대 최대 인수합병(M&A)으로 주목받았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5월 리빙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이윤재 지누스 회장 등이 보유한 지분 30%와 경영권을 8790억원에 사들였다. 

다만 지누스는 3년째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 지누스는 2019년 1000억원대 영업이익에서 지난해 656억원으로 매년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또 현대백화점그룹이 인수한 지난해 2분기 지누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8% 줄었고, 3분기에는 45.9%나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지누스 영업이익은 7.4% 증가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올 상반기 다시 영업이익이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지누스 실적 악화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누스 인수 후 최대주주로 등극했을 당시 지누스 주가는 5만6190원대였으나, 현재 지누스 주가는 2만6000원대로 절반가량 하락했다. 지누스 주가가 하락하자, 모기업인 현대백화점 주가도 7만6000원대에서 5만7000원대로 떨어졌다.

이처럼 지누스가 부진한 성과를 거둔 데는 주력 시장인 미국 시장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누스 매트리스는 돌돌 말 수 있어 배송이 쉽다. 이에 지누스는 2014년 아마존에 입점해 미국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을 장악하며 1위에 오른 바 있다. 그러나 올 상반기 지누스는 미국에서 매출 3632억원을 기록하며 글로벌 국가 중 가장 많은 매출을 냈음에 미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2% 줄어들었다. 미국 주요 고객사의 발주 제한으로 침실가구 및 기타가구 부문에서 큰 폭의 매출 하락이 발생했다는 것이 지누스의 설명이다.

지누스는 미국 대신 국내로 눈길을 돌렸다. 지누스는 올 2분기 국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238억원을 기록했다. 지누스는 “국내 매트리스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번 지누스의 2분기 매출은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이다. 

다만 지누스 관계자는 “주력 시장인 북미지역 대형 고객사의 발주 제한 정책이 2분기까지 이어졌고, 일부 홀세일 물량 공급 시점에 따른 매출 인식 차이로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누스 시그니처H 제품. / 사진=지누스.
지누스 시그니처H 제품. / 사진=지누스

지누스는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현대백화점 계열사와의 협력도 이어갈 방침이다. 지누스는 앞서 더현대서울에서 고객 체험형 팝업스토어를 열고, 현대리바트와 현대L&C 등 그룹내 리빙·인테리어 부문과 제품 공동 개발 등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지누스는 현재 자사 온라인몰, 네이버 공식 스토어를 비롯해 현대백화점 공식 온라인몰 더현대닷컴과 현대이지웰을 통해 지누스 전문관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지누스는 이르면 9월 현대홈쇼핑을 시작으로 국내 주요 대형 홈쇼핑사들과 본격적으로 지누스의 주요 매트리스 제품 판매 방송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지누스는 영업망 확대와 제품 경쟁력 강화로 하반기 퀸텀점프 수준의 매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지누스의 하반기 국내 사업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으로 상향됐다.

지누스 관계자는 “백화점·홈쇼핑 방송 등 유통 채널 다각화와 신제품 판매로 올해 국내 사업 매출 목표를 연초 설정한 1000억원에서 1300억원으로 올렸다”면서 “압도적인 제조 경쟁력에 현대백화점그룹의 고급 유통망을 접목해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한 매트리스 제품을 지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누스는 하반기 목표 달성을 위해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지누스의 중저가 중심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난연 매트리스 ‘지누스 파이어가드’, 300만원대 프리미엄 매트리스 ‘지누스 시그니처H1’를 선보이는 등 브랜드 고급화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지누스의 제품 다각화 전략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통상 매트리스 교체주기는 상대적으로 길어서 단기적으로 판매율을 늘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통 침대가구 기업인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침대는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한샘과 신세계까사도 침대 매트리스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고, 코웨이와 교원 웰스도 매트리스 기술력을 앞세운 시장 재편에 나서고 있다. 이 외에도 알레르망, 이브자리 등 침구업체들도 매트리스 브랜드를 선보이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추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구업계 불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매트리스 수요는 꾸준히 있고, 소비자들의 침대 구매도 신중해지고 있다”면서 “매트리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회사마다 프리미엄을 내세우고 있다. 하반기 어떤 기업이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