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연대, 신설법인 상장 여부·인적분할 답변 요구
“분사 동의 어려워”···29일 주총서 ‘표 대결’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DB하이텍이 팹리스 사업부 분사 검토 중단 6개월 만에 물적분할을 재추진한다. 소액주주들은 반발했다. 이달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와 DB하이텍 우호지분 사이의 찬반 대결이 예상된다.
10일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전날 오후 분할 결정 공시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회사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내용증명에는 신설법인 상장 여부와 인적분할을 검토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설명 요구 등이 담겼다. 소액주주연대는 오는 14일까지 공식적인 답변을 요청했다. 소액주주연대는 파운드리 역량 강화를 위해 설계 사업 분사가 필요하단 DB하이텍 주장에 대해 100% 자회사란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지고 신설법인 상장 계획이 없단 발표도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DB하이텍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브랜드사업부를 물적분할 형식으로 분사하는 안건을 주총 안건으로 의결했다. 회사는 거래선 이해 상충 문제를 해결하려면 팹리스 사업을 자회사로 떼어내 순수 파운드리 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주주친화 정책 차원에서 신설법인 상장은 추진하지 않을 예정이며 추후 상장하더라도 모회사 주총을 통해 주주 동의를 거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겠다고 강조했다.
DB하이텍의 분사 재추진은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지난해 회사는 분사를 추진하다가 중단한 바 있다. 분할 검토 소식이 알려진 뒤 이에 반대하는 소액주주연대가 결성되는 등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소액주주연대는 고객사 이해 충돌 방지를 위해 브랜드사업부를 물적분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회사에 동의하기 어렵단 입장이다. 또 공시 내용에 ‘물적분할된 자회사가 분할 5년 이내에 상장하고자 하는 경우, 주총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만큼 신설법인 상장 미추진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상목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물적분할하면 100% 자회사가 되는데, 연결 실체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어 고객사들이 이해 상충 우려 없이 반도체 설계를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를 해소하려면 인적분할을 하는 게 더 설득력이 있고, 대만 UMC 역시 미디어텍과 노바텍을 인적분할했다. 그래서 내용증명에 인적분할을 검토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설법인 상장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공시 내용으로는 5년이 지나면 모회사 특별결의 없이 자회사 상장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정관에 ‘분할된 날로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를 삭제해야 상장 미추진이 진정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분사 이후 DB하이텍 주주가치가 높아진다고 판단할 근거를 찾기 쉽지 않아 분할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소액주주연대는 회사 내용증명 답변 내용을 검토한 뒤 주총 대응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분사가 회사 주주가치 극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소액주주 반발은 주총 표 대결로 이어질 전망이다. 물적분할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으로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DB하이텍 주주 현황은 일반주주 비중이 73% 이상으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DB아이엔씨와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17.84%, 국민연금 8.34%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