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 수요 회복 선제 대비
차세대 전력반도체 로드맵도 수립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DB하이텍이 증설 투자를 통해 내년 상반기 중 생산력을 올해보다 약 9% 늘릴 계획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파운드리 가동률이 떨어졌지만, 다품종으로 생산되는 시스템반도체 특성상 메모리 제품보다 업황 반등이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 하반기 이후 수요 회복을 대비하기 위한 증설이다.

DB하이텍은 실리콘카바이드(SiC)와 질화갈륨(GaN) 소재를 활용한 화합물 기반 차세대 전력반도체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SiC 반도체는 4인치 웨이퍼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지만, DB하이텍은 생산성이 높은 8인치 공정을 오는 2026년까지 개발한단 계획이다. 화합물 기반 전력반도체는 기존 소재인 실리콘(Si) 대비 내구성이 뛰어나고 전력 효율이 높아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분야 등에서 고성장이 예상된다.

DB하이텍 상우캠퍼스 생산 라인 현장. /사진=DB하이텍

◇부천·상우캠퍼스 증설···“고객 수요 고려한 생산력 확대”

2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의 8인치 웨이퍼 기준 생산력은 현재 13만8000장에서 내년 5월 15만장으로 8.7%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생산역량은 부천캠퍼스 월 8만장과 충북 음성 상우캠퍼스 월 5만8000장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부천캠퍼스 월 9만장과 상우캠퍼스 월 6만장으로 늘어난다.

DB하이텍 관계자는 “8인치 장비 수급 영향으로 증설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전기차, 5세대 이동통신(5G),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파운드리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객 수요를 고려한 생산력 확대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PC·스마트폰·가전 수요 부진으로 파운드리 주문량은 감소하는 추세지만, 내년 하반기 업황 개선을 대비하면서 선제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중 전방업체들의 재고 소진이 마무리되면서 하반기부터 DB하이텍 주력 제품인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전력관리반도체(PMIC), 이미지센서(CIS) 주문량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DB하이텍은 경기침체 영향을 덜 받는 자동차·산업용 전력반도체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다. DB하이텍의 기존 전력반도체 전압은 5~100볼트(V)였지만, 최근 이를 120V까지 올려 데이터센터로 범위를 확장한 데 이어 900V 이상 고전압 공정을 개발해 산업용으로 특화된 모터구동칩 분야도 공략할 계획이다.

DB하이텍 상우캠퍼스 전경. /사진=DB하이텍

◇SiC 전력반도체, 2026년까지 개발···GaN은 2025년 출시 목표

DB하이텍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화합물 기반 전력반도체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회사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12인치 파운드리 전환 대신 기존 8인치 공정으로 차세대 SiC·GaN 제품을 생산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했다.

SiC 반도체는 4인치 공정에서 6인치 웨이퍼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지만, DB하이텍은 이를 건너뛰고 8인치로 직행한다. 8인치 공정은 6인치보다 생산 효율이 70% 이상 높다. 다만 8인치 SiC 양산을 위한 샘플을 만들기 위해 6인치 공정의 플래너·트렌치 기술을 부산 테크노파크에서 개발 중이다.

회사는 이 과정을 내후년까지 마무리한 뒤 이를 바탕으로 8인치 공정을 2026년 연말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이후 투자를 통해 2028년 7월에 1차 양산, 2031년 1월에 2차 양산에 돌입한단 목표를 세웠다. 8인치 SiC 웨이퍼는 SK실트론과 프랑스 기업인 소이텍에서 공급받고, 상우캠퍼스의 유휴 부지에 SiC 전용 라인을 구축해 생산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GaN 기반의 전력반도체는 100~200V급의 제품이 이미 모바일 충전기에서 활용되고 있어 SiC보다 개발 및 양산 목표 시점이 빠르다. 2024년 중에 개발을 마치고 2025년에는 제품을 출시한단 계획이다. DB하이텍은 화합물 반도체 전문기업인 RFHIC, 시지트로닉스와 협업 중이고 산업용 기기에서 쓰일 수 있는 650V 이상 제품은 에이프로세미콘과 공동 개발 중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화합물 기반 전력반도체 개발 일정은 시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면서도 “시간을 최대한 당겨서 개발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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